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팬들이 정영일 선수와 이천웅 선수의 에이스 맞대결을 생각했을 이 경기는 의외로 정영일 선수와 김혁민 선수의 맞대결이 되었습니다.
워낙 정영일 선수는 잘 알려져 있고 김혁민 선수도 직구의 품질만큼은 손꼽히는 투수로 알려져 있어서, 생각했던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오더를 보고나니 또 나름대로 기대가 되더군요.
성남서고는 투수 자원이 풍부한 편이라서 대체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기용을 하는 편입니다. 가끔씩 경기를 보는 편이라서 정확하게 근거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잘 알려져 있는 세 투수 이천웅, 김혁민, 임치영 모두 오래 던졌던 기억은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오늘같은 경우는 이천웅 선수를 중견수, 3번타자로 고정시켜 타격에 전념케 하고 김혁민 선수를 8이닝 이상 길게 끌고 가는 성남서고답지 않은 운용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정도가 될 듯 합니다.
김혁민 선수같은 경우는 직구는 좋지만 워낙 제구가 불안하고 길게 가지 못하는 투수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길게 가지 못하는 것엔 무리가 가지 않는 기용도 한 몫을 했지만 제구가 불안한 건 엄연한 사실인지라 프로 무대에서의 활용도 면에서 물음표가 어느 정도 따라다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같은 경우는 비록 18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무리는 했지만 김혁민 선수도 길게 던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죠. 볼넷도 많았지만 삼진도 많았고 자신이 할만큼은 해보였습니다.
다만 김혁민 선수는 투구폼이 역동적인 편이라서 그 폼으로 백 몇십개 이상을 던진다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폼이 부드럽더라도 180개까지 던진 건 좋지 않습니다만) 오늘 같은 경기는 길게 던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정도로 그쳤어야 했다고 봅니다. 잘 던지고 있었고 경기는 팽팽한 상황이었으니 쉬이 교체하긴 어려웠더라도, 적어도 7회쯤엔 교체를 했어야 했습니다. 이미 힘 떨어진 기색이 보였거든요. 15개의 탈삼진 중엔 빠른 승부를 가져간 것보다는 2-3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잡아낸 것이 많았고 진흥고 타자들이 커트해가면서 칠만한 공을 기다리는 유형은 아니더라도 투구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영일 선수같은 경우는 요즘 들어 길게 던질 것, 많이 던질 것을 각오하고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이 선수는 쓸데 없이 투구수가 많은 유형으로 삼진도 많고 볼넷도 많죠. 그러나 30일의 그는 구속을 약간 줄이는 대신 맞춰잡는 쪽에 주력을 했습니다. 풀 카운트도 꽤 자주 보였지만 8이닝을 넘게 던지는 동안 볼넷이 두개뿐이어서 투구수를 꽤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경기를 끌어나갈 듯 싶습니다.
1회초 김혁민 선수가 제구가 잡히지 않아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음에도 무산시켰던 진흥은 3회초 나성범 선수가 2루타로 누상에 나가면서 다시 찬스를 잡습니다. 이후 박상현 선수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나가고 3번 타자인 나성용 선수가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깔끔하게 2점을 선취하죠.
그러나 3회말 1사 상황에서 내야 실책으로 진흥은 동점을 허용하고 맙니다. 그동안 진흥의 내야 수비의 문제점은 여러차례 지적되어 왔는데 이때의 에러는 잡는 것 자체의 에러보다는 병살을 유도하려는 마음이 너무 앞서서 나왔던 송구 에러였습니다. 진흥 입장에서는 참 아쉬웠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수비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게, 이후엔 정영일 선수가 유도한 내야 땅볼을 모두 안정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배 이후로 내야 수비 강화에 신경을 많이 쓴 듯 싶더군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김혁민 선수가 힘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진흥고는 몰아치기 시작했고, 임치영 선수나 이범준 선수가 나쁘지 않은 공을 던졌음에도 흐름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진흥고는 테이블세터로 나온 박상현, 정은표 선수가 제 몫을 해주었고 클린업이 주자를 쓸어담는 정석적인 야구를 펼쳤습니다. 대체로 진흥의 타자들이 방망이가 초구부터 나가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는데(그래서 김혁민 선수에게 철저하게 말리기도 했고) 박상현 선수는 볼을 길게 보고 기다리는 편이었고 그 침착함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진흥고는 전반적으로 타격도 좋았지만 번트나 대타 작전까지도 잘 맞아들어갔죠.
