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글에도 썼지만 천연잔디구장과 캠프인조잔디구장은 바로 옆에 붙어있지요.
경기를 한참 보다가 지루해서 옆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전혀 기대도 안했던 대박을 건졌습니다.
역시 화순고라는 팀은 무엇을 생각해도 그 이상을 보게되는 멋진 팀입니다.
김선빈 선수가 날고 기어서? 아뇨. -_- 이 친구 날고 기는건 아마야구 팬이라면 당연한 기대치죠. 오히려 경기장에 들어갔을 땐 점수는 이미 뽑을만큼 뽑아두고 있었던 터라 (3 : 0으로 리드 중) 별로 타자로서의 대단한 모습을 보진 못했습니다.
얼마전 인천고에서 화순고로 노성호(투수), 신민식(내야수) 두 명이 트레이드(-_-;) 되었습니다.
인천고는 언제나 선수가 많고 화순고는 언제나 선수가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아마 절대 즉시전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인천고가 내보냈을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에게 잭팟이 터졌습니다. 그 주인공은 노성호.
작년도 팜플렛을 참조하면 노성호 선수는 181cm, 86kg의 괜찮은 신체 조건을 가진 좌완 투수입니다. 다만 인천고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이 선수가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와 볼넷을 허용하거나 타자의 몸을 맞추고 안절부절 못하며 내려가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거에요. 정말 이 친구는 안되는 투수의 전형에 속했죠.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곁에 계시던 분들께 여쭤봤습니다.
(불친절하게도 팜플렛의 화순고 페이지엔 배번과 포지션이 인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페이지엔 유독 선수 이름 오타도 많습니다;;;;;)
"쟤 누굽니까?"
와, 구위 묵직하니 꽤 좋던데요.
제구요? 볼넷을 허용하고 타자 몸을 맞추던 투수라면 물어볼 이유가 없죠. 포수가 던지라는 곳에 던질 줄은 알았습니다. 일단 제가 본 2~3이닝 정도는 볼넷도 없었습니다.
좌완 투수 기근에 속하는 올해라면 지금 모습만으로도 대번에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도 될 수준이었습니다. 영리한 피칭이라던가 공 끝의 무브먼트는 이전 경기의 진야곱 선수가 약간 나았겠습니다만 구속은 오히려 2~3km/h쯤 더 빨랐구요.
무엇보다도 자기가 잘 하니까 자신감이 많이 붙었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따윈 없었습니다. 굳은 얼굴로 포수의 싸인을 보고 숨을 고른 후 던지는 그 투수의 어디에서 인천고의 나무꾼; 노성호가 있었겠습니까. 나중에 김선빈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온 이후엔 이동석 감독님의 보험 정책-_-으로 1루수로 들어갔는데 연습으로 내야에서 한바퀴 돌고 돌아온 공을 투수에게 쥐어주며 안심하라는 듯 토닥여주며 1루로 가지 않나.;;; 등번호 18번이 별로 아깝지 않을 투수였습니다.
인천고가 올해 투수가 없지 말입니다. -_- (먼산) 도대체 뭘 믿고 좌완을 내보냈니?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님 말씀으론 체력이 아직 달려서 그리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못한답니다. 러닝을 좀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바뀐 훈련 방식이 노성호 선수에게 잘 맞았던 것 같고(정확하게 말하면 감독님이 애를 얼마나 굴렸으면;;;), 무엇보다도 야구를 하기 위해서 인천에서 화순까지 오면서 이젠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만큼 열심히 러닝하며 체력 단련해서 좀더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
같이온 신민식 선수는 공격하는 모습은 못 봤습니다만 수비는... -_- 2루수로 출장했던데 열심히 펑고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키가 별로 큰 선수는 아닌데 일단 자세가 너무 높고 타구 판단이 미흡하고 대처가 늦었습니다. 투수가 2루쪽으로 땅볼 유도를 했는데 바운드를 가늠을 못했는지 잡지 못해서 안타로 만들어주는 장면을 연출.; 앞으로 많이 노력해야죠.
대박까진 아니어도 느낌상 중박은 될 듯한 두번째 선수는 주전 마스크를 쓴 신진호 선수입니다.
김생원 선수가 졸업한 이후(현재 기아에 불펜 포수로 취직) 과연 화순고가 포수를 어디서 수급할 것인가 걱정이 많았는데요.
1학년........................... 화순중 졸업을 앞두고 있답니다.
짬밥이 우선인 이 바닥에서 1학년이 바로 한 팀의 주전 마스크를 쓰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역시 화순고는 너무 선수층이 얇죠.
