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야구만 보다가 아마 야구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저는 고교 야구의 명제가 프로 진출이 아닌 대학 진학이라는 걸 깨닫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물론 대학 진학만이 아마야구 존재의 의의는 아니겠지요. 동문들에게는 모교의 명예가, 학부모님들에게는 자식 사랑이, 선수들에게는 피나는 노력을 통한 실력 상승이, 그 중 일부 실력이 뛰어난 선수에게는 프로 이상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게 현재의 고교 야구고요.
그렇더라도 현재의 전국 대회 출전 제한 등 고교 야구 시스템의 대부분은 '진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끔씩 흘러나오곤 하는 약간의 부조리 또한 '진학'에서 기인하는 것이 사실이지요.
이 글에서 문제 삼고 싶은 건 진학을 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니 이쯤에서 생략하고,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진학을 한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최선의 경우는 4년 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 진출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년에 많아야 80명이 못되는 정도가 프로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고교 선수들이 선택되는 환경에서, 프로 무대를 밟는 것은 정말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확률의 행운이 되겠지요. 여기서 하위 지명을 패스하는 구단이 나오면 더욱 프로에 갈 확률은 낮아집니다.
차선의 경우, 진학한 학교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운과 실력이 모두 따라준다면 체육교육과를 나와 교직 이수까지도 받게 되겠지요.
제가 대학 야구 시스템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체교과를 나와 선생님이 되는 것 또한 확률이 높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야구 외의 다른 종목에서도 체교과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며 사립학교의 교직원 임용이 실력 순이 아닌 현실에서는 사실상 2급 정교사 자격증은 별 의미가 없지요. 임용 고시 패스나 교육대학원 진학까지도 생각해봐야 하는 일인 겁니다. 어쩌면 차선이라고 나온 이 길이 프로 가는 것보다 더한 고행의 시작일 수도 있지요.
물론 정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모모대 사회체육과의 학위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프로에 가거나 교직 이수를 받는 길 외에는 학위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대다수가 이쪽에 해당이 되고요.
문제는 현재의 대학 야구가 선수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커녕,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조차 미래를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현재 대학 야구부가 출전하는 대회는 총 여섯개입니다.
2007년 기준으로 '3월 말부터 4월 초에 열리는 춘계리그, 5월 초부터 중순까지 열리는 종합야구선수권(구 백호기), 7월 초에 열리는 전국 대학야구선수권, 9월 초부터 중순까지 열리는 추계리그, 10월 중순에 열리는 전국체전, 10월 하순에 열리는 대통령기 대학야구'지요.
(큰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나) 고교에서는 전국 대회에 3개 대회를 초과해서 출장할 수 없다는 규칙이 시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대학야구에서의 출장 제한은 없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게다가 춘계리그와 추계리그 등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전'이 큰 축을 이루고 있지요.
그나마 일정이 비는 여름에도 쉬어가는 일은 별로 없는 걸로 압니다. 초중고 야구처럼 각 구단이 주최하는 대회가 있는 건 아니어도, 제가 다니던 학교의 야구부는 다른 학교들과 시원한 오전 중에는 종종 연습 게임을 갖는 것 같더군요. 이러는 건 겨울이라고 해도 별 다를 게 없겠지요.
즉, 연중 거의 쉴새없이 경기가 열리고 있으니 2부 대학도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소위 야구 명문대들의 경기 소화는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이라고 하니 이러한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서 기량이 성장하는 선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대학 야구부에 등록된 선수가 이렇게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만큼은 많지는 않다는 겁니다. 아무리 투수를 지망하는 선수들이 많다 하더라도 투수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에, 소수의 투수들에게 부하가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 야구의 대회 숫자는 줄어들어야 합니다.
고교 에이스들의 혹사는 진학을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학의 의미도 없는 대학에서, 단순히 성장하기 위한 실전 소화를 넘어서는 경기 숫자와 에이스들의 혹사는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수의 에이스들을 위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부여되는 실전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몇몇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몇몇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위협받아야 한다면 그건 제로섬을 넘어서 마이너스섬으로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업 야구의 부활을 위해서는 더더욱 대학에서의 대회 숫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건 별 맥락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실업 야구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 우리나라에서의 실업 야구가 어떤 형태로 운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로 10년도 전의 우리나라 실업 야구보다는 현재 옆나라 일본의 실업 스포츠 운영을 보면서 생각하는 겁니다.
