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유행처럼.


아무 생각없이 KBS n스포츠를 틀었는데 어, 나오네?
원래 KBS n스포츠는 화면은 형체만 구분 가능하고 소리만 나오는 수준이었거든요. 언제고 케이블TV를 달아야지 하면서도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대통령배 결승을 앞두고 지역 유선 방송이 인심을 쓴 것인지 5월 3일 저녁 갑자기 화면이 잘 나왔습니다.

사직으로 중계차를 보낸 이스픈과 번갈아가면서 봤기 때문에 시청기까지 쓰긴 그렇고.

대통령배 대망의 결승 경기는 찌질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대회가 끝나고 주어지는 최우수선수나 우수투수상이나 감투상이나 아마 평균자책점이나 기록으로만 본다면 쟤들이 왜 받아야 돼? 싶을 정도로.
경기 내용으로도 양 교 모두 점수는 많이 냈지만 쳐서 낸 점수보다는 볼넷과 몸에 맞는 공과 에러로 난 점수가 더 많았지요. (적어도 광주일고는 그렇습니다. -ㅅ-)

그렇지만 야구는 기록으로 읽을 수 있는 스포츠이면서도 기록만으로는 볼 수 없는 스포츠니까.
선수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으니 그 눈동자 속의 진심을 읽는다면 결승이라는 이름에 전혀 부끄러울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해도 잊을 수 없는 1년 전의 초여름 밤.
시간은 자전하는 것인지 1년이 지나 정확히 그 지점에 다시 도착한 기분이었어요.

물론 그 날의 정영일은 나이같은 것도 생각나지 않을만큼 성인같은 투수였고 오늘의 이형종은 아직 어린 기색이 남아있는 풋풋한 투수지만.
그저 굳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던 영일이와 던지면서도 울던 형종이는 달랐지만.

마음만은 그렇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었을 테지요.
둘의 살아온 인생이 다르니 같은 마음이라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차이가 나는 것일 뿐.

학생 야구를 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역시 잣대라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누구와 누구를 대놓고 비교하는 것은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은연중에 유망주들의 등급을 매기고 있지 않은 건 아니라. 기주에 대한 팬심으로 보기 시작한 불순한 태도는 어쩔 수 없는지 그동안 봐왔던 해만큼 월척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조금은 시들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지금은 동대문 근처에 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의욕에 넘치는 학생들이 조금은 실수도 해가면서 배워가는 '야구'만은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양팀 선수들 모두가 그랬어요.

모두가 1년 전의 이상화와 정영일을 함께 기억하듯이 이번엔 이형종을 기억할 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애써 울음을 참으려고 하면서도 나오는 눈물을 어쩌지 못해 얼굴까지 빨개져가며 일구 일구 던지던 모습을 잊지 못할 겁니다. 울어서 말도 제대로 못 이으면서도 의연하게 인터뷰하던 자세까지도요.
지금도 너무나 훌륭한 투수입니다만.
이기고 상대를 압도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너무나 안타까워하던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간다면 누구보다 좋은 투수가 될 겁니다.

광주일고와 서울고. 웃음과 눈물, 모두에게 영광을.
(사실 이건 작년 황사기 때 유신고한테 써먹었던 표현입니다 -ㅅ-;;;)


*
주심의 판정들은 보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쉣.
심태석씨, 비록 당신의 위치가 철밥통인 건 알지만 관성처럼 그리하면 팬들의 마음 속에도 데이터가 누적되게 된다고요.

**
1년 전에도 그랬듯이 승리 팀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
이번엔 그때와는 달리 응원하던 팀이 이겼지만 그래도 생략. ^^;
2007/05/04 01:26 2007/05/0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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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규君 2007/05/04 02:22

    '지역유선방송의 인심'이 있긴합니다 ㄲㄲ
    대전에서도 배구 삼성화재 경기 중계할때 KBSN 락 풀어줬단 말이 있더군요 ㅎㅎㅎ
    p.s. 근데 기아 5할신님 참 무섭더군요(...)
    양팀 다 5할인 상태로 대전 3연전인데 결과 어찌 끝나려나 궁금해지는;;

    • 채니 2007/05/04 11:47

      당장 주말3연전이 나와줘야 인심도 더 빛이 나는 것이지 말입니다.
      이미 허락은 받아둔 상태인데 오늘 부른다고 말씀드리려다가 잠이 와서 출근하시는 엄마를 그냥 보냈는데 다시 KBS n이 안 나오는군요. 정말 일고 대통령배 결승 기념으로 화면을 풀어줬던 걸까요. ㅎㅎ;;; 적어도 주말까진 가주길 바랐는데 결승이 끝나자마자 안 나오니 케이블 달아야겠습니다. 크흑.
      기아의 5할신님이 계속해서 수호하신다면 주말의 결과는 1승 1무 1패 혹은 1승 1패 비로 한 경기 연기가 아닐지.;;;

  2. CrackerJack 2007/05/05 21:46

    채니님의 배려심, 이 느껴지는데요. 따뜻하네요. :)

    • 채니 2007/05/05 21:54

      이형종 선수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조금만 더 개념이 있었어도 울면서 던질 일까지는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을. 그래서 안쓰럽기도 해요.
      저렇게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은 모습인데 한눈 팔지 말고 제대로 봤으면 좋았을텐데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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