반면에 성남서고는 1번 타자 김도훈 선수와 3번 타자 이천웅 선수에게만 안타가 집중되며 흐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석패하고 말았습니다.
기대했던만큼 수준도 높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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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쓰실까 했는데 역시 채니님이 정리해주셨군요. 감사!
180개라니,, 투구수 많겠다 싶었지만 그렇게 많을 줄이야.. 김혁민 선수 0-3에서 2-3까지 만들고 나서 결국 볼넷 주는 걸 보면서 헛심 쓴다는 말까지 아X님과 주고받을 정도.^^;;
정은표 선수는 팀을 울렸다 웃겼다 했어요. 3루가 구멍인 팀은 많이 봤지만 연속적으로 2루에서 적시에러를 범하는 팀은 별로 못 본 듯 한데.. 암튼 (제 입장에선) 결과가 좋아 다행입니다.
헛심쓴거 맞죠. 탈삼진 갯수 등을 보면 준수하긴 한데 뜯어보면 그런 볼넷이 워낙 많았으니. ㅎㅎㅎ 잘하긴 잘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 부분이 지적을 많이 당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은표 선수 에러할 당시만 해도 엄청 의기소침할까봐 걱정했는데 타석에서는 씩씩하게 할만큼 잘해줘서 다행입니다. 그 이후 수비도 나름대로 깔끔했지 않았어요? ^^; 제 입장에서도 진흥고가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오늘도 피곤하셨을텐데 수고하셨습니다.
그나저나 혁민이는 파울볼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깐 나름대로 허벅지 근육이 많이 붙은 편이네요.
군산상고 1학년땐 저게 다리인지 젓가락인지 분간이 안갈만큼 말랐었는데.....
대략 174/63? 약간 충청도식 과장법이긴 합니다만 나승현 탈북자라는 것보다 더 빈곤하게 표현이 가능할법도 했습니다만 ㅋㅋㅋ
지금 정도로 덩치가 커진것 만으로도 감개무량입니다. ㅎ
와, 김혁민군 키도 많이 크고 살도 많이 붙었군요. +_+ 탈북자라는 별명이 붙었을만도 한데 나승현이 워낙 강력해서. ㅎㅎㅎ;;;
키 크고 체격도 불고 잘 던진거 보니 정말 기분 좋으셨겠습니다. >_<
관전기 잘 보았습니다.
청룡기는 많이 못가신다고 하더니^^
첫날, 둘째날은 스윕을 했을것 같은 예상이 되네요.
참고로 어제 무려 13시간 30분은 투표사무원으로 근무했다는....
주5일제, 주40시간 근무제를 표방하면서 OECD에 가입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노동력 착취를 해대면서 말이죠..^^
아마 제 생각에는 오는 공주vs효천 경기가 있어서 오늘도 동대문에 계실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암튼 부러워요...
아무때고 아마야구를 볼수 있어서..
날이 많이 무덥워졌네요...
야구도 좋지만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스윕은 못합니다. 첫날, 둘째날 모두 두번째 경기 중간 정도에 들어갔어요. ^^;
공주/효천 경기는 집에서 졸면서 티비로 봤습니다. 경기장에서 볼 때도 집중이 잘 안 되는데 티비로 보니 더 집중이 안 되더군요. ^^; 티비 틀어놓고 본건 김태식 공뿐인 듯 싶습니다. (이웅한도 제대로 못 본;)
아무 때나 볼 수 있는게 좋긴 좋지요. ^^ 광주가 좋지만 야구 보는 것만큼은 서울이 좋네요.
박준완님도 건강 조심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