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이 미운 것 같아도, 나중에 살펴보면 미운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요즘 들어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누구긴 누구겠어요. 일고 출신 두 글자 이름의 좌타자 1루수 말입니다. 한동안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았는데 '네가 감히 나 정도로 존재감 강한 사람을 잊을 수 있어?'라고 꾸짖듯이 본좌급 플레이 중입니다. -_-
이틀 동안 사사구를 6개 얻어낸 게 문제가 아니라. 30일 경기에서 안타(?)가 나온 후 득점권 주자로 있던 두 글자는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마침 외야에서 괜찮은 송구가 나와서 홈에서 승부가 가능한 타이밍이었죠. 포수 현승민이 블로킹하기 좋게 길목을 자리잡았습니다. 이때 포수를 힘으로 밀쳐서 들어가는 주루플레이는 교본에도 있는 플레이. 근데 낮게 자리잡은 포수 미트를 피해서 배 있는 데를 발로 까라는 얘긴 있던가요? 홈으로 슬라이딩할 때 어찌나 발이 높게 들어오는지 그 창의력에 박수가 절로 나오더군요.



일고 애들 중에 기본기를 잘 갖춘 선수들이 많긴 한데, 꼭 1년에 한두 명 정도는 초중딩 때 야구를 배우다 말고 올라오는 녀석들이 있어서요. 이 플레이로 인해 불쌍한 현승민에 대한 애정이 5% 상승했습니다. -_-
첫 경기에 비해서 두번째, 세번째 경기가 밀도가 좀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뒤로 갈수록 제구가 안 좋은 투수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orz (기록 준수한 김백만 제외) 현장에서 지켜보기가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두번째 경기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세번째 경기는 무려 세시간 넘게 진행되기까지...
나름 2군 경기 적정시간은 2시간 30분 가량이라고 보고 있는데(더 짧으면 쌩유), 아무리 짧게 해도 욕 먹을 내용의 경기를 3시간 하고 있으니 보고 있는 팬들은 죽어갑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데 선수들도 힘들겠죠. 특히 5월 1일 경기는 이동 일이라 1시가 아닌 11시에 시작했기 때문에 한낮의 햇볕을 직격으로 맞으며 경기를 했어요. 그럴 때는 개인 기록 따위는 무시하고 일찍 끝내고 밥 먹으러 가는 게 대승적으로 좋지 않을까요, 다들. _-_
7~8회쯤부터는 안타치거나 볼넷 고르거나 하는 선수들 모두에게, 너희들은 너무 야구를 모른다고 헛소리를 중얼거렸어요. orz 경기 끝나고 3루쪽 게이트를 나설 때 지인들이 모두 지쳐서 눈밑이 퀭했을 정도.
조규수는 전반적으로 직구나 변화구나 잘 제구가 안 되는 모습. 볼넷은 하나 뿐이긴 한데 세상엔 꼭 안 좋은 볼을 건드려서 범타로 물러나는 타자들이 있답니다. 이런 상부상조의 정신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착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_-;;;; 투수나 타자나 다 함께 모자라서.)
