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대화를 나누는 중 지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야구하는 애들을 나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개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오갔던 말은 이런 어조는 아닙니다만. (좀더 오프라인식의 표현이라고 해두죠 ㅎㅎㅎ)
- 정확하게 말하면 그 말씀은 야구인이라기보다는 체육인들더러 하신 말씀이지만, 일단 야구인이라고 쓰겠습니다.
어렴풋이 공감하고 맞장구는 쳤지만 완전히 실감은 나지 않았던 그 말씀이, 정말 오랜 야구팬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걸 깨달아가는 시점이 요즈음입니다.
뭐랄까, 요즘 느끼기론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가 야구계를 보는 건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 무리 사이의 위계 질서를 인간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랄까.
사자 무리의 질서는 일견 먹이사냥을 하고 새끼들을 훈육하는 암사자들이 중심이 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놀고먹는 숫사자들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라죠. 무리를 위협하는 적이 나타날 때는 암사자들이 아니라 허구헌날 그늘에서 낮잠이나 자던 숫사자들이 매섭게 대처를 한다니까요.
가부장적인 모습은 인간들과 비슷하더라도, 한국인 남자의 가부장적 사고와 숫사자의 가부장적 사고는 행동양식이 상당히 다른 이상 같을 수 없죠. 자기가 나서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정도 말고는 의식 구조 내부에 잠재해있는 핵심도 같지 않을 거예요.
근본 원인은 사회화의 장이어야 할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지 않고 훈련에 매진해야 하는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문제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새삼 그런 얘기 쓰고 싶지도 않고. (이미 써봤지만 일부 학부모에게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반박까지 받았던 게 현실)
아무튼 사회화 과정부터 야구인과 일반인은 비슷하지 않으므로(물론 완전히 다르진 않습니다. 또다른 사회화 기관인 가정이 있고 근본적으로 그들도 살아가는 곳은 인간 사회이기 때문이죠) 사고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느끼기로는 야구인들과 일반인은 상호 배타적입니다.
일반인들의 운동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듯, 야구인들도 자기들의 세계에 일반인이 들어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SK 위대한 사건 때 그랬습니다. (좀 지난 일이니 이름 거론할 용기도 생기네요)
애초에 지명조차 안해야 했다고 하고 싶습니다만 어쨌든 실력은 있으니 2차 지명은 됐습니다. SK에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캐릭터성 있는 신인으로 언론에 부각시켰죠. 언론에 그렇게 몇번이고 부각된 이상 사생활에서의 문제가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나름대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일이었고, 언론에 부각된 방향조차 일반인들의 사고방식에는 이해가 될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왜 오히려 그런 쪽의 사생활을 바로 떠올리게 할 캐릭터성을 잡았는지 모를 일이죠.
상당히 여러번에 걸쳐 멀티 아이디까지 써가며 누군가가 문제를 키웠지만 제가 보기엔 시작을 누가 했든 그런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동안 그 문제로 게시판이 시끄러웠습니다. 위대한은 싸이를 닫고 자숙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혼자 자숙한다고 되기엔 문제가 워낙 커졌습니다.
얼마 후 위대한이 구단에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고 조용히 임의탈퇴를 했다는 기사가 한 줄 나오고 사건이 일단락 되었죠.
야구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죄를 남길 사안은 아니었을 겁니다. 원래 프로에 입단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고 최근 마음을 다잡았다고들 했으니. 그러나 며칠을 떠들썩하게 팬들끼리 감정싸움하며 게시판을 수놓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조용한(?) 마무리였죠. 뭔가 구단 차원에서의 관련 의사 표명 정도는 더 나오는 게 좋았을 것 같은데 결론은 대답을 촉구하는 팬들에게 일단 기다려보라는 한 마디에 이은 위대한이 힘들어서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걸로 끝이었어요.
구단들은 팬들에게 해명하고 이해시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당시 깨달았어야 했는데.
SK만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기아도 마찬가지였죠.
임준혁 사건 때였던가요? 사실 그 사건에 대해서 팬들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어요. 우발적인 밀침이라고 보기엔 너무 괴이쩍었습니다. 야구인들간의 위계질서는 나름대로 확고했고 이대형이 임준혁에게는 연장자였으니까요. (하긴 이번 사건 보면 위계가 과연 있는지 헛웃음만 나올 뿐이지만 당시 생각으론)
그런데 엘지, 기아 양 구단의 대처 방식은 어땠던가요?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죄송하다, 앞으로는 자숙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말고는 팬들이 이해할만한 의사표명은 없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기아 편향이긴 했으나 명예기자에 의해호사방에 올라온 '사인 훔치기 의혹' 말고는 없었어요.