예전에 우연찮게 핸드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일이 있습니다.
어떤 선수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줌마들의 힘이라고 불리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일본 실업 핸드볼 팀의 선수 겸 감독이었던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쯤 되면 그 선수 이름을 아실 분이 더 많겠지만...;;
아무튼 그 선수의 일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보게된 실업 핸드볼팀의 모습은 평소엔 선수들이 곱게 화장을 하고 사무직으로 일을 하다가 퇴근한 이후 훈련을 하며 리그를 소화하는 식이었습니다. 실업 스포츠라는 말은 전문적으로 운동만 하는 프로 스포츠가 아니라, 직원이자 선수라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소화한다는 의미니까요.
일본 실업 야구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았는데, 아마 핸드볼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퇴근 후 훈련을 하고 일주일에 한두번 경기를 뛰는 식일거라고 추측이 되더군요.
최근 실업 야구가 부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저는 학원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날로 나빠지는 현실에서 실업 야구의 부활은 거의 가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구팬으로서야 야구를 위해 기업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식으로 '야구'에 중점을 두고 편하게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실업' 쪽에 중점을 두고 사무를 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싶을테니까요. 초중고 12년간 공부를 하고 전문대든 4년제든 대학을 나온 일반인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운동밖에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액셀이라도 쓸 줄 알고 간단한 전산 처리 정도는 가능한 선수들을 배출한 이후에, 실업 리그를 통해 자사의 이름을 홍보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업들이 실업 야구에 흥미를 갖게 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나라 학원 체육이 그리 쉽사리 바뀌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적은 인적 자원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엘리트 스포츠의 덕이 크니까요.
그러나 학원 체육 시스템을 대학에까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학이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배움의 전당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교육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거의 10년간 운동만 해온 선수들이더라도 적어도 대학에서만큼은 토익이든 사무자동화 교육이든, 하다 못해 운동 능력을 활용한 트레이너 교육이든 직업 교육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훈련을 하면서도 사회에 자립해나갈 수 있을만큼 직업 교육을 받으려면 대회가 많아도 춘계, 추계에 하나 정도를 더한 3개 정도로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실전을 연습처럼 무한대로 경기를 뛰는 현 체제는 일부 엘리트들도 좀먹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만 양산해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이런 식이어서는 야구를 하려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기만 할 뿐입니다.
*
제가 이 글을 아야사에 올릴 수 있을까요.
모 선수의 어깨와 모님의 블로그에 영감을 얻어 며칠에 걸쳐 쓰긴 했지만 용기가 안 나는군요. -_ㅠ
얼핏 봐도 이상론에다가 논리의 맹점도 많기도 해요.
가지가 아니라 뿌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면 또 할 말이 없어집니다. -ㅛ-
한동안 찌질하게 지는 통에 화가나서 답글이 밀렸는데, 밀린건 내일 오전 중에 달겠습니다.
1주일만에 야구장에 가서(...라기엔 저번 주에는 금요일 오전까지는 거의 매일 체전 광주 예선을 보러갔군염;;;) 석민이 완봉승도 보고 왔는데 선수보다 팬인 제가 긴장해서-ㅅ-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요.
**
이 글이 'For. 에로토끼님'인 것은 많은 눈화들이 아시겠지요.;;;;
토끼가 지명이라도 받아야 할텐데요. 물론 느끼한 올리브 기름도 지명받을 수 있으면 좋겠고요. -_-
(이 별명들만 보고 두 선수가 누군지 아신다면 천재이십니다;;; 토끼나 올리브나 진짜... -_- 상위지명도 노려볼 인재였는데 인생 얄궂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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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충분히 맥락이 닿는 이야기이십니다.
저도 제가 다니던 학교가 펜싱부와 사격부로 유명(?)한 학교였는데, 1학년 때 제 짝이 펜싱부 녀석이었답니다. 그 녀석은 그래도 오전 중에는 어떻게든 수업을 들으려고 애썼는데 잘 안되던 눈치더라구요. 하긴 초중학교 때부터 오후 수업을 못 들었는데 어떻게 진도를 따라가겠어요. 힘들지요. 게다가 펜싱 같은건 비인기종목이라 TO가 빡세서 광주시청에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전국대회 성적이 없어서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고요. 결국은 펜싱을 그만뒀다고 들었는데...
