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타이거즈 웹진 인터뷰에 진민호가 소개되었습니다.
낄낄거리며 읽고 말았는데 기억에 남는 문구가 하나 있었답니다.
올해 타이거즈 전력(...)을 묻는 가혹한 질문에 민호가 이런저런 선수들이 괜찮아 보인다고 답을 하면서 '서튼형님도 잘하시는 것 같고'라고 말했던 거지요. -ㅅ-
괜찮은 말들을 제외하고 이런 것이 기억에 남는다니 저도 참으로 찌질한 팬 같습니다만. -_-;;;;
여기서 이미 이 분;이 범상치 않은 선수라는 걸 느꼈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토요일에 역시 어떤 팬들도 예상하지 않은 변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일요일 관중은 더 많으리라 예상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더 많았고요) 지인과 경기 시작 시간보다 1시간 30분 일찍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뒤 야구장에 갔는데 역시나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데스크에만 있는 사람들은 혹서기 아니라고 하겠지만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어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어요. 결국 더 견디지 못하고 매점 근처에서 노닥거리다가 4시쯤에야 야구장에 끼적끼적 입장했는데 전광판에 '윤석민, 진민호 싸인회 16 : 00 ~ 16 : 20'하고 써있는 겁니다. -_-;
전날인 토요일에도 야구장에 왔지만 전혀 예고가 없던 일이라 그날은 안할 줄 알았는데요.
안 그래도 석민이 완봉하던 날 야구장에 가고도 신-한 듀오 싸인회를 놓친 걸 통탄하고 있던 저와 지인은(신-한이 경기 끝나고 붙들기나 쉬운 선수들이라면 말도 안 합니다-_ㅠ) 자리잡기를 포기하고 바람같이 싸인회가 열리는 쪽으로 내달렸습니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는데 싸인회가 열리는 쪽으로 가서 줄을 서 있으려니,
민호가 참으로 해맑은 표정으로 열심히 싸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 언뜻 보이는군요.
무슨 싸인회 하는 사람이 좋아서 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하기야 거의 2군에서 올라오자마자 싸인회이니 들뜰 수밖에 없겠지만, 자기 싸인 받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게 생소하면서도 좋았던 걸까요.;;;
한참 해맑게 싸인을 해주는데 손이 꽤 오래 비더라구요.
책상에 턱 괴고 드러누워서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사람들 쳐다보기도 하고 싸인용 매직 뒤꽁무니를 멍하니 씹고 있기도 했습니다.
줄을 설 때는 정황을 잘 모르니, 에이스가 되어버린 석민얼힌이보다 인기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라도 꼭 네 싸인을 먼저 받아주겠어! 하고 다짐을 했는데요.;
싸인 받으러 바로 앞으로 가보고 이유를 알았습니다.
싸인이 석민얼힌이보다 간단해요.; (이가와 본좌급은 아니지만;;)
워낙 간결하고 또 애가 빠릿빠릿해서 자기 이름 써달라면 딱 한번 되묻고 난 뒤 바로 알아서 잘 써주는 편이었어요. 물론 제가 채씨성을 가진 사람처럼 말해서 그런건지 이름이 난이도가 높아서 그런건지 제 이름은 깔끔하게 틀려줬지만. -_-;;
어쨌든 싸인회하는 것 자체를 너무나 좋아하는; 민호를 뒤로 하고 피식피식 웃으며 야구장에 들어갔지요.
그 날은 경기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덕분에 싸인회 기념으로(?) 민호도 등판.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피칭 내용이 좀 이상했습니다. 이러다가 대륙간 컵 등으로 감독님께 쌓은 좋은 이미지 다 날려버리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5회초 이영우 선수의 타구에 민호의 오른쪽 다리가 맞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_-;;;
민호는 아픈 와중에도 일어나 절룩거리며 공을 주우러 가던데 사실 그 정도로 강한 타구를 맞고 일어나는 게 괜찮을까 싶었습니다. 곧장 아파하며 쓰러지더군요. 코치들도 다 달려나오고 매너 좋으신 이영우 선수까지 걱정을 하며 다가왔을 정도인데요.
잠시 쓰러져있다가 괜찮아졌는지 곧 일어나서 피칭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왜;;;;; 공에 맞고나서 제구와 피칭 내용이 좋아지는 것이지요?;;;;;;;;;;;;;;;;;;;;;;
직구도 그렇지만 변화구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더 잘 제구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 이상함은 저만 느낀게 아닌 듯 중계를 보던 언니에게 문자까지 날아왔습니다.
무릎에 공을 맞기 전인지 후인지는 모르겠는데, 야수의 호수비(아마 홍대리 호수비였던 듯)로 아웃 카운트를 하나 건졌는데도 기다렸다 고맙다는 인사도 안해주고 쌩 불펜으로 들어가버리지 않나.;;; 긴장해서였는지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게 너무 설레서였는지, 그냥 공 던진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막 웃어줬지요. ㅎㅎㅎ
무릎을 맞은 이후 더 잘 던졌지만 3이닝 이상 소화하긴 무리라...
6회엔 연속 안타를 맞고 한상훈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결국 내려가게 됩니다.
내려가는데; 전 잠시 눈을 의심했다지요.
홈런 맞고 내려가는 선수들은 보통 고개도 푹 숙이고 온몸을 늘어뜨린 채 내려가는 데(안타깝지만 바로 이전에 막내도 그랬지요-_ㅠ) 왜 민호는 양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사뿐사뿐 내려가는 것일까.
