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밑의 '분류'에 신경을 쓰며 읽어주세요.
(즉, 농담이라는 얘깁니다.)

토요일의 세번째 경기, 청주기공 : 군산상고는 12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끝에 일요일 아침 서스펜디드 경기를 벌이게 된 짜증나는 경기였지요.
제 주변에 계시는 분 모두가 더위와 짜증으로 헉헉대는 가운데,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군산상고의 '국보급' 포수 이광열 선수 덕분이었습니다.

이 선수의 캐릭터의 특이함은 거의 오바 홍포수에 비견된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아니, 앞설지도.

이광열, 1988년 6월 20일 생 (저랑 생일이 하루 차이나는군요), 2학년, 우투우타, 181cm, 87kg.

괜찮은 체격의 타격이 약간 안 되는 포수.
여기까지만 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인천고 제외) 평범한 선수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 군산상고 경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전적으로 이 선수의 덕분이었습니다.

2회초, 청주기공의 선두타자 송동균 선수가 내야안타를 치고 출루합니다. 그리고 송동균 선수는 도루에 성공하여 뒷타자 고덕현 선수의 파울 플라이 아웃에도 불구하고 1사 2루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타자 정회찬 선수가 하위 타선임에도 불구하고 차우찬 선수(군상의 내야수의 교란-_-으로 인해서 제 모습이 아니었지만)에게서 안타를 얻어냅니다.

군산상고의 외야 수비는 괜찮은 편입니다. 멋진 중계 플레이가 이루어졌습니다. 저와 주변 분들은 좋은 승부 끝에 2루 주자가 아웃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홈에서 포수 이광열 선수가 달려드는 주자를 막고 힘차게 태그를 했습니다.
그러나... 생뚱맞게 이광열 선수 옆에서 공이 구르고 있었습니다. -_-;
세이프.

청주기공 학부모님들의 환성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우리 모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런 송구를 포구 못하는 포수가 존재할 줄이야.
이 때부터 예감했습니다. 이 선수, 오지게(사투리) 특이하구나.


2회말, 저는 이광열 선수의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기다렸습니다.
프로 무대에서 타격에 들어서기 전 타자들을 보면 배트에 뭔가를 끼우고 타격 연습을 합니다. 그게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광열 선수가 그걸 끼우고 배트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더군요. 옆에 앉아계셨던 [한잔더]님께서 프로에 못지 않다며 감탄을 하셨지요. 그러나 그 감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광열 선수 앞 타자인 원종현 선수가 사구로 출루하고, 이광열 선수의 타석이었습니다. 변고가 발생했습니다. 이광열 선수가 배트에 끼운 '그걸' 빼내지 못하고 낑낑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_-;;;; 결국 옆에 있던 선수와 둘이서 배트를 잡아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당겨봐도 뒤로 당겨봐도 안 빠집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이광열 선수는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이벤트를 보여준 이광열 선수는 삼진 아웃.

공수교대가 되었습니다.
포수 타석에서 이닝이 마무리가 되면 대개의 포수들은 재빨리 프로텍터를 착용합니다. 불펜 포수가 투수의 공을 받아주고 있을 때 프로텍터 착용을 마친 포수들이 나타나고 이닝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불펜 포수가 물러나고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서 있는데도 경기가 속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홈에 포수가 없었습니다.-_-; 덕아웃에서 이광열 선수가 한참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있더군요...;;; 팀의 누구보다 중요한 투수를 세워놓고 주심마저 팔짱을 끼고 기다렸습니다. 한참 후에야 이 선수가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슬렁슬렁 나타났습니다. (헐레벌떡도 아닙니다)

거의 매 이닝, 자기가 타석에 들어설 때쯤은 반드시 그럽니다. -_-;
남들이 프로텍터 착용하고 벗는 시간의 배 이상은 걸리더군요. =_=
심지어는 군상 선수들이 모여서 감독님과 함께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는 순간에도 혼자 다른 쪽에서 프로텍터를 슬렁슬렁 벗고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군산상고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다 특이한 편입니다만, 이 선수는 군계일학이었습니다.
처음엔 자기 팀을 교란시키더니 나중엔 청주기공까지 말려들게 하는 이 엄청난 힘. -_-)/


*
매우 특이한 선수가 또 있었습니다.
군산상고의 이광열 선수 타석도 구멍이었지만(-_-), 그 이후 8번 슬롯도 구멍입니다. 그래서 유독 그 순번에 대타 투입이 많았는데요.
9회말, 김 감독님은 대타 이상호를 투입했지만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대수비로 전웅섭 선수(1학년)를 냈지요.