스포츠 외의 다른 수단으로 살아가는 길을 열어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토익이나 컴퓨터 자격증이나, 이 글 보고 정말 웃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아예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1군에 어떻게라도 올라오는 선수는 정말 좋은 선수인 겁니다.
그래서 별일 없으면 까려고 들지 않아요. 깔 수가 없죠. 어떻게 뚫고 올라온 천재들인데...
괜히 제가 찔리는..-_-a
'에로'토끼님이 아니라 에로'토끼'님이에요. 벌헉. -_-+
**관련 - 다행히도 알아들었다는 것은 기분좋습니다^^..만 그 이후에 밀려드는 상념은 -_-
지명 받을 수 있겠지요. 상태가 많이 안 좋을까요?
그저 웃으며 즐기기만 하던 제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마워요^^
올리브도 누군지 아신 거지요? ㅎㅎ 딱 한번 지나가듯 말한 게 다였는데.
하기야 올리브는 본명으로 너무 많이 언급을 해댔으니;;;
다들 조금 쉬면 괜찮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쉴 틈이 주어질 리가 없으니 그게 문제겠지요.
실효성을 거둘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저로서는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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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사에도 썼지만 이 댓글 보고서야 체교과는 프로에 갈 실력이 되는 아이들만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_ㅠ 글 쓸 때는 무조건 분리해놓고 생각을 했는데 알면서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몰라요. ㅠㅠㅠㅠ
아무튼 지적해주신 덕분에 알아서 제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흑.
특기생 정원을 마구 늘려봤자 뭐하겠어요.
저도 그런 불합리는 반대구요. 2급 정교사 되어봤자 아무것도 아닌걸 임용 준비하는 친구한테 주워들었기 때문에 체교과 TO 늘어봤자 도움 안된다는 걸 알아요.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이라도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
꿈과 희망을 꺾는 얘기가 될까봐 안 올렸는데 아니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과감하게 올렸습니다. -_-; 너무 뻔뻔했던 이야기였는지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군요. ㅎㅎㅎ
에로토끼 ㅋㅋ
곧 시작하는 종합선수권에서 볼 수 있을까요?? ㅠㅠ
아프지만 말아다오...
올리브 기름은....더 느끼해진 그 선수요?? ㅋㅋㅋ
중학교땐 사이클부가..
고등학교땐 펜싱부가..
거의 수업 안 들었져.
이 친구들 보려면 시험기간에나;; 수업도 안 들었는데 무슨 시험을 보겠어요. ㅠㅠ
근데 고등학교 가니깐 운동부가 좀 다른....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시험 봐서 들어갔는데;;
운동부로 입학하려고 중3때나 하더군요.
요즘 보니깐 열심히 운동하긴 하던데..그땐 그런 모습 보고 실망 많이 했습니다.
입학하고 그만 두는 사람이 좀 많았거든요.
그건 그렇고 운동 선수들도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면 막막하잖아요 ㅠㅠ
그런 의미에서 모 중학교 야구부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오전에는 수업을 오후엔 운동~~^^ 아니 이런 잡솔로 길게~~;;
그렇습니다. ㅎㅎㅎ 다 아시는군요. + _+
저는 그래도 운동부가 수업은 듣는 엄한 학교를 나왔네요.
야구 쪽으로 보러다니다가 들은 것도 있었지만 오전 수업조차도 안 듣는 학교가 의외로 많군요. 에혀.
학교가 명문이면 운동부로 들어와서 그만두고 공부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것도 제도 악용이라면 악용.
모든 선수들이 교육을 받을 그 날이 오길 바랍니다. 사실 프로 와서 조금만 잘하면 적응 못하고 놀러다니다가 엇나가버린 선수가 생기는 것도 교육 탓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모 중학교 야구부는 좋네요. ^^
이 분은 닉넴까지 바꾸시다니.완전히 전향하셨군요 ㅎㅎ
커버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작정 늘려나가는 저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ㅎㅎㅎ;
앗..찡즈님 ㅋㅋ
아시잖아요~~~
전부터 바꿀까하다가;; 민망함을 뒤로~~ㅡ.ㅡ)
팬질을 할 때 민망한 게 어딨습니까. ㅎㅎㅎ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는게 제일 좋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