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눈 뜨고 보기 괴롭네요.
지금 기아 야구는 애초에 난리가 나고있고 뭔가 비상식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낌새만으로도 알 수 있죠. 당분간은 제대로 볼 수도 없으니까 그냥 신경을 껐는데요.
아마야구에서도 안타까운 광경을 보게되었습니다.
고교든 대학이든 어지간한 팀엔 애정이 있다보니 그것만으로도 그냥 즐거웠는데 좋아하는 선수가 갑자기 안 되기 시작하면 참 안타까워요.
특히 그 선수들이 지명 시점을 앞두고 있으면 부진한건 정말 안 좋은 겁니다.
성남고 정승훈은 왜 자기가 키가 작다고 자학이나 하고 있는 것이고,
성균관대 김연훈은 프로에 그렇게나 유격수가 모자란데 왜 지명을 앞두고 1할나라당인 것이며,
경기고 김강률은 떡대도 좋고 공도 빠른 녀석이 이 중요한 시점에 슬럼프인 것일까요.
김연훈이야 연습 경기 하나 보고 신경 쓰이던 선수니까(성균관대 경기가 저랑 연이 잘 안 닿더라구요)... 안타깝지만 최근 근황은 눈으로 못 봤으니까 아무래도 덜하긴 하죠.
그런데 금요일엔 일이 있고 다음 주중까진 내리 할 일이 있어서 주말에나 갈까 생각했는데 주말엔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더라구요.
지금 안 가면 보고 싶었던 팀들을 못 보지 싶어서 오늘 할 일 하나를 잠시 주말로 미루고 동대문에 갔습니다.
그리고 정승훈, 김강률의 부진을 한 큐에 보고 왔습니다. 훗.
슬럼프도 질이 있어서 곧 극복하겠지 싶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저건 좀 오래가겠는데 싶은 것들이 있죠. 안타깝게도 두 선수 다 후자였습니다.
정승훈 선수는 뿌리깊은 아픔이죠.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노력을 해봐도 투수가 키가 작다는 건 정말 치명적입니다.
고교야구의 프로필이 지명 때문에 과장되어서 등록되는 건(그리고 보통은 프로 가서 늘려 말하는 폭을 줄이게 되는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정승훈 선수 프로필이 176-78이에요. 그렇다면 실제 키는?
중학 시절의 정승훈 선수는 굉장히 잘했던 선수였다지만 키가 크지 않으면서 성장이 같이 정체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제가 아마야구를 보기 시작한 게 광주동성고와 한기주 덕분이었고 청룡기 대회에서 2학년 에이스 한기주를 무너뜨린게 바로 성남고였습니다. 물론 성남고의 주축은 박병호-김현중 등의 타자들이었지만 당시의 정승훈 선수를 똑똑한 피칭을 하던 선수로 어렴풋이 기억해요. 그러다가 성장이 정체되며 슬럼프에 빠졌던 걸로 아는데 올해 2월 군산시장배 대회에서였던가, 거기서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을 다시 찾아가는 듯도 했습니다. 장효훈 선수가 당시 148(?)을 찍으면서 화제가 되었지만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도 정승훈 선수가 140 정도의 구속을 찍었던 것이 내심 더 기뻤어요.
앞으론 나아지겠지, 이 모습만 유지를 한다면 지명은 받겠지. 그렇다면 본인은 얼마나 기쁠까.
동대문에서 보니 말로는 전해들었지만 믿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대요.
3.2이닝 던지면서 자책점은 1점이니까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맞아나가기 시작하니까 타구 뻗어나가는 것이 대책 없더군요. 투수 보호를 위해서(혹은 더 놔두면 경기를 이기기 어려우니까) 일찍 내렸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지금의 정승훈 선수는 팀을 책임지는 투수로서의 믿음을 못 주는거죠.
김강률.
이 친구도 참 질 나쁜 슬럼프를 겪는 중으로 보입니다.
작년 서울시 추계 대회 때도 볼넷 끝내주게 많았고 풀 카운트 승부 역시 많았고, 그러다보면 이닝당 투구수가 장난 아니라서 4회쯤에 내려가는 일이 많았는데요. (맞기도 맞는데 이상하게 실점은 적은;;;) 그때는 그래도 구속은 잘 나왔고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공은 시원시원했습니다. 팔꿈치 수술하고 피칭 경력이 길지 않았던 선수인데도 그 스케일과 앞으로의 여백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거죠.
그러다가 대통령배에 실력이 바짝 늘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선수였습니다. 심지어 볼넷 없는 경기까지 보고와서, 지금의 김강률이라면 2차 1번도 가능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구속이 줄었다네요.
표정은 먼발치에서 봐도 어둡고 자신없어보이고 제구는...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안 좋았어요.
광주에서 뭘 잘못 먹었는지. -_-;;
황사기 첫날의 김강률은 도저히 오래 놔둘 수 있는 상태의 투수도 아니었습니다. 추계리그의 3~4이닝 간신히 소화하고 힘 딸려서 마운드 내려가던 김강률보다야 6.1이닝이라도 던진 김강률이 표면적으로는 나으려나. 그렇지만 실상은 한 3회부터는 제발 내려라 제발 내려라 주문을 외웠던 것 같네요.
충격으로부터 투수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코칭스탭에게 있다면 진작에 김강률은 내려갔어야 했습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한참 멀리에 공을 던지고, 공 하나 던지고 뻗어나가는 타구를 한참 쳐다보고.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 늘어뜨리고.
기록적인 에러 7개의 경기인만큼 야수들이 초반에 안 도와준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뭔가가 있는 느낌이네요.
김강률 선수도 상태가 안 좋았지만 경기고 전체가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올해의 경기고를 강팀으로 봤던 이유는 구속이 빠르고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김강률과 안정적인 최원제, 그리고 대통령배 때 나머지 이닝을 책임져주던 좌완 최성훈 등 세 명의 좋은 투수가 갖춰져있기 때문이었죠.
거기에 타선의 구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김강률 선수가 안 좋은데도 계속 마운드에 오르는게,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던데요.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몰라도 초반의 점수 나는 상황에서는 최원제, 최성훈 정도는 몸을 풀었어야죠. 사단이 나도 그 선수들 등번호는 불펜 쪽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무등기에서도 최원제가 끝내 등판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나니 그 선수도 같이 걱정되더라구요. 대통령배 1회전에서 정말 무리해서 157개 던지고 안 좋았던 거, 기억이 나거든요. 설마 그것 때문인가 생각도 들고.
오늘 경기가 비록 최악이었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김강률을 2차 1라운드에서 밀어내지는 못할 거예요. 보여준 게 김강률만큼이라도 있는 투수가 딱히 없습니다. 다만... 계속 의혹이 따라다니겠죠. 그게 안타까운 겁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무등기 관전당시 얼핏 경기고가 요즘 분위기가 많이 나쁘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했는데...
무등기 당시에도 경기내용도 형편없었고...
당시에는 황사기 앞두고 몸푸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한번 알아봐야 겠군요...
뭐 김강률이야 현 상황에서 큰 부상이라는 변수만 없다면 1라운드는 안정권이겠죠...
클러치에러도 물론 있었지만 분위기 심하게 나빴어요. 무등기에서도 그랬던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군요.
김강률 부상도 아니고, 구속이 준 것도 멘탈적인 문제인데 본래 성격도 밝은 선수라고들 하고.. 팀이 어려우니 휩쓸려가는 건데 너무 폄하하는 분들이 있어서 조금 짜증이 나기도.
경기고의 좋아하는 선수들이 별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