떨면서 보느라 김선빈 선수가 마운드에 있을때 리드하는 모습만 좀더 신경써서 봤는데요. 스트라이크 바깥쪽에 걸치는 공 - 스트라이크 존 훨씬 바깥쪽으로 낮은 공 - 과감하게 몸쪽으로 붙이는 공 하는 식으로 똑똑해보이는 리드가 엿보였습니다. 작년에 김선빈 선수가 몸쪽으로 공을 못 붙인다는 얘기에 속이 좀 상했던 터라 신진호 나이쓰~ 하는 심정이 되었음은 물론이구요. *-_-*
어깨도 상당히 좋아보였어요. 신민식 선수가 내보낸;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는데 긴장했는지 몰라도 공을 제대로 빼내지는 못했지만 2루까지 노바운드로 강한 송구가 가더라고요. 피치 아웃까지 했는데도 정확성이 떨어져서 2루에서 약간 왼쪽으로 가는 바람에 아웃시키진 못했지만. (하루가 지나서 피치 아웃이 맞나 가물가물하긴 하네요;;;)
나름대로 영리하게 잘한다는 느낌이라 일전의 김생원 선수가 솔직히 유능한 포수는 아니었던만큼-_- 리드 외 어깨 및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흔치않은 1학년 주전 포수 신진호를 지켜봐주세요. ^ㅁ^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2학년 유휘봉 선수는 키도 좀 크고 체격도 불긴 분 것 같은데 왠지 투수가 던지는 공과 방망이가 만날 때의 반탄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공이 스윗 스팟에 맞지 않아서 방망이가 밀리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타격만으로 눈에 들었던 선수이니만큼 이런건 좀. -_-; 허성욱 선수의 공을 잡아당겼는데 그게 3루수 쪽으로 힘없이 굴러가는 땅볼이 되었습니다. 제가 본 타석에선 말이지요. (석 점을 어찌 뽑았는지 알 수 없죠.;;; 행여라도 휘봉이가 홈런쳐서 난 점수라면 어쩌게요;) 허성욱 선수는 장사 스타일에 공이 매우 묵직한 선수지만 그 정도의 공에 밀린다는 느낌이 든다면 성장할 수 없지요.
물론 겨울이라 몸이 완벽하지 않을 가능성은 절대로 배제하지 않습니다. ^^;; 대통령배 때 휘봉이를 다시 보고 판단하고 싶어요.
김선빈 어깨는 진짜. 9회에 올라왔는데 한겨울에 138km/h의 직구를 씽씽 뿌리더란 말입니다. 보통 날이 풀리면 구속이 5km/h 이상 올라간다는 것이 정설. -_-; 따라서 올해에도 140km/h이 넘는 공을 뿌릴 게 예견되었습니다. 정말로 타고난 몸이라는 게 따로 있긴 해요. 그리고 타자로서도 타석에 나가 7회엔가 8회엔가 어김없이 도루하고요.-_- 원맨쇼 같은거 굳이 안 보여줘도 되는데 말입니다.;;
작년에 김선빈 선수의 어려움을 많이 분담해주며 좋은 피칭을 했던 정효진 선수의 유급, 거기에 김선빈 선수 어깨는 건재하고 좋은 좌완 노성호 선수가 들어왔으며 괜찮은 포수까지 입학했으니 지금의 화순고는 전국대회 결승을 노려도 무리없을 전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두형 선수가 졸업을 했지만 이 정도면 오히려 작년에 4강권에 들었을 때보다 전력이 훨씬 더 좋죠.
포철공고는 노성호-김선빈 이 두 선수의 구위에 완벽하게 눌려있었기 때문에 타자들의 좋은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어요.
에이스 허성욱 선수는 이 날도 빠르고 묵직한 구위를 선보여서(휘봉이 뱃이 밀렸다니깐요!) 어쨌든 포철공고의 투수 명맥은 절대 끊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구요. 다만 이 녀석이 주자 견제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건 괜히 한숨. -_- 좋은 투수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많이 멀어요. 무엇보다도 상체발달형이고 뻣뻣하기도 하고.
포철공고는 앞으로 주전 포수 문제로 고생을 많이 할 것 같았어요. 리드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우선 어깨가 너무 약해요. 김선빈 도루 시도 때 분명히 아웃 타이밍이었는데도 투 바운드 송구가 가는 바람에 주자가 여유있게 살았답니다. 포수가 어깨 약한거 알고 아웃타이밍이든 뭐든 재지 않고 김선빈 선수가 파고 든 거겠지만. (투수도 딱히 견제에 능숙하지 않는데다가) 포수가 약하면 화순고 같은 빠른 팀 상대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죠.

나오는 길에 찍은 화순고 버스. 드디어 새걸로 바뀌었습니다!