우스울 뿐입니다. 팬들은 보디체크에 이은 벤치 클리어링까지는 봤는데, 그냥 '저것이 미쳐서 어디서 사람을 밀치나' 이상으론 생각을 못하게 된다는건요. 그리고 공식적인 의사 표명은 없이 임준혁이 kbo 차원에서 징계를 받는 수준에서, 엘지와 기아 양 구단이 합의하는 선에서 대충 조용히 끝맺으려 한다는 것이요.
기아는 늘 그랬습니다.
마케팅 부분에서도 그랬어요. 제 지인은 매진된 날 야구장에 갔다가 선수 가족에 의해서 기존에 앉아있던 자리를 뺏겨야 했습니다. 분명히 어떤 상황에도 야구장을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미리 돈을 주고 구입했는데도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마케팅 팀장과 이야기를 했더니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우리도 선수 가족 관련으로는 나름대로 내부 고충이 있다. 앞으로 잘하겠다' 뿐이었습니다. 듣고 싶었던 말이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팬들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 이런 문제는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시정하겠다'죠.
사건을 기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그때그때 불만을 무마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 게 구단들의 자세입니다. 야구계가 다 그래요.
기아보다 나은 점은 산만큼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선 SK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에 위대한 사건이 그랬고, 이번에 윤길현 사건이 그러하지요.
팬들은 여전히 납득할만한 설명을 들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게도 내부 고충이 있고, 내부에서 해결을 했으니 이해해달라'는 게 고작이에요.
이번 사건의 주체는 윤길현이지만 윤길현이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고작 싸이 닫고 방명록 닫고 죄송합니다 한 마디에, 문제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과문이 qwert로 시작하는 참 어이없는 아이디로 올라온 게 고작이었죠.
본인 입으로 사과하는 코멘트를 듣고 싶다는 게 그리도 어려운가요.
죄송합니다 한 마디 적고 싸이를 닫는 건 주변 지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qwert로 시작하는 윤길현이라는 이름의 아이디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관리자도 급조할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 윤길현은 2군도 가지 않았습니다. '자숙을 시키기 위해 호텔에 두고왔다'는, 아마 사건이 무마되면 다시 1군에 등판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조치가 고작이었죠.
팬 퍼스트에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하지만 결국은 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SK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겁니다. 팬들이 야구를 잘 알기를 바라지 않고, 그냥 이기는 경기에 웃으며 기쁜 마음으로 상품 팔아주고 막대 풍선 팡팡 두들기는 바보로 남길 원하는 거죠.
예, 사실 팬들이 야구를 알아봐야 뭘 알겠습니까.
저도 투수는 승수에 타자는 타율이 최고였던 예전에 팬질 처음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돌아가는 게 가장 야구를 즐겁게 보는 방법이 맞더군요.
그런데 그런 팬들로서도, 최소한 미디어에 비치는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은 보고 싶은 겁니다. '사건을 무마하고 조용히 지나가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요.
미디어에 단 한번도 나서지 않은 말로만 사과가 아니라, 경환옹과 종범성이 있는 데에 찾아가서 악수하고 사진을 찍든 몇 경기 출장 정지로 징계를 하든! 하다못해 그 사태를 조용히 넘겨서 징계할 명분조차 만들지 않은 심판에게 벌금을 매기고 징계를 하든. 이렇게 커져버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야구계는 팬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나요?
팬들이 야구를 알아봐야 좋을 것 없다, 우리끼리 알아서 할테니 너네들은 괜히 얼굴 붉히지 말아라. 너네들이 그러니 우리로서는 당황스럽다.
지금 상황돌아가는 게 딱 그 꼴입니다.
* 일단 이 글 쓰고난 직후 윤길현 2군행. 월요일이면 더 명분 섰을텐데. ㅉㅉㅉ 싸이 닫는 속도는 빠르지만 중요한 일처리 속도는 황당할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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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의 수준을 시스템과 운영하는 이들이 쫓아오고 있지 못하다는 말씀이죠...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랑 참 비슷하네요...;ㅁ;
예, 마케팅 관련으로 원래 쓰려던 글이 따로 있었는데 이번 사건과 연결지어 생각해서 쓰려다보니 논리구조는 한없이 빈약합니다만 ㅎㅎ;
구단들은 팬들이 그냥 막대풍선 두들기고 상품을 소비해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요. 야구인들 당사자들도 일이 커지는 게 싫은 눈치이고.
