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니야, 야구를 보도록 해라!"
충실한 야구신의 노예-_-인 채니는 약간 고민했지만 애초에 노예 따위에게 저항할 권리는 없었답니다♡
핸드폰을 문득 쳐다보니 모 양에게서 야구장 가고 싶다는 문자가 와 있는게 아니겠어요?
여기 야구신에게 낚인 불쌍한 족속이 한 명 또 있구나, 그리하여 평소 근성이 물귀신과 다를 것이 없는 두 사람은 서로를 부추겨 야구장을 가기로 했지요. 그리고... 채니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분을 또 꼬셨습니다. 올해 들어 야구장 가는 길마다 좋지 않은 기억을 가득 갖고 계신 분이라서 몸을 사리고 계시는 중인데, 그분도 신의 계시라도 받으셨는지 가당치도 않은 채니의 꼬임에 넘어가셨습니다.
야구장 가는 길에 골목 모퉁이를 돌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한번 놀라고, 바람이 하도 세게 불어서 건물벽에 걸어놓은 광고 플래카드가 세차게 펄럭이기에 무서워서 올려보던 차에 골목에서 차가 하나 튀어나와서 두번 놀랐죠. 3루쪽에서 표 사서 돌아서니 (요즘 가루가 되도록 까고 있는 애증의) 막내가 타이거즈샵에서 뭔가 하고 있는 모습을 봐버렸고, 야구장에서는 도넛 먹으려다가 물 고여있는 바닥에 가방을 떨어뜨려서 소지품(핸드폰, 닌텐도, 지갑)을 적셔버리고.
액땜이라고 좋게 해석하려고 했는데 그냥 징조였어요. -_ㅠ
경기가 끝나고나니 열혈채팅의 의욕(3시간 넘게 했음;;;)이 끌어오르는 망할 경기였는데요. -_-
나름대로 감독 옹호하는 입장이었는데 어제는 참기 힘들었습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고 환호와 함께 던진 전병두의 첫 공이 타자 몸쪽 높은 곳에 형성되는 대놓고 볼이었던 것부터 예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1회 즈음부터 전병두의 공은 조짐이 보였던 것 같아요. 영민이 뒤꼭지가 덕아웃에서 불펜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기에 '벌써 바꿀 준비를 해?'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따위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일찌감치 보낸것 치고는 몸풀기 지시가 바로 떨어지지 않았고(하긴 그 시간에 몸풀기까지 시키는 건 대단한 결단력이 필요하죠-_-), 2회초 내야안타가 나온 직후에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쯤 몸풀기를 시작한 건 이미 늦어 있었어요.
병두가 너무한 거예요. 안재만이 송구를 놓치긴 했는데 애초에 그건 야수가 잡기 힘든 코스로 가는 안타였습니다. 이현곤이 요즘 수비형 3루수(;;;)가 되다보니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보여주며 잡았던 거였지(그러니 송구를 놓치고도 기록원 판단으로 안타가 주어지죠), 원래 안타였으니 투수가 동요하고 말고할 타구가 아니었어요. 물론 안재만은 부서지도록 까도 마땅하지만 그건 야수의 사정이고 투수의 사정은 다른 것.
선두 타자 홈런을 맞고도 나름대로 1회를 버티고 넘어가기에 병두가 조금은 성장했나 싶더니 성장은 아직도 멀고먼 이야기입니다. -_- 함평 보내자니 또 2군급 투수는 아니라서 속 뒤집어질 것 같고. 어머. 식빵, 갔네? ㅎㅎ
감독에게 실망 이야기가 나오는 건, 마운드에 올라가서 한번 끊어준 뒤에도 변함없이 볼질을 하고 있었다면 밀어내기가 나온 직후에 바로 투수를 교체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게 영민이 몸풀기까지 좀더 시간을 벌어본다는 안간힘이었겠지만 어차피 불펜에서 공 몇개 더 던졌다고 나아질 것도 없었는걸요. 갑자기 이상한 내야안타 따위가 나오고 자기가 안타맞아놓고 투수가 동요하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나온 건 불가항력이지만... 그래도 일찍 바꿨으면 어땠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그 상황에선 코칭스탭이 올라가기 전에 송산이 시간을 벌기 위해 먼저 한번 올라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참 포수로서의 감각이 늘어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보입니다. 원래 하늘에서 별 따오는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후천적으로 배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기본기는 좀더 나아졌는데 그건 말 그대로 기본기 뿐. 저번 포스팅에 이어 또 쓰는 거지만 제발 포수 한 명만 바꿉시다. 팬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차라리 참신한 87년생이 삽질하도록 해주세요. ㅠㅠ
결국 영민이의 장렬한 분식회계ㅎㅎ와 함께 경기의 흐름이 완벽히 갈렸습니다.
