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경북고 : 개성고

경북고 입장에서는 투수 교체 시기가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1회전 경기에서 140km/h의 직구를 보여주면서 눈길을 끌었던 경북고의 선발 민경태 선수는 이날도 여전히 빠른 직구를 던졌지만 처음 봤을 때보다 제구력이 손색이 있었습니다.
구위 자체는 여전히 좋은 편이었습니다만 던지는 공이 대체로 직구였는데 그것이 워낙 스트라이크 존에서 멀리 빠져나가다보니 개성고 입장에서는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는 공만 치면 되는 일이었죠.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나가질 못하니 투구수는 한없이 늘어나고 볼넷을 연발하다가, 4회 볼넷으로 만들어진 만루 찬스에서 이현민 선수의 주자일소 2루타를 맞고 무너졌습니다. 적어도 4회 볼넷이 연달아 나오던 시기는 이미 맞기 전에 교체를 생각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배성호 선수가 몸을 풀고 있었거든요.
직후 나온 배성호 선수 또한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별로 좋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물론 빠른 구속에 잠시 개성고 타자들이 적응을 못하며 헛스윙 삼진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제구력의 불안이 노출되며 난타를 당하더군요.

시원시원하게 빠른 공을 뿌리는 선수를 보는 일은 흐뭇한 일입니다만 차라리 적절한 변화구를 섞어던지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조영연 선수가 올라오는 게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결과론이지만요. ^^;

개성고의 선발은 박광민 선수였는데 적절히 커브를 섞어던지며 호투하였습니다. 사실 초반의 공보다는 중반의 공이 힘이 떨어지는 듯 느껴져 경북고 입장에서는 5~6회 즈음해서 찬스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박광민 선수가 그 고비를 잘 넘겼습니다. 6회말 개성고가 추가한 한 점은 박광민 선수에게 힘을 불어넣는 한 점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주더라도 모두 산발성으로 처리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빠른 공을 던진다는 천광욱 선수를 못 본 점은 아쉽긴 하지만 이 날 1루수로 출장한 이현민 선수의 타격을 보며 많이 즐거웠습니다.
1루에서 두 차례의 에러성 플레이를 보여주면서(원바운드로 송구가 오면 포구를 잘 못하더라구요; 에러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현민 선수의 포구 미숙이라고 생각됩니다) 불안해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대개의 팀에서 1루수의 존재 의의는 안정된 수비가 아니라 뛰어난 공격력입니다. 1사 만루에서 민경태 선수를 무너뜨리는 주자일소 2루타를 친 것도, 그리고 6회 추가점을 뽑으면서 박광민 선수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도 모두 이현민 선수였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200% 충실했죠. 볼에 오래 보면서 좋은 공이 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고 가운데로 몰린 공이 오면 놓치지 않고 받쳐놓고 치는 모습은 전혀 전국 대회에 갓 나왔을 1학년생답지 않았습니다.


4경기 광주동성고 : 부산공고

부산공고를 보면 즐거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워낙 야구 자체를 파릇파릇 고교야구답게 하기 때문이랍니다. 에러가 나와도 서로를 격려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대개의 팀이 그렇긴 합니다만 내야에서도 덕아웃에서도 소리를 지르며 기합을 넣고 동료의 응원을 열심히 하는 선수들 모습이 좋았습니다. 경기도 경기지만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지난 청룡기 때 충암고 덕아웃 생각이 나더군요.