두 경기가 모두 끝났지만 메인 구장에서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메인 구장 쪽으로 급하게 이동했습니다. 다행히도 이쪽 경기는 거의 막바지였지만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기대도 안했던 화순고 노성호, 신진호 때문에 흥분해있던 터라 거의 제대로 못 봤지만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요.
서로 어떻게 점수를 냈는지는 몰라도 1 : 1이었구요.
둘다 워낙 타격은 자신할 수 없는 방패 팀이라 이대로 9회 말에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 들어오자마자 8회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공주고 투수는 안승민 선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산고 타자는 기억이 안 납니다.;;;
주자가 나간 것도 아마 깨끗한 안타를 치고 나갔다기 보다는 수비 불안이나 볼넷(혹은 사구) 같은 걸로 나갔던 것 같습니다. 서로 상대의 장타력에 기대를 안하고 있었으니 외야 수비도 정위치보다는 앞쪽이었어요. 사실 이게 아마야구에선 정석인 수비 위치죠. 그런데 갑자기 외야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장타가 나왔습니다. 열심히 쫓아갔지만 잡을 수 없었죠. 아마 프로에서의 수비 위치였으면 잡을 수 있는 평범한 뜬공이었을테지만 여긴 아마야구라.; 주자는 두다다다 뛰어 홈으로 들어왔고 근성의 마산고가 결국 승기를 잡았습니다.
예전에 타격이 엄청 허약한 포수인 것처럼 써서 김민식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포수로서의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만; 뜻밖에도 이 경기에선 투수로 나왔습니다. ㅠㅠㅠㅠㅠ
그래 어깨 좋지. 좋은 건 아는데 투수로서의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단 말이지. (먼바다)
투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정말 아쉬웠습니다.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더욱이요.
심판이 일찍 퇴근하려고 경기 일정을 세 경기 동시에 하는 걸로 짰다고 비웃었지만 막상 경기가 끝나고 오후 세 시를 넘어서니 바람이 퍽 쌀쌀해졌습니다. 현명한 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한때의 행정학도로서, 다시 한번 남해 스포츠파크를 건립하여 틈새시장을 파고든 남해군청의 행정 능력에 감탄을 하며 광주로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지자체의 보편적인 기획 능력 생각하면 저걸 누가 생각해내고 유지해나가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또 가고 싶어졌습니다. 정말 야구 고파요. ㅠㅠ
별 기대도 안했던 시즌 개막에 대박을 봐버려서 그런지 남해 또 가고 싶고, 군산 윈터리그 개막전(군산상고 : 광주일고)도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 ㅅ;



댓글을 달아 주세요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저도 잭팟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인천고가 왜 노성호 선수를 보냈는지는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같은 날씨에 133~135km/h 정도의 공을 씽씽 뿌려대는데 보내는 학교도 있겠습니까.;; 그저그런 좌완이었으니 우린 남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보냈을 거에요.
아무래도 인천고와 화순고 같은 학교의 러닝 훈련 강도 차이도 상당히 있었을테니; 화순고 와서 공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만. 감독님도 부쩍 성장하고있는 제자가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어요. ^^ (암만 그래도 미니 류현진이라니요. ㅎㅎ)
지금 기복이 있는건 어쩔 수 없고 점차 투구를 많이 하면서 기복을 줄여나가는 것이 노성호 선수의 남은 과제겠지요. 잘 던지는데다가 방망이 재능이라니, 화순고로서는 진짜 좋은 재목을 얻었네요. ^^
남해캠프 설립에 대해서는 시간 나면 검색해보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려요. ^-^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후자입니다. 육성능력의 차이. 재능은 하늘이 주는 것인데 그게 갑자기 늘고 줄고의 차이가 있으려나요.
올해도 투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ㅅ- 타력은 강한데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ㅜㅜ(부러움에 흘리는 눈물)
부러우시면 군산이라도 보러 가세요. ㅎㅎㅎ
은근히 이런 경기들 보는 맛도 상당하지 말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남해캠프는 남해군에서 세운게 아니라 개인이 세운걸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작년 1회때 여사장님이 나와서 인사하는걸로 봐서 그 여사장님(아니면 남편)이 남해캠프를 세운것 같아요.
군산시장기 개막전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갈수 있을지 모르겠요...
가게 된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넵, 안 그래도 손우곤님이 개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조금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유지 보수하고 대회 같은거 개최하면서 잘 살려나가는 건 행정기관이 맞으니까 일단 군청이 잘하는 듯 보인다는 생각은 여전하고요.
여력이 생기는대로 남해 관련으로 자료는 좀더 찾아볼 생각입니다. ^^
전 군산시장기 개막전은 거의 가기로 확정되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오히려 오전 중이라 거동하기 편하더군요. 오실 수 있으면 연락 주세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