감독 이하 코칭스탭이 정신줄 놓은 게 틀림없는 게, 저건 문외한이 봐도 명백한 대타 기회다 싶은데 대타가 한번도 안 나오더라고요.
날도 추운데 일찍 경기나 끝내자는 마인드는 주심 하나로 족했어요.
아무리 대타로 쓸 사람이 산만씨 이하 그저 그런 선수들 뿐이었다 해도 몸부림이라도 한번 쳐보는 것과 아닌 건 받아들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많이 다르죠. 경기 중후반에 종국성 타석이나 안재만 타석... 진짜 화가 많이 났어요. 아무리 자기가 직접 데려왔다고 두 타석이 지금 안타를 못 칠 것 같은 스윙을 하고 있는 걸 증명하는 안재만도 기어이 끝까지 안 빼고. 5회에 한번은 기회가 왔는데 아무리 2사라고 그걸 그대로 날리네요. 왜 박진영은 과단성 있게 빼고 종국성은 그러지 못하나요.
물론 야구 정말 못하고 있지만 정말 시즌 끝날 때까지 백인천 시즌 타율만도 못한 승률 기록하며 끝낼 겁니까. 그건 아니잖아요.
날씨는 앉아만 있어도 콧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추웠고 야구는 심란했고 일행들은 운이 없었습니다. orz
중계석 찍고 있었다고 쌩거짓말한 카메라맨 아저씨가 밉습니다. ㅠㅠㅠㅠㅠㅠ
무사사구 완봉을 보며 돌아나오는 길에, 제가 받았던 계시는 방에서 뒹굴다가 남동생을 꼬셔서 회장님 200승 경기를 보러갔던 때와 똑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선발은 모두 전병두네요 -ㅅ-) 관전 다니면서 돈 주고도 못 볼 경기 많이 보긴 했는데 돈 주고 보고 싶었던 경기는 별로 없었던 듯. 도대체 전에 석민이 완봉 볼 때 몇년치 운을 땡겨 쓴 걸까요. orz
그래도 야구 외적으로는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뜬금없는 광주일고 야구용품 전달식이라고 김조호 단장과 허세환 감독이 서로 악수하며 어색하게 웃더니, 3루 측에 말만한 선수들이 우루루 들어와서 야구를 보다 가더군요. 일행이 좀 많았던 걸로 보아 광주일고 외에 수창초등학교나 이 지역 다른 학교 선수들도 끼어있었던 듯. 원래 3루쪽에서 1루 덕아웃 지켜보는 자리를 참 좋아하는데, 귀찮아서 지정석으로 들어온 걸 일행 모두가 후회했습니다. orz 어차피 야구는 볼 것도 없었는데 애들이나 좀 가까이에서 봤다면 얼마나 좋아요.
여담이지만 이런 날은 기아가 꼭 야구를 못해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야구와는 백만광년은 떨어진 짓들을 골라서 한다는. (반면교사라면 할 말은 없네요;;;;) 그냥 원삼이형아를 보면서 배우도록 해! 하고 있었습니다. -ㅅ-
꼴통과 산만이가 오랜만에 한 경기장에 있었네요. 타팀의 어리버리도 있으니 셋다 함께인 건 정말 오랜만인 듯. ㅎㅎ
5회 끝나고 클리닝 타임에 다정하게 경기장으로 마실 나가는 꼴통과 산만이를 보니, 산만이가 야구를 못하는 게 새삼 울컥. 장스나가 얼마나 자기같은 정신세계를 가진 동료가 그리웠는지 보였어요. -_ㅠ
야구를 안하다보니 모자에 머리 눌릴 일이 없어 요즘 장스나의 엘라스틴 머릿결이 빛이 납니다.
