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대통령배 결승전에 가려고 했는데 내일 여건이 안 될 것 같아서 미리 준결승전을 다녀왔습니다.
5시에 수업 끝나고 동대문에 가니 5시 50분쯤이어서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입장해서 맨처음 전광판을 봤는데 선발 한기주길래 경악을 했습니다.
군산상고 선발 원종현 선수까지는 예상했는데 광주동성고 선발은 양현종 선수나 동기인 류세연 선수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위기 상황에서 한기주 선수가 나오는 시나리오를 생각했는데 윤여국 감독님이 군산상고를 어렵게 생각한 모양인지 강수를 두었습니다.
요즘의 한기주 선수는 '그동안 본 중에서 최악의 몸 상태'를 계속해서 갱신하고 있습니다.
작년 대붕기(?) 때보다 나쁜 상태가 존재할까 싶었는데, 적어도 그 때는 컨트롤은 정교하지 않았어도 직구만은 씩씩했습니다.
요즘은 정말 최악입니다. 짧은 기간동안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저번 토요일에 봤던 것보다 훨씬 좋지 않았습니다. 볼 끝같은건 전혀 볼 줄 모르지만 그 정도로 볼의 힘이 심하게 차이가 나면 저같은 문외한 눈에도 보입니다.
공 끝이 아주 깨끗해졌고 미트에 꽂히는 소리도 전혀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는 경기를 잘 막아낸 편입니다만... 내일 경기가 걱정이 됩니다.
실책이 경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았는데 역시 그랬습니다.
3회초의 군산상고 3루수 김현철 선수가 평범한 타구를 잡아내지 못해서 안타를 내준 것은 다행히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는데요. (김현철 선수는 원래 투수입니다^^;;) 9회초 전태현 선수가 신영재 선수의 번트 타구를 잡아서 선행 주자를 잡으려다가 송구 에러가 난 것이 정말 뼈아팠습니다. 아웃 카운트를 늘려나가지 못해서 최주환 선수의 스퀴즈로 한 점을 내줄 수밖에 없었거든요. 팽팽한 투수전에서 1 : 0과 2 : 0의 차이는 컸고, 결국 9회말 군산상고는 반격하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게 됩니다.
그리고 군산상고의 중견수를 보던 황선일 선수의 수비가 아쉬운 점이 꽤 있었습니다. 수비범위가 넓어야 하는 중견수 치고는 발이 느린 편이라고 해야하나... 타구를 잘 쫓아가지 못해서 장타를 내주기도 했거든요. 특히 6회초 최주환 선수의 2루타가 나올 때 황선일 선수가 수비만 잘해줬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군산상고의 경기 운영에서 아쉬웠던 것이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습니다.
6회초 한 점이 나는 상황을 돌이켜보면, 원종현 투수는 미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높은 곳으로 멀리 던져버릴 때가 꽤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홈런왕이라고 놀리곤 하는데 오늘따라 멀리던지기가 안 나오대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6회초 멀리던지기가 2번 연속해서 나오더라고요. 평소 멀리던지기를 할 때 보면 한번 높은 방향으로 던지고 난 다음엔 꼭 스트라이크를 잡아나갔는데, 오늘은 정말로 이상했습니다. 이젠 한계에 도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주동성고의 1번타자 장준환 선수는 멀리던지기 덕택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서 나갔고 임세준 선수가 착실하게 번트를 대어서 주자를 2루에 갖다놨습니다. 다음 타자는 최주환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는 체구는 작지만 맞추는 재주가 상당합니다. 선구안도 괜찮아서 거의 본즈 수준으로 출루를 하는데다가 이전까지 타점이 7개였습니다. 이미 원종현 선수는 한계에 도달했고 좌타자인 최주환 선수를 상대로 좌투수인 차우찬 선수를 내는게 옳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가더군요. 결국 최주환 선수가 2루타를 쳐내어 8번째 타점을 올렸고, 이 다음에야 차우찬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늦어버린 거죠.
따지고 보면 6회초 광주동성고도 아쉽긴 했습니다. 차우찬 선수로 바뀌고 나서,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리라는 철칙을 충실히 지킨 박성남 선수가 2루타를 쳐냈는데 3루쪽에 서 계시던 코치님이 주자의 홈승부를 막더라고요. 최주환 선수가 발이 아주 느린 선수도 아니고 당시 중견수(생각해보니 또 황선일 선수군요-_-;)의 송구가 매끄럽지도 못했습니다. 군산상고의 중계 플레이가 주저하는 듯 소심했는데 그때 과감히 뛰어들었으면 확실하게 도망갈 수 있었죠. 그러다가 5번타자인 임창윤 선수의 허무한 땅볼에 3루주자가 홈에서 아웃 되었으니 더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8회초의 군산상고의 위기 관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씩씩하게 던지는 게 매력적인 차우찬 선수가 최주환 선수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답지 않게 한없이 인터벌이 길어졌습니다. 주자를 의식해서 자꾸 견제구를 던지고 하더니 결국 만루까지 채웠지요. 감독님이 올라가서 적절하게 한번 끊어줬고 대량 실점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지요.
나무 배트로 바뀐 이후 영 맥을 못 추던 광주동성고의 박성남 선수가 슬슬 살아나는 듯 꽤 큼직한 타구를 날렸고 안타도 몰아쳤습니다. 최주환 선수는 오늘 중요한 순간마다 타점을 올려줬고, 김준렬 선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군산상고의 황선일 선수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고 최형록 선수는 여전히 찬스마다 병살과 삼진을 당하며 확실하게 끊어줬고요. -_-;;
내일 경기는 중계해주려나 모르겠네요. -_-
그래도 전국대회 결승인데 프로 경기 포기하고라도 중계차 보냈으면 좋을텐데... 지금 막 확인해보니 안 해주는군요. =_=;;;
(딜레이 중계도 힘들다는 말이더냐... ㅠ_ㅠ)
*
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3루쪽(군산상고)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입장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전국 대회 4강 진출 기념으로 버스를 대절해서 온 것 같습니다.
외야쪽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이 몇 명 입장하길래 지켜봤더니 방송반 학생인 듯 카메라를 설치하여 경기 내내 촬영을 했습니다. 오늘 경기를 나중에라도 보고 싶으신 분은 군산상고 방송반에 연락하셔서 촬영 테이프를 얻어내시면 되겠습니다. ^^;
하여튼 군산상고 측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응원막대를 들고 있었고요. 북과 꽹과리 장구를 들고 온 사물놀이부부터 시작해서, 학교 응원단도 응원 복장을 하고 앰프를 대동해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 밴드부가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을 모두 챙겨와서 세팅해놓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밴드부를 동원한 학교는 동대문을 얼마 안 다녔지만 처음 보았는데, 다양한 응원이 등장해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
** 근데 학교 이름이 군산정보고등학교로 바뀐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봐요. -_-;; 하도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유명해서, 전국대회만 군산상고라는 이름으로 나온다는 얘길 들었는데 각종 포탈에서 검색해보면 군산정보고는 어디에도 없네요.
*** 그리고 궁금하실 분이 계실 듯 해서 적어봅니다. 오늘 한기주 선수의 투구수는 130개입니다. 제가 중간에 딴짓하다가 헷갈려서 오차는 있을 수 있는데, 아마 오차는 5를 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투구수는 적은 편이죠. 두들겨 맞으면서 완투했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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