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만 해도 호남권에서 2007년 한 해 투수, 야수 고르게 각 포지션별로 좋은 유망주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유망주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2007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현재의 전망은 그리 장밋빛은 아닙니다. 제각기 좋은 모습은 한번씩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아직 모두가 출발선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호남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 아마야구 팬으로서 못내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비교적 최근에 지켜본 모습들을 중심으로 1차 지명자를 예상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졸업반인 선수들은 유독 부상이 잦았고 대개 부상 후유증을 앓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던가 성장이 둔화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비교적 공격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그것이 수비 포지션의 떨어지는 희소성을 극복할 정도는 아니라서 아쉬운 선수들도 많지요.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서는 기아 타이거즈의 1차지명 후보자를 세 명 정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야수를 원하시는 분도 있지만 모두 투수입니다.

임창민 (우완, 광주동성고-연세대)
전태현 (우완 사이드암, 군산상고)
정찬헌 (우완, 광주제일고) - 이상 가나다 순.


임창민 (키워드 : 위기 관리) 183cm, 85kg
임창민 선수는 우완 정통파로 현재 연세대의 에이스입니다.
최고 145km/h 정도의 빠른 직구를 위주로 슬라이더를 간간히 구사하며, 보통은 직구의 힘으로 탈삼진을 유도하는 피칭을 주로 하는 선수입니다. 탈삼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아시다시피 위기가 닥쳐 왔을 때에도 혼자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요소겠지요.
작년까지 에이스였던 정민혁 선수(한화)의 뒤를 받치며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7월 정민혁 선수의 대학 대표 차출로 말미암아 팀의 에이스의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마운드를 거의 혼자 떠받치며 대통령기에서 연세대를 우승시킨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디 그다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투수였는데 주축인 선수가 많이 빠졌음에도 팀을 우승시킨 당시의 경험으로 한 뼘 정도는 성장한 듯한 느낌입니다. 일정과 마운드 사정상 상당히 연투를 해야했는데도 결승까지도 그다지 구위가 떨어지지 않은 채로 좋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이며 호투했습니다.

임창민 선수의 단점은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답게(?) 단조로운 구질, 제구력의 문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직구와 슬라이더는 대한민국 투수들의 교과서;와도 같은 구질로 매우 흔합니다. 흔하다는 것은 그게 아직도 리그에서 통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지만, 좋은 직구와는 달리 변화구가 썩 훌륭하지 못하고 그나마도 구사할 수 있는 가짓수가 적다는 점은 금세 타자들에게 공략당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요.
탈삼진을 많이 솎아내지만 볼넷도 많이 내준다는 것도 이 선수의 단점입니다. 변화구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과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실밥이 손에 걸리지 않는 날엔 대개 공이 뜹니다. 그리하여 이 선수의 피칭을 보고 있다보면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고 스스로 탈삼진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꽤 보게 된답니다. 볼넷을 내주면 생각이 많아지며 그대로 무너지는 투수는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지만요.
기아 타이거즈에는 이 선수와 비교해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겠습니다. 최근 기아 타이거즈가 연세대와의 연습 경기를 가졌는데 거기서 임창민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였을지 궁금하군요.


전태현 (키워드 : 마인드) 181cm, 78kg
전태현 선수는 사이드암과 쓰리 쿼터를 오가는 팔 각도를 가진 잠수함 투수입니다.
차우찬(삼성)-원종현(LG)이라는 좋은 3학년 투수가 있었음에도 1학년 때부터 피칭 기회를 얻었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입니다.
팔 각도는 대체로 사이드암이지만 간간히 변칙적으로 쓰리 쿼터로도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피칭을 합니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구속이 증가하며 140km/h를 상회하는 고속 사이드암으로, 기아 타이거즈의 신용운 선수와 체격 및 구위 면에서 상당히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선수는 비교적 일찍부터 군산상고의 마운드를 책임지며 전국대회 등판 때마다 유독 고생스러울 일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상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인상적입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프로에 간다는 것만으로는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지만 (어쩌면 립 서비스일지라도) 일찍부터 연고 팀에 입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는 것도 조직행태론적 측면에서 가산점을 받을 요소이겠습니다. 조직에 대한 애착이 높으면 십중팔구 적응과 성장도 빠르죠.