또 스코비가 1회가 끝난 이후쯤 기록석으로 올라와서 계속 거기에서 야구를 봤습니다.
심심했나보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오늘 경기를 대비하기 위해 타자들 분석 자료를 보러올라왔을지도. 사실 볼 필요도 없이 타이거즈가 생명 연장을 위해 애써줄텐데 말입니다. ㅎㅎ
한규식은 우리 히어로즈 전력분석원으로 취직했나봐요. 기록석에 노트북 들고와서 열심히 적어가면서 경기를 보던데... 사실 점퍼 속에 기아타이거즈 로고 찍힌 옷을 걸치고 있기에 기아 전력분석원인가 했는데, 그래도 세번째로 야구보러 온 건데(모두 지정석) 그 전엔 한번도 한규식을 못봤다는 게 이상하죠. 나중에 현대 유니콘스 방석;을 탁자에 올려놓고 자리를 뜬 모습을 보니 그쪽 직원인 게 맞는 듯. 뜬금없는 타이거즈 옷은 날씨가 추워서 타이거즈쪽에서 빌려 겹쳐입은 거;라는 추측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재활군에서 굴러다니기 심심한지 새파란색 집업을 입은 김포수가 2회쯤에 낑낑거리며 목발 짚고 올라와서 전력분석팀과 놀다가 갔습니다.;;;; 얼굴은 좋아보이긴 했는데 아직 발목은 깁스상태. 평소 사인받기 힘든 선수라 일행들이 기록석으로 난입하고 싶다는 욕구에 흔들리는 듯 했지만 단 한명도 어김없이 소심해서 난입은 실패. ㅎㅎ
경기가 일찍 끝나서 선수들 나오는 모습이나 보기위해 조금 기다려보았습니다.
젊은 선수 몇이 나오고, 얼마 후에 20대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 입은(이라고 쓰고 나이값 못하는 패션이라고 읽습니다 -ㅅ-;; 아니 사실 얼굴과 몸매가 되다보니 멋있긴 멋있어요. ㅎㅎㅎ) 서도사가 성큼성큼 걸어나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자기가 내일 선발 등판한다고 팀 기밀(; 당시 선발예고는 아직 안 떴을 시점)을 술술 불고는 사진 다 찍어주고 사인도 해줬지요. 그리고 근처에 주차해놓은 자기 차에 타더니 창문을 반 이상 열고 볼륨을 높여 음악을 틀고는 쌩~ 하고 사라졌습니다. -_-;;;;
기분 나쁠 때 붙들면 오빠 바쁘다며 사인이나 사진 모두 거부하던 현곤씨가 모처럼 팬들에게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준걸 보면 그래도 기분은 좀 괜찮아진 모양입니다.; 그 와중에 플래시 안 터져서 자기가 못 나올까봐 걱정하는 섬세함까지 보이는 걸 보니;; 슬슬 컨디션이 올라올 듯.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어리버리함에 할 말을 잃긴 했지만 그래도 지인은 무사히 사인을 받았습니다. 해달라고 하는대로 해줬으면 아마 평생팬 한 분이 확보되었을텐데 아깝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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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다른건 몰라도 요즘 경품 운은 좋습니다.
정규시즌 관련으로 야구장을 세번 갔는데 저번에 갔을 때는 영화표 2장, 이번에는 면도기;를 받아왔지요. 마침 쓰고있던 여성용 면도기 날이 맛이 가고 있었는데 비싼 걸로 체인지하라는 구단의 따뜻한 배려인 모양입니다. =ㅅ= 이런 배려는 필요없으니 야구를 이겨주면 안되겠니? ;ㅁ ;
Posted by 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