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결번의 형태

이야기/진지함 | 2008/03/14 03:41 | 채니
글쓰기에 앞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조지아 대학(UGA)에 계신 모님!
최근 응원하는 구단이 없어져서 속상하신 건 아는데, 정신줄 놓고 정민태 이야기를 도청하려고 제 누추한 블로그까지 기웃거리시는 건 아주 많이 초라하시네요.
제가 구더기나 거머리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처지도 아니고 굳이 미쿡에서까지 남의 이야기 도청 안 해도 정민태 전혀 미워하지 않으니 염려 푹 놓으시고 학위나 마저 따십셔. 지도교수한테 아직도 논문 승인 못 받으셨습니까? ㄲㄲㄲㄲ

도대체 그 치가 아닐 가능성 1g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으니 원. -_-
아, 굳이 자기 대학을 잘못 썼다는 걸 지적하시려고 자꾸 들어오시는 모양인데 저도 고쳐 쓰지요.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Athens에 있는 조지아 대학(UGA)으로 정정해드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생활의 범위였습니다.

목요일 시범경기는 못 봤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는 감상 쓸 기회를 놓쳤습니다. -ㅅ-
고로 더 묵혀둔(그러나 언제 꺼내도 촌스럽지 않은) 화제나 하나 꺼내봅니다.

축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데에서 노닥거리다가 말디니의 현역 은퇴 소식을 들었습니다. (실은 들은 지 오래됐습니다;;;)
파올로 말디니. 아, 복잡한 감정이 드는 이름이죠.
축구는 안본 지 오래됐지만 너무나 잘생겼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는! 역시 남자는 미모! =ㅅ=;;;
그나저나 풀네임을 쓰기 위해 검색질 해봤다가 말주장이 현역에서 1년 더 뛸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은퇴를 가정하고 글을 쓰고 있는데 이건 뭥믜.;;;;

최근 꼴찌나 일삼는 팀을 응원하면서 심화가 치솟아 다른 종목까지 눈 돌릴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말디니가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여느 처자들이 그렇듯 저도 국제 축구를 접한 시점이 아름다운 2002년이었고, 당시에도 그는 노장 소리를 듣고 있었으니까요. (1968년생) 그런 노장이 현역이었을거라는 생각은 그다지 잘 안하게 되지요.
저희 강철옵도 한 10년을 노장 소리 들으시며 현역에서 뛰셨습니다만, 어쩌면 야구보다 노장의 생존이 어려운 스포츠가 축구입니다. 골키퍼도 아니고 필드 플레이어. 그리고 밀란의 영원한 주장으로서 그는 단순한 플레이어 이상의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야구와 축구는 분야는 다르지만 그런 대단한 선수에게 외경심이 들지 않는다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사실 이 글은 말디니 찬양보다는, 말디니를 사랑하는 팬들과 밀란에 대한 찬양입니다. ^^

여하간 은퇴구나 싶어서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AC밀란에서는 말디니의 등번호 3번을 말디니 가문의 남자들만 달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결정된 사안이긴 하지만 저는 처음 알았으므로;;) 와, 그 부분 읽으니 전율이 막 일어나는데... 이 글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리라고 믿어요. 어쩌면 똑같은 기분을 느끼신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말디니라는 선수에 대한 팬들의 사랑,
그리고 그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와서 아들들(크리스티안, 다니엘은 AC밀란의 유스에서 뛰고있다는군요)에게도 계승되고 있는 밀란 사랑의 역사와,
최고의 선수이자 팬으로 몇십년을 이어오고 있는 말디니 가문에 대한 구단의 경애.
이런 특이한 형태의 영구결번을 택해서 얻어지는 흥행 요소에 대한 고려 ㅎㅎ까지도 포함해서.

제가 밀란 팬이라면, 등번호 3번의 재림을 학수고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날 3번을 달고 있는 선수를 본 순간 참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느끼겠지요.
할아버지가 그랬듯, 아버지가 그랬듯 그의 아들도 좋은 선수가 될 것이고... 역사는 그렇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파올로 말디니 못지 않은 선수가 되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등번호 3번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겠지요.;

역사는 참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탈리아라면 고대 로마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문화재가 천지에 널려있어, 유명한 아피아 가도 근처는 대충 파기만 해도 유물이 쏟아져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는 나라입니다. (예전에 얼핏 들은 이야기라 왜곡되었을 가능성은 100%) 그런 나라라면 로마만 팔아먹고 살아도 될 것인데(;;;), 그들은 현대에도 마치 미국처럼 전통으로 계승할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있는 문화재도 못 지키고-_-
근현대 역사 유물에 대한 무관심은 하늘을 찌르는 우리나라와는 참으로 대조되는 부분이지요.
- 저는 광주시민이므로 예를 들건대, 광주시민 중에 몇 사람이나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ㅎㅎ (정답은 수피아 여고에 남아있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입니다. 잘난 척 하지만 저도 알게된 건 고등학생 때;) 광주가 아니라 다른 도시 분들이라도 길을 걷다가 볼 수 있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문화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 그다지 많지 않을 듯 해요.