이 선수가 이광열 선수에 못지 않은 포스를 보여줬습니다.

11회말, 군상은 늘 그렇듯이 찬스를 잡았습니다. 타순의 블랙홀 이광열 선수가 무려 안타를 쳤거든요. 그래서 2사 1,2루 상황이 되었는데요. 이광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 있는 동안 다음 타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웅섭 선수가 무려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더군요. -_-;;; 야구 보러다닌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선수는 제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_=
그리고 너무 몸을 과도하게 푼 덕분에 이 선수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요.;;;;


저 정말 진심으로 군산상고가 맘에 듭니다.
왜 이리 하나같이 특이한지... 차우찬 선수에 이어 마운드를 지켜준 원종현 선수도 그렇고 작년에 봤을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김성한 감독님이 팀을 맡은 이후 정말 많이 달라졌더군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독특합니다.
서로간의 파이팅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다지 경직된 분위기도 아니고 모두가 자유분방해 보입니다. 아주 뛰어난 선수는 없을지 몰라도 하나같이 시원시원하고요.

올해 군산상고 경기를 보실 기회가 있으시거든 꼭 챙겨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국보급 포수와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타석에 대기하는 선수, 멀리던지기를 하는 홈런왕 투수(원종현)를 보실 수 있답니다. ^^
2005/05/01 00:36 2005/05/0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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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규君 2005/05/01 17:49

    매우 대단한 포수군요;;;
    오늘 파울볼에서 본 '포수 나주환'사건과 왠지 오버랩되는(...)
    하지만 주환선수는 의외로 잘 봤다고 하더군요...

  2. 채니 2005/05/01 22:24

    민규君님/
    정말 대단하죠.;;
    나주환 선수 포수 마스크 쓰다, 는 정말 못 봐서 너무 아쉽습니다. ^^;

  3. 잿빛하늘 2005/05/01 23:04

    아악 민규니이임~~~채니니이임~~
    그 나주환 포수-_-에게 당한 팀 입장에서는-_-;;;; ㅠ_ㅠ
    진짜 중계했더라면 SK 입장에서는 망신살이었을듯-_-;

  4. 채니 2005/05/02 01:10

    잿빛님/ 망신살... ^^;; 기운 내세요~

  5. 히까리 2005/05/02 10:58

    마, 망신이라뇨. 그럴수도 있... 잿빛님 힘내세요! -_-;;;;
    그나저나 군산상고 이광열 선수 제대로 엽기군요. 전 김성한 감독님이 어마 무섭게 애들 잡고 계실줄만 알았는데. 절대 아닌가봐요. ㅋㅋㅋ

  6. 채니 2005/05/02 12:44

    히까리님/
    이광열 선수는... =_= 고교야구의 틀에 가둬놓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흐흐;
    김감독님이 무섭게 잡고 있으시겠죠. 근데 다른 팀 감독님과 다른 무엇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군산상고가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두번인가 봤는데 그냥 악하고 깡밖엔 안 보였던 팀이었지요. -_-;;;
    김 감독님이 맡은 군상은 정말 심하게 특이해졌습니다. 자기들끼리 에러하고 자멸하는 분위기에서 점수는 2점밖에 안 내주는 팀입니다. (게다가 광열이만 아니었어도 1실점...) 우수고교 대회에선 그저 어리버리했긴 했지만.
    그래서 저는 군상의 이번 대회 우승에 올인~을 했지요. 크흐흐;;;
    험난한 대진을 뚫고 지대로 엽기인 군상이 전파를 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_<

  7. 채니 2005/05/02 18:10

    광열이가 3번타자로 나와서 1회초 안타를 쳤습니다~ >_<
    이뻐 죽겠어요.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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