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이야기/진지함 | 2008/05/13 21:20 | 채니

지난 며칠 간 블로그 포스팅을 쉬었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은 이유는 정말로 구단의 처사가 화가 났기 때문이고, 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블로그 메인에 맹비난을 올리고부터 이상하게 연승이 이어지는 바람에 징크스처럼 차마 글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_-;;; 마치 최근 들어 다듬지 않고 있는 최태원 코치님의 수염과도 같은 거랄까.
그쪽은 그저 미관상의 이유라면 걍 웃습니다만. _-_

최근 들어 금토일월 연이어 경기를 몇 개 관전했는데, 솔직히 저를 위해서라도(딸리는 기억력;) 관전기를 일일이 상세하게 남기는 게 좋겠지만 제 기억력과 제 체력과, 제 야구장에서의 행실;;;이 그런 관전기를 절대 허락하지 않으므로... 간단한 감상들만 적을 예정입니다.

4일간 본 경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요일 체전 광주지역 2차 예선 / 광주동성고 : 광주진흥고
토요일 체전 광주지역 2차 예선 / 광주일고 : 광주동성고
일요일 대학야구선수권 8강 / 성균관대 : 경성대, 건국대 : 중앙대
월요일 대학야구선수권 8강 / 영남대 : 인하대, 원광대 : 대불대

미리 써놓은 중앙대 유희관 관련 코멘트부터 올려둡니다. 새벽에 계속 이어서 관전 잡담 등을 포스팅합니다


유희관 (장충고-중앙대)
얼마전 아야사에서 자체적으로 1차지명 후보 명단을 꼽은 이후, 어떻게 코멘트를 써줘야 할까 여러모로 고민했던 선수인데요. 저는 이 선수를 저학년 때 이후로는 본 적이 없어서 섣불리 뭐라고 쓰기가 주저되어 두어 줄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포기했지요.
이 글이 웹진으로 업뎃될 일은 없겠지만 오랜만에 봤으니 나름대로 평을 남겨야겠지요.

올해가 투수 가뭄인 것 같긴 한데, 이 정도의 투수라면 평년 기준으로도 좌완으로서 수위권에 꼽힐 정도로 좋아 보이네요.
투수로서는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체격에, 최고 구속은 130대 중반인 걸로 알고 있으나 볼끝이 워낙 좋은 편이고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력이 우수합니다. 구속만 생각하면 이런 평을 한 것이 욕을 먹으려나. ㅎㅎ;

이 정도는 그냥 뻔히 써줄 수 있는 멘트인데. 개인적으로 요즘은 선수들의 마인드나 경기 중 보여주는 모습에 집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기술적인 것 이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좋은 선수입니다.

최근의 남해는 경기 환경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햇볕은 쨍쨍한데 바람이 타구의 질에 영향을 심하게 줄 정도로 불어요. 바람의 방향도 시시각각으로 자주 바뀌는 것 같고요.

중앙대는 수도권 팀이지만 중하위권에 속하는 편이고 경기력이 좋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팀의 경우 악천후에 영향 받기가 더 쉽지요. 건국대가 요즘 투수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도 타선도 전혀 터지지 않고(한동안 안타 없이 밀어내기로 한 점 낸 게 고작이었으니 -_-) 수비력의 뒷받침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타구가 뜨건 바닥으로 깔리건 불안했으니. 기록된 실책도 적지 않으나 바람 덕분에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엄청나게 많았던 날이었죠.
게다가 초반부터 안타를 맞아 나가는데, 운이 없으려니 바람에 먹혀서 별별 이상한 코스로 타구가 뚝 떨어져 안타가 되었습니다. (아니면 바람을 타고 더욱 뻗거나;)

이상하게 안타가 만들어지거나 야수가 뒤에서 실책을 일삼고 있으면 아쉬워하지만, 야수를 탓하거나 자책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아, 아쉽다!’ 하는 제스처랄까. 감정 표현이 많다고 박한 평가를 내릴 분도 계시겠지만 제 생각엔 동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참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데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습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힘 빠질 일이 여러번 나왔는데(특히 2루수! 실책의 숫자가 문제가 아님-_- 중후반에 나온 별 요상한 안타부터 야수선택 같은 것도 이재곤이 원흉인 게 다수. 솔직히 1학년이라 무리해서 쓸 이유도 없는데 왜 쓰는지 미스테리) 끝까지 이를 드러내고 웃더군요. 얼굴 표정이 밝으니까 충분히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승부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에이스로서 모자람이 없는, 마인드가 참 좋은 선수입니다. 아무리 칭찬을 해도 모자랄 것 같아요.

던지는 걸 보고 있노라니 왠지 장원삼이 생각나더군요. 얼굴도 전혀 닮지 않았고 성격도 상당히 다를 것인데도, 밝은 얼굴로 피칭을 하면서도 언뜻 언뜻 보이는 그 투지가 상당히 닮아있어요.

춘계리그에 별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고 스카우트에게 어필을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최근 김상록이 나름 괜찮다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건국대 상대로도 투수를 교체하지 못할 정도로(건대는 임성헌-전준우의 졸업 이후 정말 투타 모두 견적이 안 나오더라는-_-) 마운드가 약한 중앙대에선 큰 경기에서는 무조건 유희관 완투모드라고 봐야죠. 그런데도 145개를 던져가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걸 보니 계속 올라가서 잘하고 싶은가 봐요. 그러면 팬들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죠...