물론 팬이 야구계에 일정 선을 넘어가서 개입하면 위험하겠습니다만 야구 외적인 것이 문제가 된 요즘 사건 같은건 팬들이 사과를 촉구할 수도 있는 문제죠. 팬들도 그 ㅆㅂ을 같이 TV로 봤어야 했으니까...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뒤늦은 댓글입니다.;;
요즘은 8개 구단은(어쩌면 우담 제외하고 7개구단일런지...) 일종의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한자 동맹처럼, 자신의 영역에 새로운 이가 들어오는 것도 용납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물론 도를 지나친 대응도 있기는 있었습니다만(문학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보이콧하자는 서명은 좀;;;) 팬들이 행동을 하니 그나마도 이뤄낸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마 일반적인 도의와는 상관없이 그들만의 문제로 그들 선에서 해결이 날 확률이 높았겠죠.
최근 1군 훈련에 합류했다니 그건 좀 속이 상하네요. 제목만 보고 속상해서 안 읽으려다가 읽어보니 생각했던 방향은 아니지만. 인생을 조질 생각은 아닌데, 왜 이런걸로 스멀스멀 면죄부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요. 전반기엔 그 선수 관련 기사는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정말 '사고 방식이 다른 개체'라는 느낌이 딱 와닿는 것 같아요.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도덕시간에 후천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늑대소년 이야기랑 일란성 쌍둥이 소녀 이야기를 배우잖아요. 그것처럼 그냥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 사고 방식의 틀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 밖에 안드는 시간들이었어요. 문제는 그럴 수록 타인의 말에도 귀 기울여 듣는 정도의 센스는 가져야 되는데 특유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까지 더해져서 정말 최악이었지요..-_ㅠ
야구는 정말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딱 '강철옵'과 같은 분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보던 시절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하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무언가를 찾게 되면 다섯개의 환상은 잃어버리는 기분은 참 속상하네요.
정말 구단들의 담합이나 그들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은 최악이지요. 그중에서도 백미(-_-)가 기아인 것처럼 보이고요. 전 이번 사건으로 누군가에 대한 증오를 넘어서서, 구단에 대한 불신만 늘었습니다. -_-
기아의 한심한 마케팅 관련으로도 이야기를 따로 확 진행시켜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아직 주변 돌아가는 방향을 살피느라 참고 있어요.
저는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고2때부터 봤거든요. 한참 혼자 즐겁게 중계 시간대를 맞춰서 보고 나름대로 2년 정도 살다가 대학 들어와서야 프로게이머 관련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걸 알았습니다. 좀 눈팅해보니 두번은 접할 세계가 아니라 아예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야구를 그렇게 단호하게 잘라내지 못한 게, 요즘 들어 좀 후회가 됩니다. 말씀대로 알아가는 게 좋지만은 않았어요. -_ㅠ
기아 마케팅팀은 뭥미??
선수 가족들도 중요하겠지만 팬들을 그런 식으로 대접을 해야겠냐고!!!
진짜 짜잉나;
성인회원 할 때도 짜증 짜증났는데;;; 쳇~
이번일은 해결되려나??
어제 기자회견...윤길현과 같이 나와서 사과했었으면 하는 생각도;;;;;;
사실은 팬들에 대한 대접이랄 게 없지. -_-;;;;
당신 성인회원 문제로 마케팅 팀과 여러번 통화하고 속 끓인 건 말할 것도 없고.
예전엔 없던 3루쪽 매표소나 무인발권기 설치해준 것만으로 고마워해야하려나...
네 말대로 기자회견에 같이 나와서 눈에 안약 넣고라도 눈물 좀 흘리고 고개 한번 숙였으면 서로 깔끔했을 것 같아. 변명 같기는 하지만 맘고생 한다는 게 사건 당사자인 본인이 나서서 사과한 일은 한번도 없었으니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가 안되어서가 아닐까 싶어서.
이게 다~~ 명바기 때문이여~~
안그려요? ㅋㅋㅋㅋㅋ
싸가지 없기로는 위아래가 없는게 SK인데
정근우 사건도 유야무야 넘어가고
이종욱 다리 잡아채고 이대수 다치게 하고
그러고도 개거품 물고 이종욱보고 쌍욕을 하던게
중계화면에 훤히 잡혔고만 뭔 사과 한마디조차 안하려고 하니
여튼 그냥 먼산!!! ㅋㅋㅋ
근데 이대형이랑 임준혁이랑 같은 해에 지명받지 않았나요?
하긴 이대형이 유급을 했으니 연장자이긴 한데
준혁이가 과연 그것을 기억할런지 ㅋㅋㅋㅋ
전 요즘 들어 기아에 위아래가 확실히 생기는 것 같은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제대로 된 리더의 존재는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명은 같은 해에 받았으니 저도 이대형 나이가 자주 헷갈렸는데 임준혁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_- 한두살 차이는 형 동생도 아닌 성격 같은데(실은 저도 그럴지도;;;) 애초에 이대형 나이는 생각도 안하고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정말 윗물 아랫물 없는건 다 명박이 때문이 맞습니다. -_- 요즘은 정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에요. 에잇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