부산공고에서는 3학년생 주축 투수 두 명이 아닌 2학년생 박용운 선수를 투입했는데, 꽤 괜찮은 좌완 투수였습니다. 3회 동성고 신영재 선수의 안타를 기폭제로 맞아나가기 시작하다 강판되긴 했지만; 안타를 맞고 난 후에 전혀 자기답지 못하게 피칭을 해서 그렇지 너무 얼지만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용운 선수가 무너질 기미가 보이자 부랴부랴 외야에서 윤지웅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와서 투수 스파이크화를 신었지만 한 타자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며 팀의 에이스인 이영일 선수로 교체되었죠. 가끔은 좌좌우우 신경쓰지 않고 그냥 에이스를 올리는 경우가 나은 때도 있는데 이 때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지웅 선수를 낸 것 자체가 좌타자인 노진혁 선수를 신경쓰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노진혁 선수가 전 경기에서 홈런을 치며 타격감이 올라오던 선수인데다 윤지웅 선수 구질이 단조로운 편이라; 좌타자엔 좌투수 작전이 실패해버렸죠. 이영일 선수는 투구하는 동작이 한번 멈추었다가 나오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듯한 투수였는데 이게 의외로 독특해서 광주동성고에 먹혀들어갔죠. 부산공고 입장에서는 아까울 듯.

윤명준 선수는 1학년 때부터 팀의 마운드의 힘을 더하고 있는 투수인데 이날도 구위는 괜찮았지만 대체적으로 공이 높이 뜨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삼진을 많이 잡아내기도 했지만 1회엔 투수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접전을 여러번 보이면서 많이 불안했습니다. 워낙 부산공고 타자들 모두가 공이 눈에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른 편이라서 후엔 그 점을 이용하여 투구수를 많이 줄여나가긴 했지만요. 마운드에 공격적인 기질이 보이는 선수인데 초구 스트라이크를 좀더 잡아나간다면 피칭 스타일과 구위가 더 돋보일 것 같습니다.

8회 윤명준 선수가 첫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고 바로 에이스인 양현종 선수로 교체되는데, 우완으로 빠른 공을 던지던 선수 다음에 좌완이 나오니 부산공고 타자들이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아웃카운트를 두개 남겨두고 광주동성고는 최근 투수로도 나오고 있는 유격수(황금사자기부터 3루수로 출장) 임익준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는데 두 투수 모두 구위점검차원이라는 느낌이었고요.

임익준, 노진혁 선수의 시원한 장타도 장타지만, 임세준 선수가 기습 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일전 경기에서도 한번 그걸로 안타를 만들어내더니 이날 경기의 2안타를 모두 기습 번트를 감행하여 내야안타로 만들었습니다. 두번째의 경우는 뻔히 알고 있었을텐데도 발이 빨라서 그런지 공을 잡은 투수가 당황하다가 차라리 공을 1루에 안 던지느니만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재미는 봤지만 그래도 기습번트 -> 내야안타는 어디까지나 순간적인 재치이므로 여러번 무리해서 시도할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2006/07/03 01:30 2006/07/0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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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찡즈 2006/07/03 03:00

    대개의 팀에서 1루수의 존재 의의는 안정된 수비가 아니라 뛰어난 공격력입니다.
    ㅡ> 제 페이보릿선수를 생각해 보더라도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ㅠ 유난히 포구실책이 많죠.;;

    노진혁선수, 첫 경기 홈런에 이어 어제 멀티힛까지..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내나요? ^^;; 익준선수도 (보진 않았지만) 타격감이 좋은 것 같은데 투타에서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발빠른 세준군도 화이팅!

    • 채니 2006/07/03 03:26

      포구실책... -ㅅ-;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다음에 꼭 얼어버려서 공격을 잘 하질 못하니까 그게 더 안쓰러운 것 같아요.
      노진혁 선수가 본색을 드러내는 일은 기쁜 일입니다. 임익준 선수도 타격감 좋아보였어요. ^-^ 재밌는건 감독님 지시로 버스터를 하려는데, 너무 난 버스터다~ 라는 티를 많이 내서;;; 그게 귀여웠습니다. ㅎㅎ 임세준 선수는 티는 안내려 노력을 했지만 세번째쯤 되니 기습번트라곤 해도 너무 노골적이라서;;; 그게 고교야구지 싶습니다. ^^;

