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과 스캔들

이야기/진지함 | 2008/06/28 22:08 | 채니
요즘 몸도 별로였고 모니터가 맛이 가서 인터넷도 거의 안 했는데 충격적인 소식에 오랜만에 얼굴을 내밉니다.
리오스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서, 야쿠르트에서 방출되었고 일본 리그에서 1년 출장 정지 조치를 당했다고 하는군요. 한국은 일본과 너무나 가까워 일본쪽 소식엔 한국에서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다른 리그들은 약물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에 리오스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것 같다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최근 야구 쪽의 지인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다른 얘기를 하다가도 약물 이야기가 튀어나오곤 했는데 이런 사태를 예감했던 것인지. -_-;;;;

기아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 중에 가장 좋아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두산에서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Favorite이라고 말할 수는 없게 되었을 뿐(좋아하는 사람을 나눠갖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죠 ㅎㅎ ), 리오스가 애틋하지 않은 기아 팬들은 별로 없었을 거예요.
트레이드 직후 잘하게 되었다는 게 불법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진솔한 사람이었는데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픈 욕망이나 돈에 대한 갈망은 양심마저도 흔들리게 하는 모양입니다.

각 게시판 반응은 외국인이기에 가혹한 잣대가 들이대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게 솔직한 심정.
금기에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것은 당연히 잘못이긴 한데, 그동안 약물 문제가 의혹 단계에 그치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게시판 반응이 유독 싸늘해서 말입니다. -ㅅ- 제가 보기엔 기록 삭제 이야기까지 나오는 최초의 선수네요. 게시판에서 오가는 비아냥이 같은 외국인이었던 호세보다도 급이 높은 듯 합니다. (다들 호세는 싫어도 롯데 팬만은 두려운?)

뭐, 인간에게 객관성이란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으니 잣대가 왔다갔다 하는건 당연하기야 하지만 우습긴 우스운거라.
- 글 쓰고 나중에 게시판을 살펴보니 다들 리오스를 믿었기 때문에 더 화가나는 것 같음..... 하긴. -_ㅠ


그간 한국 리그는 약물에 대한 금기만 있을 뿐 제재 조치는 거의 없었습니다.
작년에야 양성 반응이 나온대도 경고 조치에 그친다고 선언하고 도핑 테스트가 최초로 시행되었을 정도이니.

최근 무작위로 24명을 뽑아서 2차 도핑 테스트가 시행되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게시판에서 주워듣기로 도핑 테스트를 받으면 3주 정도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고 이번에는 작년 테스트 때와는 달리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 이름을 공개한다고 했으니, 6월 말 쯤엔 어느 팀의 누군가가 이름을 올릴지도 모르겠다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결과는 24명 전원 음성 판정)

금기만 있는 한국 리그에서 약물을 하는 선수가 있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은 추측입니다. 논의 자체에서 자유로울 선수가 몇이나 될까... 조심스럽게 말해도 될 정도로요.
요즘은 선수에 대한 판단이 냉정해진 편이라, 혹시나 제가 응원하던 누군가가 약물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바다 건너의 리오스가 될 거라는 상상은 못했는데... 마인드 컨트롤이 나름대로 잘 되긴 됐나봐요. 그냥 씁쓸하기만 할 뿐이니.

어쨌거나 사적으로 약물에 대한 의혹 제기를 농담식으로라도 안한 건 아니지만, 이 상황에선 약물을 안하는 것 같은 선수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기아에서는 김상훈을 꼽습니다. -_-)
리그 전체를 봐도 김상훈보다 약물을 안 할 당위성이 있는 선수는 없을 거니까요. (실력 얘기는 별개로 합시다;;)
(다른 사람의) 약물 문제로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고, 인생의 질곡을 여러가지 체험했을테니 앞으로도 김상훈의 앞날에 약물 따위는 없을 거라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나마 응원팀에서 한 명을 절대 배제!할 수 있다는 게 저는 다행스러워요.

제 지인께서는 장스나를 꼽으셨습니다.
남들은 나이 먹어도 홈런도 뻥뻥치는데 해가 갈수록 장타력이 감소하는지라.;;;
장똑딱 모드라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에 제동이 걸릴까봐 두려운 요즘이니, 충분히 신빙성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 잔부상이 많아 남들도 그렇게 봐줄까 싶은 게-_ㅠ 속이 상하긴 하네요.

요즘 들어서는 약물 의혹으로 개나 소나 이름 오르느니 뻥 터뜨리고 차라리 많은 선수들이 의혹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하는데, 리그 돌아가는 게 영 답답할 따름입니다. 약물을 절대 안할 것 같은 선수를 꼽으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는 현재 리그 구조가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약물 얘기만 하려다가 윤석민 이야기도 조금 덧붙여 봅니다.
야구판에서 선수들이 만나는 여자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게 지인의 얘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 곧이어 터지더군요. -_- 정말 지인들과 뭔가 이야기를 하면 얼마 안 가 실현되는 게 두려워질 지경입니다.;;;

야구장 다니다보면 선수들의 여자 친구를 가끔 보는데 그녀들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날씬하고 예쁘고, 남자친구를 제외하고도 선수들과 두루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뭔가 진실하고 진득하게 사귄다는 느낌이 드는 커플이 별로 없어요. (누군가와 사귀면 제발 예쁘게 오래가길 빌고 있는 제가 변태입니까 ㅠㅠㅠ)
석민이네 커플 같은 경우도 느낌이 좀 그런 쪽이라 몇몇 지인들이 걱정을 했던 건데, 에혀.