아무래도 우리 히어로즈는 여러 후보군 중에 유희관을 택하고 싶지 않을까요.
구속이나 구위가 엄청 큰 걸림돌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닌데, 지금 거의 에이스급으로 성장한 장원삼도 탁구공을 던지기로는 유명하지 않겠습니까.... 선발로 쓰려는 욕심만 안 부린다면 즉시 써먹기엔 좋을 듯.


*
대학야구 선수권 4강 성균관대 : 중앙대 전은 중계가 있었습니다.
아마 곧 vod가 업뎃될테니 즐겨찾기 해두시고 중계를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유희관은 9회에 등판했습니다.
http://sports.sbsmedianet.co.kr/jsp/sub/sp_sub02.jsp?menu_cd=100047 (sbs미디어넷 아이디 필요)

더불어 기아 팬이라면 vod로 업로드되어 있는 춘계리그 결승을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대학 최고 투수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박현준을 보실 수 있지요. ㅎㅎ

2008/05/13 21:20 2008/05/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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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nore 2008/05/13 21:50

    박현준 투구를 VOD로 볼 수 있다고 이전부터 듣긴 했는데 SBS미디어넷에 가입하기가 싫어서-_-; 대학 최고투수라면 1차지명 유력하겠네요.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그리고 오랜만에 포스팅하셨군요. 저도 너무 화가나서 야구 안보려고 했는데, 목동도 다녀오고... 5연승 경기 다봤습니다-_-; 오늘도 비록 졌지만 이범석 피칭이 너무 좋았네요.ㅎㅎ

    • 채니 2008/05/15 16:43

      저도 일단은 아이디 만들었는데 로긴하기 귀찮아서 영상 소장하는 방법을 강구해보고 있습니다. -ㅅ-;;;; 방송국 영상을 녹화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도전해보려고요.

      대학 최고라는 표현을 재작년에 함부로 썼다가 한 명을 보냈;기 때문에 안 쓰려고 했는데, 저 말고 다른 분이 미리 써주셔서 말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빌려왔습니다. ㅎㅎ 올해 고교도 마운드 높이가 높지 않아서 아마 고교/대학 다 합쳐도 수위권에서 밀리지 않을 투수입니다.

      저는 글은 저렇게 써놓고 5연승 다 봤지 말입니다. -_-;;;
      생방으로는 못 보고 vod로 보긴 했지만... 제가 어디 가겠나효. ㅠㅠㅠ

  2. 민규君 2008/05/14 01:53

    복귀 포스팅 환영합니다^^
    제목보고 전 맨 처음에 사람이름이 아니라 '유희관(遊戱館->노는 집)'이란 생각을 해버렸다는-_-;;;;

    • 채니 2008/05/15 16:45

      환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해석하면 그렇게도 보이는군요. ㅎㅎㅎ 제가 볼 때는 보고 있으면 즐거운 녀석이라서, 그런 유희라고 해도 귀여운 것 같습니다. > _< 그렇게 애를 쓰더니 이번 대회 팀 우승시키고 최우수선수까지 되어서 정말 기분 좋아요. ㅎㅎ

  3. 날쟈 67번♬ 2008/05/14 17:39

    엇...나도 유희관 이렇게 해서 올리려다가 비공개로 놔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넌 너무 잘 쓴다구~
    나처럼 모르는 애가 쓰면 욕 먹으니;;;;
    혼자 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사진이나 정리해서 트랙백 걸어야겠다~ㅋㅋ

    진짜 급호감이 되어버렸어~
    아아악 낼 결승전은 원대랑 중대다 ㅋㅋ
    정말 완소하는 걸 >.<
    오늘 중계 6:6 상황에서 봤는데 그때부터 점수 내서 이겼어;;
    내 덕임 -_-;;; 미안 ㅋㅋㅋ

    vod 잘 챙겨볼게 ^^

    • 채니 2008/05/15 16:48

      아웅, 하도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글이 안 써져서 고생했다.
      그나마 희관이 부분이 제일 술술 써지더라고. 희관이, 도현이 부분만 미리 써놓고 나머지는 며칠에 걸쳐서 완성했음. ㅋㅋ

      근데 나도 모르긴 별 차이는 없잖아. ㅋㅋㅋ 알면서 그래. 쓰던 글은 사진과 함께 꼭 올려줘! 우리 같이 맞트랙백 걸자. >_<

      4강 두번째 경기가 순연되었다고 그 경기까지만 딱 중계해주고 도망가는 게 뭐냐. 결승을 무시하다니 역시 스브스. 내가 원대 : 중대 경기를 얼마나 기대했는데 이럴 수가 있어. orz 잘 해주다가도 꼭 이런다니까.

      당신 덕 맞을거야. 우리 요즘 거만해져도 될 것 같아. ㅋㅋㅋ

  4. 비밀방문자 2008/05/15 16:19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채니 2008/05/15 16:50

      아, 보신 게 맞을 거예요. 제가 듣기로는 춘계 때 구속 욕심을 부리다가 망했;;;다고 들었거든요.

      구속은 야구 학교의 유망주 소개에는 133 정도라고 하던 것 같은데, 아마 130 중반까진 나올 것 같아요. 그래도 공끝이 지저분하고 좋아서 그 속도로는 안 보이더라고요. (에휴, 공끝이야 좋지만 구속이 너무 낮으니 아쉽...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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