...라고 말하면 솔직히 개뻥.;;;
역사에 남을 걸 기대하고 갔습니다.
나갈까말까 고민하다가 디비져자는 남동생 두들겨 깨워 택시타고(참고 : 집에서 야구장까지 걸어서 20분 가량) 야구를 보러 갔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야구장을 간다고 하니까 상대가 누군지 물으시더니 200승의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굉장히 고통;스러워하시며 '무조건 이겨야제' 하시더라구요. 야구장 가는 팬들이 다 그렇겠지만 4수를 겪으신 회장님이 설마 이번에도 질거라곤 아무도 생각 안 하셨을 거예요. 상대가 요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전병두였던 겁니다.
택시 기사님과 잠시 야구와 정치;에 관한 환담을 나누고(송진우 회장님과 박광태 시장이 한 큐에 대화에 올라오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ㅅ-) 야구장에 내렸습니다. 대전에서 내려온 차들도 몇 보이고 드물게 야구장 앞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제가 동대문에 익숙해져 있어서 많다고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 매표소마다 줄이 10명 정도는 늘어서 있어 줄 서기가 너무너무 귀찮아 암표 아줌마에게 표 사들고 1루 쪽에 입장했다가 아는 분들을 만나 좀더 호젓한 3루 쪽으로 자리를 옮겼지요.
이기면 좋고 져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경기(두고두고 역사에 회자되는 아픔은 있습니다만)란 흔치 않은 법이라 이때까진 기분이 무지무지 좋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상태로 봐선 잘 할 거라곤 생각을 안 했지만 병두가 떡실신 당한 이후 신군이 나와 주자를 모두 쓸어담아주는 걸 지켜보며 기분이 스멀스멀 나빠졌습니다. 돈 내고 들어와서 기아 타이거즈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고 싶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회장님도 딱 스트라이크존에 걸칠 공을 던져야할 시점에 제구가 반개에서 한 개 정도 빠지는 등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는데 타자들은 공략도 안 되고 당장 내일이나 모레 선발도 걱정되고 머리가 아파지더군요.
그래도 아예 안드로메다 건너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타이거즈를 보고 있으니 차라리 맘이 편해지더라구요. -ㅅ-
원래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면 정황이나 스탯에 굉장히 약해지는 법이라 상세한 경기 이야기는 건너 뛰고요.
기아 팬으로서 그나마 위안이 될만한 건 스나이퍼의 안타와 3할 수성. 그리고 중도에 교체되어 나와 정말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던 차일목 선수 정도. 아, 회장님이 좌완이라는 걸 감안해 9번 타순으로 밀었다는 게 뻘짓이라는 것을 증명한 김원섭 선수의 여전한 타격감도 있겠군요.
6회인지 7회인지부터 비가 왔는데, 경험상 비와도 불꽃놀이 구경은 문제가 없었던터라 폭죽에 쓰는 재료들은 수분과는 큰 상관없으리라 속 편하게 생각했건만 역시나 오발탄이 되었습니다.
200승 기념 희대의 폭죽쇼를 기대했는데 몇 개 터지고나니 죄다 오발이 되고 그나마도 기사에 난 것보단 많이 설치되지도 않았는지 금방 끝났습니다. 하긴 원정인데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구축되어 있는 곳에 폭죽을 한없이 설치하기도 눈치가 보였겠지만 여간 싱거운 게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회장님이 고배를 여러번 드셨다지만 막말로 칠전팔기 수준도 아닌데 대구에서 만들어놓은 플래카드를 그대로 쓰는 건 도대체... -_- 설마 고작 몇 푼 아쉬워서 플래카드를 안 만들었을리는 없었을테고 그냥 대처가 늦은 걸로 느껴지는데요. 조금만 발 빠르게 알아봤으면 얼마든지 광주에서 200승을 달성하신 걸로 플래카드를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또 나름대로 역사적인 순간이라 기뻐하는 선수단들을 기대했는데 글쎄요. 200승 기념 모자를 만들었는지 모두 흰 모자를 나눠쓰고 헹가래 한 번인가 치더니 다들 자기 짐 챙기러 가고; 기아 선수단에 아무리 짬밥되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지만 꽃다발 증정하러 나오는 선수 하나 없고. 종범성이 함평에 있는 것이 전혀 예상 외의 부분에서 한이 되더군요.
경기 내용에 실망하며 자리를 뜬 팬이 부지기수이긴 했지만 남은 팬들은 회장님 200승을 축하하는 응원에 동참했습니다. 응원단장 주도 아래 200승 축하 메시지도 외치고 회장님 이름도 연호했고요. 그래도 팬들 소리치는 만큼이나 눈에 보이는 게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기자들 몰려들어서 인터뷰하는 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함께 샴페인이라도 터뜨리고 꽃다발이라도 증정하는 걸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남동생은 29일 티켓을 코팅한다더군요. 기념으로 남겨둔다고요.
저는 실수로 잃어버린 표 제외하면 대부분의 티켓들을 모아두고 있으니 역시 고이 간직할 겁니다.
적어도 모든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본보기인 회장님이라면, 팬들 생각하는만큼 구단이나 선수들도 200승을 기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홈 원정, 소속팀 가릴 일인가요.
2006년 8월 29일이 두번 다시 경험할 수 있는 날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회장님 200승을 축하드립니다.
* 다음 글 예정 : 포수는 한쪽 날개로는 날지 못한다.
일주일 전부터 제목 정해두고 플롯도 거의 다 잡아뒀는데 글을 못 쓰고 있습니다. -ㅅ-;;;
Posted by 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