  2. 민규君 2006/07/03 03:12

    사실 대개의 팀에서 1루수의 존재 의의는 안정된 수비가 아니라 뛰어난 공격력입니다.
    =>올해 모 팀을 보면 1루수의 존재 의의는 안정된 수비 같습니다(-_-)
    작년 중간에 들어온 외국인 유격수께서 투심송구, 원바운드송구등을 선보이며
    실컷 포구 연습 시켜준 덕에(?) 결국 작년 골든글러브도 받고 올해는 수비형으로 진화했더군요(-_-)
    게다가 현재 백업 1루수는 원래 외야 출신이라 그런지 1루수비는 그다지 좋지 않아서;;

    • 채니 2006/07/03 03:29

      모팀 1루수님의 안습 별명을 들으면;;; 참 저도 생각이 복잡해지더군요. 어쩌다가 밀어치기에 능한 1루수가 되셨을까나 싶어서. -ㅅ-;
      외국인 유격수님이 문제셨던 겁니까. -_ㅠ 수비형 1루수라니 흑...;;;; 김인철 선수도 그러시겠지만 이현민 선수도 원래 1루수가 아니라서 그런지 1루 수비가 영 어색하더라구요. 원랜 투수죠. ^^; 투수로서의 모습도 내심 기대가 되던 선수였습니다. ㅎㅎㅎ

    • 민규君 2006/07/03 03:44

      왠지 올해 김감독님의 최대 실책은 모팀 1루수를 WBC에서 벤치 데우기에만 써먹은거(-_-)
      라고 생각됩니다;;
      몇번 타석에 섰지만 그때마다 걸어나가고 경기감각이 없어서인지 주루중에 곡예(-_-)마저
      선보였으니;;

    • 채니 2006/07/03 03:49

      앗, 그러고보니 wbc를 잊고 있었는데 그때 모팀 1루수님이 거의 실전 감각도 못 키우고 벤치만 덥히셨죠. -_-;;;; wbc 후유증 너무 심하게 앓고 있네요. ㅠ_ㅠ 그래도 군면제 받았으니까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내년엔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라요. 아직 올해도 다 가지 않았으니 갑자기 부활할 수도 있죠... 살아나기 시작한 국대 2루수님을 보면 말이죠. ^-^

    • 민규君 2006/07/03 03:50

      그런 의미에서 E모팀과 U모팀의 3루수는 재활중인 B모팀 3루수에게 감사해야 할 듯(-_-)
      p.s. 서재응 등판경기 보시는 중입니까?

    • 채니 2006/07/03 03:53

      B모팀 3루수님... -_-; 참, 그분께 감사해야할 분이 두 분이나 되시는군요. E모팀 3루수님이 완전히 눈을 뜨시고 U모팀 3루수님도 다 잘되셔서 다행입니다.
      p.s. 서쟁 경기는 제가 보면 부정탈까봐 껐습니다. 티비 딱 틀었더니 홈런 맞더군요. -ㅅ- 뭐 그런겝니다.

    • 민규君 2006/07/03 03:54

      오늘 탬파는 타력이 영 아닌듯하고 수비도 워싱턴과 비교가 됩니다;;
      라몬 오티즈한테 이렇게 말리다니(-_-)
      ...6회말에 gg때리는 탬파 수비네요;;

    • 채니 2006/07/03 04:01

      파울볼에서 댓글 다셨던 걸 보고 있는데 그것만 봐도 안습인 것 같습니다. -_-;; 수비 안되고 공격 안 되면 처절하지요. 서쟁도 공이 별로 안 좋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럴 때일수록 수비 도움을 받아야 할텐데요.;;
      국내 탬파 팬들이 중계 많이 기대하셨을텐데 하필 안 좋은 모습을 처음부터 보게되셔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3. 민규君 2006/07/03 04:20

    너무 타래가 길어져서 따로 씁니다;; 정말 안습 맞았습니다(-_-)
    게임데이나 문자중계 보시면 더욱 실감하실 겁니다;;
    1회부터 에러가 나와서 비자책점이 생기질 않나(-_-)

    • 채니 2006/07/03 04:28

      -_- 방금 글 쓰고 야후 문자중계의 스코어를 얼핏 확인하니 6 : 1. -_-;;; 그냥 이 경기 재방으로라도 신경을 끄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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