다만 전태현 선수는 신용운 선수와 비슷한 만큼 신용운 선수가 가지고 있는 단점도 거의 그대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듯 합니다.
빠른 공을 가진 사이드암이지만 사이드암에게 필수적인 유연성은 상당히 결여된 모습이라 부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가끔 들려오는데 보러갈 때마다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겠거니 합니다만, 문제가 안될 수는 없겠지요.
좌타자 상대로도 썩 못 던지는 편은 아니지만 역시 사이드암의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는지 어려워하는 눈치이기도 합니다.
또 완투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공을 던진 다음 경기에는 눈에 띄게 제구가 흔들리는 편인데, 선수 본인도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겠지만 역시 체력이 약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에 군산상고가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도 마운드를 거의 혼자 책임졌던 이 선수의 체력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동기인 최현욱 선수가 투수로도 등판하며 올해는 사정이 많이 나아질 걸로 보이는데, 전국 대회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정찬헌 (키워드 : 강속구) 185cm, 75kg
정찬헌 선수는 현재까지 언급된 선수 중엔 가장 빠른 구속(140km/h 중후반대로 기억합니다만 수치는 확실치 않습니다)을 보유하고 있는 우완정통파 투수입니다.
이 선수가 1학년이던 언젠가 한번 본 적은 있지만 그다지 빠른 구속을 가진 투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후 몸이 만들어지며 구속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 멋대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알려지기로는 최근 찍었던 강속구로 알려졌지만 공이 빠르지 않더라도 이 선수를 기억했던 이유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매우 쉽게 던진다는 생각이 드는 투수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탈삼진을 유도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투구하는 스타일이고, 공이 빠른데도 힘으로 윽박지르는 흔한 유형은 아니고 유연하게 자기 흐름을 타는 좋은 투수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정찬헌 선수는 투구폼을 교정 중인데, 좀더 키킹을 높게 가져가며 역동성을 가미하여 구속을 올리려는 듯한 인상으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구속이 올라가고 구위가 받쳐준다면 1차 지명에 있어서 앞서나갈 수도 있겠지만 부상 전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위험 요소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하프 피칭 단계이므로 이것이 시즌 들어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인 면이 있긴 하지만요. 얼른 새 투구폼의 밸런스를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 선수에게는 지명보다 중요한 급선무인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이 선수의 최대 단점은 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광주일고의 에이스는 한 학년 아래의 장민제 선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게 좀 민감한 소리일 수는 있겠는데, 에이스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작년 기아 타이거즈 2차 1지명자인 양현종 선수도 시즌 들어가기 전에 안고 있었던(그리고 스스로 극복했던) 문제점이니 언급해도 괜찮겠지요. 어떤 위기 순간에도 감독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라는 점은 프로 지명에 있어서 분명한 가산점이 된다고 봅니다.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전국 무대에서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남아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 뿐이겠죠. 앞으로는 지명을 위해서라도 그럴 기회도 많이 주어질 테니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입니다.
키는 크지만 체격이 깡마른 느낌이 있는데 앞에 비하면 사소하지만 이 또한 단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나름대로 세 명으로 압축을 해보았는데 뚜렷하게 치고나오는 선수가 없어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일단 셋을 비교해보자면.

학생 시절의 에이스 경험, 혹은 한 팀을 책임져 본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그동안의 많은 선수들의 예로 알 수 있는데 현재 정찬헌 선수는 공은 빠르지만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두 선수에 비해서 미흡합니다. 어쨌든 대개 광주제일고의 에이스는 장민제 선수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정찬헌 선수는 비록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원 펀치가 아닌 투 펀치입니다.
비록 작년에 기록한 구속은 월등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투구폼 교정 중에 있으므로 크게 투구폼을 손대지 않고 있는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서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큰 무대의 에이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임창민 선수가 다른 두 선수를 절대적으로 앞서나갑니다. 군산상고 전태현 선수가 에이스라고는 해도 팀을 이끌고 4강 이상으로 진출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무려 주축 세 명이 빠지고도 팀을 우승시키기까지 한 임창민 선수와 비교해서는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어찌 보면 흔한 속구 위주 피칭을 하는 투수에 기아 타이거즈에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많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이 선수를 1차 지명 후보자에서 절대로 제외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장래성, 경험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본다면 확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전태현 선수가 균형이 잘 맞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자신감과 좋은 마인드는 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자산이고, 전태현 선수는 그것을 갖추고 있죠.
큰 무대 경험은 좀 부족하지만, 군산상고가 매해 전국 랭킹 수위를 다투는 연세대와 광주제일고에 비하면 전력에 손색이 있는 팀인 건 사실이라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따라서 셋다 좋은 선수지만 한 명을 굳이 선정하자면 개인적으로 보기에 군산상고 전태현 선수가 그나마 1차지명의 가장 근접해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도 함께 고려하면서도 최근의 동향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선정하려고 애는 썼지만 모든 분의 생각과 제 예상이 같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1차지명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고 본격적인 시즌은 아직 개막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나 현 시점을 생각하려고 노력한 글이고, 시즌이 개막한다면 당연히 어딘가 어긋날 것입니다.
냉정하게 글은 썼지만 1차지명 후보자로 언급한 선수들에게도 이름을 언급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언제나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지금 흘리고 있는 땀이 소중한 결실이 되길 기원합니다.