송창식은 한때 참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역시 아직 1군감으로는 멀어보인다는 느낌. 새내기 시절엔 묵직한 공으로 승부하던 투수지만 지금은 허벅지 두께만 묵직해보입니다. 지정석 맨 꼭대기에 앉아 먼 발치에서 봐도 어찌나 창식이가 부담스럽던지. orz
저 밑에 댓글로도 달았지만 두 경기 연속출장하신 어머님의 응원에 힘입어 신종길의 타격감이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타석에만 들어서면 손을 맞잡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가, 볼넷이라도 골라나갈라 치면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는 가족이 지켜봐주고 있다는 건 참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5월 1일에는 2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1득점을 올렸는데 안타 모두 잘 맞아나간 질 좋은 안타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넘쳐나는 게 일고 동문이라.... 경기 끝나고 어머님께 인사하러 오는 일고 고만고만쟁이들이 왤케 많은가요. orz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1루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는(4월 29일) 등의 불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붕붕 스윙이라는 느낌이었던 최진행은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졸려 죽어가고 있던 중이라 너도 야구를 모른다고 까주고 싶습니다만 첫 안타이니 안쓰러워서.;;;;
5월 1일 경기에서 한화쪽을 잠시 보고 있었는데 정현석 너무 발랄한 거 아닙니까. ㅎㅎㅎ
오른손에 배트 들고 배트를 돌리면서 덕아웃에서 불펜까지 팔랑팔랑 뛰어가며 몸을 푸는(?)데....... 없던 호감도 생길 모습이라서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정광년....... 물론 광년이는 저번 함평 경기에 이어 이번 3연전까지 야구를 계속해서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타율 9푼대) 내리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다가 결국 5월 1일 경기에는 라인업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는데, 못해서 정신줄 놓은 것인가 정신줄 놔서 야구를 못하는 것인가는 미스테리. _-_
5월 1일 경기는 정대훈 : 진민호.
아주~ 아주~ 외모적으로 볼만한 경남상고 1년 선후배 선발 맞대결이랄까요. (거창하다. -_-;;;;)
경기장 들어와서 보고 환호했는데 둘다 누가 더 낫다고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무한 볼질..... orz
진민호는 극심하게 흔들리며 볼질하다가 경기 중반 정도에는 '너도 각 잡으면 1군감이잖아!' 소리 나오게 안정을 되찾았다가 다시 볼질하며 마운드를 내려왔죠. 그리고 남겨놓은 주자를 김성계가 얄짤없이 쓸어담아줬습니다. -ㅅ-;;; 실질적으로는 볼질을 하면서도 고비를 무사히 넘기며 버틴 5이닝 1실점 정도의 피칭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경기 중반 주로 좌타자들 상대로 2루수 땅볼만 네번 연달아 유도하던 때의 모습은 일품이었습니다.
혹시나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 간단히 소개하자면 정대훈은 잠수함 투수(팔 각도는 언더 스로 정도)로 올해 신인입니다. 전에 함평에서 볼 때는 맞춰 잡아가며 투구를 하더니 선발이라 그런건지 상대로 민호를 만나서 설레기라도 했는지 초구부터 무한 볼질을 하더군요.. _-_
대학 때도 잘던지는 투수이긴 한데 와르르 무너지는 피칭을 할 땐 대책없어 보였습니다만. 하필 이렇게 기대하고 왔을 때 컨디션이 안 좋은가 1회부터 한탄을 해보았습니다. 한 이틀간 언제 나오나 기대치를 쌓아놓은 게 저주로 갔나봐요. 어떨 때 보면 진민호보다 더한 볼질을 하긴 했는데 볼을 채는 능력은 있는 투수라... 좌타자 상대를 더욱 겁없이 해내며 위기를 5이닝 1실점으로 극복했습니다.
사실 둘다 외모만 바람직하지 피칭 보고 있기는 괴로웠습니다. 팬심으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
4월 30일 경기의 선발이 오준형이었는데 5이닝 1실점에 1 : 0 패배로 패전의 멍에를 썼으니 본인도 억울한 면은 있겠지만 볼질하기로는 진민호보다 썩 나을 것도 없습니다.
실점만 적게했을 뿐 볼질에(경기장 막 들어갔더니 두 글자 1루수가 볼넷으로 출루해있더군요-_- 넘치는 후배 사랑으로 두 글자를 대해줘서 삐친 것인가. orz) 상대 타자들의 커트를 유도하며 분발하게 하는 구위는 잘했다고 해주기에도 애매하단 말이지요.
그래도 처음엔 안 좋다가 등판 중반으로 가니 패턴이 바뀌었는지 안정되는, 전형적인 오준형의 선발 등판 공식이었습니다. 볼질을 하다못해 쳐맞아나가는 저번 롯데전보다는 나아지긴 나아졌어요. 5이닝 약간 넘는 동안 100개 던진 민호보다는 5이닝동안 80개 던진 건 그나마 낫긴 나을지도.