역사 운운은 집어치우고라도, 3대를 이어오는 게 당연한듯한 축구 사랑....
축구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고 그걸 대를 이어서 물려주고 있는 문화가(체사레의 아들인 파올로가, 파올로의 아들인 크리스티안과 다니엘이 당연한 것처럼 AC밀란을 택한다는 게)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전통을 팔아먹을(;;;) 수 있다는 것도요. -_-;

이야기가 역사 이야기를 하다보니 울컥해져서 점점 옆길로 새고 있는데... ㅎㅎㅎ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였습니다. 저 영구결번 형태. 우리도 빌어옴이 어떠한가?
영구결번이 거론될만한 급의 뛰어난 야구인이 있고, 그의 2세가 야구를 하고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봄직한 형태입니다.

영구결번은 한 선수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좋은 시도이지만, 그로서 하나의 등번호가 단절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타이거즈 19번의 영구결번을 희망하지만, 계속 좋은 사이드암 투수에게 19번이 물려져 내려가면서 전통이 이어졌으면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한 선수에게 영구결번에 준하는 대우를 함과 동시에 그 번호가 또한 현역으로 계속 남을 수 있다는 건, 두 가지 입장을 모두 포용하려는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SK처럼 어린 야구팬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려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하다못해 있는 나이든 팬들-_-;;의 집중도라도 놓치지 않도록 방어적인 마케팅이라도 꾸준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타이거즈 7번,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니... 그렇게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ㅠㅠㅠㅠ


2008/03/14 03:41 2008/03/14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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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3/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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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2008/03/14 13:20

      이건 뭐. 글 올려놨더니 뻔히 블로그 들어와놓고 구글에서 기아 정민태로 검색해서 다시 들어오는 촌스러운 센스까지 보여주시고 말입니다.
      조지아 주립대학(in 애틀랜타)에 한국 유학생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는데, 거기 유학생이 야구를 좋아하고 제 블로그를 알고 있을 조건은 만에 하나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ㅋㅋㅋ 그저 머리 나쁜게 죄지요. 프록시까지 써서 머리 숙이고 이 블로그 들어올 정도의 자존심은 아닐테니, 골이 비고 자존심만 높으면 그저 비웃음감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되겠습니다. -ㅅ-

    • 비밀방문자 2008/03/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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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2008/03/16 01:26

      머리가 너무 나빠서 뿜을 지경입니다. ㅎㅎㅎ
      이젠 웃기지도 않아요. 제가 공개한 블로그 주소를, 자기가 찾은 것처럼 착각까지 하는 지경이더군요. 풉.

  2. 비밀방문자 2008/03/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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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니 2008/03/16 01:29

      바들바들 떨다가 개인 블로그까지 왕림해주셨지 말입니다. -ㅅ-;;
      저도 사생활의 영역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옮길랍니다. 그래도 끝까지 찾아오면 저 미친X 챙겨줄 사람은 저밖에 없을테니 그냥 동고동락해야하는 거겠고요. ㄲㄲㄲ

      제가 매력이 넘쳐서 큰일입니다, 원.

  3. Lenore 2008/03/15 15:21

    말디니가 미남인가요? 축구를 뒤늦게 좋아해서 그런가-_-; 지금의 모습은 미남과 왠지 거리가 있는듯한..ㅎㅎ
    하여튼, 참 대단한 선수 같습니다. 피치 위를 쉴새 없이 뛰어야하는 축구선수 특성상 마흔살 넘게까지 현역(그것도 빅클럽 주전멤버로)으로 활동하는게 쉬운 일이아닐텐데요. 아스날팬이라서 이번 AC밀란과의 챔스 경기를 두 경기 다 봤는데, 말디니가 밀란에서는 제일 잘하더라고요~

    • 채니 2008/03/16 01:36

      그게... 서양에서는 나이 들면 좀 느끼해지며 턱이 발달하는 유형들이 있더군요. 말주장도 턱이 발달하시더니 얼굴이 실베스터 스텔론과 흡사하게 변해가시는 느낌이에요.;;; 그전까진 여자들이 이탈리아 국대하면 꽃미남 군단이라고 느끼시는데는 말주장의 역할이 지대했답니다. :D

      몸이 좀 나아지니 1년 더 뛴다는 데 저도 기함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쩌면 몇년 지나면 말디니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나오실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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