*
선수들 성향상 1차지명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실력 면에서 1차지명 후보자에 그나마 근접해있는 선수들을 임의로 두 명 선정해보았습니다.

김선빈 (화순고. 우투우타. 유격수) 170cm, 65kg
아마 올해 이 선수만큼 유명한 선수도 없을 듯 싶은데 잘 아시겠지만 근성, 빠른 발, 강한 어깨,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대부분의 장점을 거의 다 갖추고 있는 선수입니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것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근성의 야구를 할 줄 안다는 점 이상의 장점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강두형 선수(동국대 진학)보다는 빠른 발을 갖추지 못했지만 기세만으로 상대 수비수를 압도하여 도루를 성공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요. 그게 김선빈이라는 선수를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물론 본의 아니게 무시(;)를 했으나 나머지들이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갈 장점들은 아닙니다. 한겨울에도 140km/h에 이르는 직구를 던질 정도의 강견과 빠른 발, 유격수로서의 넓은 수비 범위, 준수한 편에 속하는 타격 재능, 주루 센스 등이 작년에 2학년으로서는 유일하게 청소년 대표에 뽑히게 만든 장점들이지요.

다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키가 작습니다.
눈대중을 해본 결과 봉황기 팜플렛에 기재된 170cm 역시 프로필용 키라는 것이 일선에서 선호하지 않을 최대의 단점이지요.
항상 무한한 찬사를 듣고는 있지만 사실 지켜보면 플레이가 기복이 꽤 있는 편이기도 하고, 매 경기 전력을 다해 뛴다는 점은 어쩌면 프로에 와서 발전할 여지가 적은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창민 (광주제일고-성균관대, 우투우타, 3루수) 188cm, 85kg
최근 들어 기아 타이거즈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내야수 모창민 선수입니다.
모두가 갈급하는 장타력있는 내야수라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실제로 파괴력이 상당히 있는 타자입니다. 키도 크고 힘도 좋은 편이라 장타자의 기본 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팔로 스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도 담장 근처까지 가는 타구가 곧잘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제대로 맞았을 때는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되고요.
흐름을 잘 타면 상당히 폭발력있는 타격을 보여줍니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각 대학 에이스를 상대로도 곧잘 안타를 생산해내는데, 작년 추계 리그에서 장타를 몰아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모창민 선수의 최대 단점은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합니다.
팀에서는 꾸준히 3루수로 출장하고 있지만 사실 수비 센스가 좋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스피드는 있지만 수비 범위는 넓지 않고 포구가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작년 한미 대학 야구에서는 전준우 선수에 밀려 3루수로 출장하지 못했으며 프로 무대에서도 3루수이기는 냉정하게 말해 어렵다고 봅니다. 3루수라는 것이 이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또한 가치를 낮추는 요소이기도 한 것입니다.
팔로 스로를 확실히 가져가고 하체를 쓰는 타격을 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 상체 힘만을 이용하는 듯 해서 그런 밸런스의 묘는 좀 부족합니다. 스캇이라는 극단적인 예가 있는만큼 차라리 몸을 불리는 게 스카우터에게 더 어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도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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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야사 이벤트 관련글이므로 공지에 명시한 원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글쓴이의 허락 여부를 불문하고 퍼감을 금합니다. 차후 올라올 다른 모든 릴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02/23 14:03 2007/02/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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