5월 1일에는 2군 경기에서는 늘 그렇듯 파울타구를 주우러 돌아다녔는데... 사실 돌아다닌 건 아니고(-_-) 경기 초반엔 3루쪽에서 서정, 신종길 등과 수다, 경기 후반엔 지정석에서 야구 구경하러 온 친구(고딩때 야구하다가 그만둔 녀석들로 추정)들과 수다를 주로 떨었습니다.
기아 타자들은 별로 할 말이 없고...
현승민이 2군 레벨에선 어느 정도 적응했는지 잘 치긴 잘 칩니다. 전반적으로 빈타였던 4월 30일 경기에서 가장 잘 맞은 안타를 쳤으니까요.
수비 부분 말인데, 특징이 없다는 게 약점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더욱 포수 수비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는데 ㅎㅎ 몇 번 보니 2군에서 어느 정도 해주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1군에 올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차일목이 뒤로 3번 공을 흘리면 송산이 2번 흘리고, 차일목이 포파플을 나름대로 처리하면 송산은 포파플을 하나 놓치는 수준의 1군 포수진이긴 합니다만.
어깨라든지 주자 견제에 약간 문제점이 보이네요. 송구는 2루로 비슷하게는 가는데 약간 길거나 약간 짧고 바운드가 되는게 자연태그가 되도록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라서. 심하게 나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포수는 어깨를 우선으로 보는 야구인들의 기준을 생각해보면 신경은 쓰이네요.
송구는 백용환이나 이준수가 좀더 낫지요. 전에도 썼듯이 백용환은 원체 어깨가 좋은 편이고... 5월 1일 경기에서도 아마 신종길을 상대로 강한 2루 송구로 도루를 잡았던 게 백용환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인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긴 한데 이날 도루가 잡힌 한윤섭이나 신종길이 꽤 빠른 주자인 걸 감안하면 송구 좋았죠.
이날 도루자 한 번은 진민호의 견제(민호는 주자 견제를 신경쓰면 정말 잘하는 녀석인데 초반엔 아예 정신줄 놓고 주자를 한번도 견제 안 하더라는... -_-;; 그래서 포수가 좀 고생했습니다), 나머지 한번은 이준수의 송구.
포수 기량적으로는 이준수가 제일 우수합니다. 송구가 예전 도루저지 1위할 때의 김포수 송구거든요. 어깨가 최상급은 아닌데 미트에서 공을 빼내는 동작이 정말 간결하고 지체없이 정확히 던지는 스타일의... 특히 이준수가 송구로 도루를 잡을 때는 주자가 도루 타이밍이 좋은 느낌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더 칭찬해줄만 합니다.
제가 기술적인 걸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포수로서의 풋워크 같은 것도 좋고 바운드 볼에 블로킹 동작도 좋습니다. 이닝을 마친 다음에 투수를 따로 불러서 의견을 교환한다거나 사인을 맞춰본다거나 하는 걸 보면 포수가 뭘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있고 기본기도 잘 갖춰져있는 포수죠. 다만 신고선수라서... 경기장에서 보기에 좀 퍼진 감이 있어요. 엉덩이가 커졌어... orz 타격에 좀더 신경을 쓴다거나 하면 포수 없어서 빌빌대는 이 팀이라면 정식선수가 꿈도 아닌데 말입니다. 하긴 신고선수에게 이것저것 상세하게 가르쳐주는 팀도 별로 없긴 하지만, 이 때문에 좋은 기본기를 가진걸 거듭 확인해도 기분이 마냥 밝아지지는 않습니다. -_ㅠㅠㅠㅠ 역시 미지명 고딩들이 대학 안 가고 바로 신고선수로 들어오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덤. ㅎㅎ;

4월 30일, 관중석을 오가며 가끔 선수들을 격려하던 홍대리
Posted by 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