하긴 열심히 던지다가 맞은 건데 고개를 푹 숙이고 나 죄지었어요 오오라를 내뿜을 필요는 없는 거지만, 보통 투수들은 그런거 맞으면 충격을 받지 않는가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보여서 제가 다 당황했지요.;
얼굴 예쁘장하고 가능성 많은 투수 정도로만 생각해왔는데,
일요일 하루동안 민호의 독특한 정신 세계를 많이 엿본 덕에 쌓아놓은 이미지를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굳이 비슷한 유형을 찾아보자면 범석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ㅅ-;;;;;
그래서 싫어졌냐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녀석들을 더 좋아합니다. 아시죠. *-_-*
*
본문과는 별 상관없는 얘기지만 전 정말 선수들이 울보라고 불리는 게 싫어요.
(지금까지도 제자신이 쓸데없이 잘 울기 때문에 생긴 컴플렉스인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가슴 아프고 위로받아야 할 일이지만 그거 하나 가지고 두고두고 울보라고 부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보아하니 현종이도 한 몇년쯤 후까지도 그런 소리 계속 듣겠지만요.
경기 후반의 얼굴을 보아 이미 다 털어버렸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겠지만,
새삼스럽게 한 마디를 더하자면 현종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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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볼 때 멋쩍은 듯 웃으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일어나지를 못하겠는지 바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놀랐는지요. 그 상황에서의 표정을 보니 재밌는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 후에 다시 던지는 거 보고 더 놀랐어요. 신기한 녀석~ 애정 급상승 중입니다. ㅎㅎㅎ
그 표정이 참, 고등학교때 교복입은 채로 버스에서 내리다가 넘어져서 넘어진 속도보다 빠르게 일어나 도망친 제 생각이 나더란 말입니다. -_-;
그냥 예쁘고 잘 던지는 투수라고 생각했지 이상한 녀석일줄 알았겠습니까. ㅎㅎㅎ 저도 애정 급상승 중이에요.
여튼 이날 경기를 내외적으로 알차게 보고 온 듯 하구나;;
(현종이 일은 맘 아푸지만..ㅠ_ㅠ)
광주는 비 오남? -_-;;
오늘 오후까지 비 엄청 쏟아져서 울 아그들
하루 더 쉬었으면 해~ 근로자의 날인데 말야.;;;
난 언제나 이상한 부분을 열심히 보며 알차게 보고 오는 편이랄까.;
안 그러면 어쩌겠어. -_- 속만 상하지.
광주도 비가 왔는데 사직 경기였지? ㅋㅋ 비가 더 오길 바랐는데 별로 안 와서 경기 했고 이기긴 이겼네. 내일이라도 비가 와야할까봐.
민호 재밌군요 ㅋㅋㅋ 엉뚱한 미소년이라 후후...*-_-* 아이 좋아라(쿨럭)
오늘 아무래도 경기 할거 같네요. 남부지방은 낮부터 비 그친다고 했으니..(하지만 기상청은 믿기가 힘든지라;;)
현종이는 다음에 더 씩씩하게 던지길. 그 얘기 듣고 저도 가슴아팠어요.
그래도 하루쯤 쉬어갔으면 했는데 말이지요.
기아는 지금까지 단 한 경기도 쉬어간 적이 없거든요. ㅎㅎ
민호가 책상에서 턱 괴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왼손으로 펜 쥐고 열심히 싸인하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찍어보려고 했는데 제가 줄 선 곳에서는 시야에서 가렸고 나서서 찍긴 귀찮더라구요.;;
현종이는 더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
나이먹으니 그저 예쁜 선수들보다 '재미있는 선수들'이 더 좋아지더군요. 예쁜 선수들은 야구를 못하면 덜 예뻐지는데, 재미있는 선수들은 야구를 못하면 더 응원하게 돼요. 민호선수, 지켜보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현종군은 기운내길. 안타까웠어요;
재미있는 선수들은 야구를 못하면 더 응원하게 된다는 말씀에 동감입니다. 갠적으론 산만이..랄까요. ㅎㅎㅎ
그 멀쩡한 얼굴 속에 저런 정신세계가 숨어있을 줄 몰라서 저도 즐겁습니다.
현종이는 잘할 겁니다. ^^ 시원하게 울어버렸으니 오히려 뒤끝도 없을테고 실제로도 그런 성격으로도 보이니까요.
어떤분이 내 네이버쪽지로 묻는말...
위대한의 범행현장에 함께 있었던 선수가 혹 진민호인가요...
아니라고 해주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왜 진민호라고 생각했을까... 단순히 부산출신이라서???
기아팬들의 진민호사랑이 각별한걸까.. (행여 위대한처럼 낙마할까 두려운 마음)
아니면 진민호의 평소 행실로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걸까...
음. -_-;;;; 부경고와 부산고에 접점이 많나요? 같은 동네 선수들이니 서로 친할 수는 있겠지만 같이 에스컬레이터 타고 진학하며 붙어다니는 수준은 아닐거 같은데요. 함께 다녔다는 사람들은 꽤 알려져 있는데다가 민호는 그래도 그보다는 한 살 위가 아닌가 싶은데. 모 선수 정도의 케이스가 아니었으면 고딩/대딩의 사생활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으니 잘 모르겠군요.
일단 광주에서는 행실 문제로 별다른 소문은 들려오지 않는데 그 묻는 사람들의 근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