뭐랄까.
석민이는 상당히 영리하고 처신을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전의 편의점 여친 이야기 때문에 심지어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일반적인 젊은 선수들과는 다른 모양새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최근 벌어진 사건을 보니, 역시나 야구 선수들이 접하는 사회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아무리 똑똑한 선수라고 한들 어쩔 수 없다는... 그러니까 석민이도 헛똑똑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젊으니까. 다른 한편으론 아무리 얼인히 소리 들었대도 성인이니까. 뒤에서 팬으로서 안타까워하는 게 고작이긴 하지만.

마음 고생이 심할텐데 잘 털고 일어나길 빌고 있습니다.




2008/06/28 22:08 2008/06/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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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6/29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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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2008/06/30 21:35

      저도 리오스를 정말 좋아해서 후유증이 오래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계약 파기로 인한 위자료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겠지만, 도핑에서 적발된 이후 리오스의 대처는 실망스럽고... 제가 봐오던 전라도 리오스 같지 않고... 정말 씁쓸한 요즘입니다.
      정말 모두가 다 도핑하고 속시원히 밝혀졌으면 좋겠는데 선수 전원 도핑테스트는 꿈만 같을 것 같네요. 에휴.

      둥글게 썼는데 무슨 말을 쓰려고 했는지 알아주셨네요. 석민이네 여친도 그 여자분과 비슷한 케이스랍니다.
      선수 여친이나 사모님 중에 좋은 분들도 많고 잘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고, 젊은 선수들은 주로 안 좋은 방향이 많죠. 여친이 어떤 사람이든 진득하게 사귀면서 서로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긴 있습니다만... -_ㅠ 오히려 이런 경우도 어려운 것 같고 참...

      아, 혹시 가능하시다면 수신 가능한 메일 주소 하나 정도만 남겨주시겠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보내드릴 게 하나 있어서요.;;

    • 비밀방문자 2008/07/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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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2008/07/02 22:02

      보내드렸습니다.
      기아는 오늘도 경기 졌네요. ㅎㅎㅎ 럭키 세븐으로 가라는 운명인가 봅니다.

  2. 리제 2008/06/30 00:51

    리오스 건은 너무 속상해서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답답하고 난감한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믿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인지, 약물로부터 자유로울 우리 선수들을 생각해보니 하나씩 다 핑계거리가 생기는데요. 전 일단 종국성, 섭치로님, 용큐 콤보의 셋이 합쳐 홈런 0 트리오-_-가 먼저 생각나요.(섭치로님은 얼굴에 '나 힘들어요.'를 달고 다니시는 분이고-_-; 종국성은 해가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게 눈에 보이고, 용큐는 BJ로이드 이외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 믿어봅니다.)

    석민이야 뭐, 여자친구가 있든 없든 제 몫은 충분히 해 줄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건 천 년 묵은 콩깍지 때문일까요..-_-a 개인적으로 좀 화가 났던 부분이라면 부상으로 2군 가고 5연패한 최악의 타이밍에 그런 기사가 나왔다는 부분인데요. 당연히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구설수에 오르는 게 좀 짜증났는데(이 녀석, 힘들게 따라온 시즌 말아먹게 생겼는데 이런 사고나 치다니..-_ㅠ) 여기저기서 까이고 놀림받는 걸 보니 좀 고소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남의 사생활 가지고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뭐, 와서 잘하면 그냥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지.' 정도의 우스개소리로 남겠죠..ㅎㅎ(못하면 천 년 동안 까여도 옹호하지 않을 생각이지만요..;;;;;)

    • 채니 2008/06/30 21:43

      저는 리제님이 말씀하신 선수들은 다 믿어요.
      국가대표불러만주셈무조건나갈게 상태인 종범성도 그렇고 울 선수 중엔 그래도 믿음 가는 선수들이 아직은 더 많아 보여요~ 뭐, 요 몇년 간의 팀 성적만 봐도 약물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을 듯 하고 말이죠. 쿨럭
      그래도 김포수는 콱 믿겠다는 거라 ㅎㅎㅎ 사적인 자리에서 저 이야기할 때는 김포수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겁니다.;;;

      저도 야구하는 석민이한테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놀땐 놀더라도 자기 관리는 철저하게 잘 하는 선수죠. 부드럽지만 강단도 있는 외유내강형이고요.
      그래서 석민이의 자기 관리와는 크게 상관없는 부분에서 시련이 닥쳐오는 모양입니다. 것도 말씀하신대로 가장 좋지 않은 타이밍에서요. 저야 그냥 잘 이겨내겠지 하고 넘겼는데 재활군 간 상황에서 그런 글이 올라온 걸로도 많이 까였나보군요. -_-;;;; 투수는 손에 물집 잡혀서도 가는게 재활군인데 왜 그러는지. 쩝.
      말씀대로 저자식도 헛똑똑이었나 싶어서 좀 웃긴 했습니다만;;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화요일엔 잘 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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