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서 중앙대의 이혁수라는 선수를 모르실 분을 위해서 짤막한 소개를 잠시 하겠습니다.
키 190cm, 몸무게 80kg의 장신 사이드암 투수.
괜찮은 잠수함 투수가 말라붙은 올해에 그럭저럭 손에 꼽히는 잠수함 자원이랍니다. 대학 4학년이고 고교 시절 1년 유급을 했기 때문에 1983년생입니다. 키와 몸무게를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모델형 몸매;를 자랑하는 잠수함이지요.
작년 백호기 때 sk 2군과 중앙대와의 경기를 우연찮게 본 적이 있었는데, 특이한 투구폼에 길쭉하고 낭창낭창한 몸매, 박기혁 선수를 살짝 닮은 외모... 즉 실력과는 전혀 관련없는 요인들 덕분에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좋은 잠수함 자원이라길래 오히려 놀랐을 정도로요.
오늘따라 갑자기 이혁수 선수가 너무 보고 싶더랍니다.
사실 너무 이상한 것들로만 기억해서 그렇지 당시 나름대로 호투를 한 편이기도 했죠. 1년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겁니다. 짐을 챙겨서 나갔습니다.
중앙대는 현대 2군과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다지 챙겨볼 생각을 하고 가는건 아닌데도 현대 2군과도 그럭저럭 인연이 있습니다. 작년에도 (기아 2군 경기 날짜를 헷갈려서) 현대 2군을 동대문에서 보았는데 말이지요.
경기는 투수 교체 타이밍의 실패로 중앙대가 그대로 말렸습니다.
아니, 적어도 투수 교체할 때까지는 '이혁수 언제 나와!' 하며 에이스를 몸을 풀게 하면서도 내지않는 중앙대의 감독을 원망했습니다.
보니까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이유가 있더군요.
구속이 빨라졌습니다. 아무리 작년이라지만 특징 있는 투수의 구속에 대한 체감까지 잃어버리지는 않아요. 그때의 어렴풋한 기억과 비교를 해보니 대충 봐도 3~4km/h쯤은 빨라진 게 아닐까 싶더군요. 미트에 꽂히는 소리도 힘있게 퍽퍽 나고요.
근데 이혁수 선수는 오히려 더 나빠졌어요.
원래 투구폼이 굉장히 특이했는데 이상하게도 밸런스를 맞춰나가던 투수였거든요.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고생을 한 것 같긴 한데 그때의 밸런스는 고스란히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투구폼은 그다지 손 봤는지 알 수 없는 그대로고요. 스트라이크존으로 볼이 거의 들어가지 않더군요. 다섯타자 상대로 아웃 카운트를 겨우 한 개 잡고, 3개의 볼넷을 내주었습니다.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투수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건 분명히 문제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구일구 기합까지 넣어가면서 던지는데(모님 曰 : 샤라포바;;;) 제구가 안되는건 최근 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에이스를 내야할 타이밍에 내지 못하고 4실점이나 한 다음에 냈다는 것(대학 입장에서는 상대가 프로팀이라 눈치 보는 것도 있긴 있습니다), 자기가 제구에 만족을 못하고 아~ 하는 탄식까지 흘렸다는 것. 아마 최근 들어 선뜻 내기가 망설여질만큼 안 좋아진 모양이고 그것엔 구속을 끌어올린 것도 어느 정도 작용할 것 같다는 점을 대충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팬들은 140km/h 넘는 구속은 빠른 것으로 치지도 않습니다. (오준형 선수 구속이 144km/h라고 했더니 '빠르지 않군요' ... -_-; 동대문 수준에 눈높이가 맞춰진 제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쓰리쿼터가 그 정도면 감동이지 뭘 더 바래요?)
프로 무대에서는 150km/h대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즐비하니 눈이 높아져서 눈에 차지 않겠죠.
하지만 모두가 간과하는 사실은, 140km/h의 제구 잘된 직구를 집어넣는다면 타자 입장에서는 노리지 않는 한 치기 어렵습니다. 지금 타자들이 140km/h 이상의 공은 보고 치는게 아니지요, 단지 동물적인 감각과 손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배트를 휘두르는 반복 훈련, 수싸움에서의 승리로 때려맞출 뿐. 특히 투수가 우완정통파가 아닌 변칙 타입의 투수라면 굳이 공이 파이어볼러라고 칭송받을 정도로 빠를 필요까지는 없는 겁니다.
사이드암의 미덕이라면 프로에서 통할만큼의 제구와 변화가 심한 공 끝, 그리고 싱커가 아닐까요? 비록 홈런공장장이라는 별명은 끝까지 따라다녔을지언정 이강철 투수의 선수생활 후반부의 구속은 겨우 130km/h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공으로도 기아의 승리계투조에 당당히 끼어 있었습니다. 프로생활 십몇년의 노련함이 있지 않았다면 어려웠겠지만 요는 하기에 따라서 모든 투수가 공을 그렇게 빠르게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거죠.
우선은 부상 위험이 없도록 조금씩 폼을 교정해나가는 게 먼저가 아니었을지.
그리고 사이드암에 잘 어울리는건 미트에 팍팍 꽂히는 강속구가 아니라 변화가 심한 공끝이라는 걸, BK가 빅리그에서 마무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공이 빨라서가 아니라 타자들 입장에서 생소한 투구폼에 공끝의 변화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배트 중앙에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심하게 빠르기도 빨랐습니다만;;) 이혁수 선수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 현종군 아직 1차지명 확정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단 유력한 건 분명하다는 듯.
** 감기 기운이 있어서 답글은 내일 아침에 몰아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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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기도 점점 보고싶습니다. 지금 열리는 경기도 대학이 프로를 이기는 파란이 생겼으면 하구요. 막상 기아 2군이 진다면 난감하겠지만요.ㅎㅎ
오늘 밤 푹 쉬시고 감기기운 떨쳐버리세요^^
대학팀들이 하는 걸 보니 대학이 프로를 이기는게 굳이 파란같지도 않아요. 삼국대들하고 연/고대, 한양대 정도는 어지간한 2군이라면 상대가 가능한 정도의 전력을 갖추고 있더라구요.
기아 2군은;;; 대진표 뽑는 운이 어찌나 좋은지 첫 상대가 충청대더군요. 충청대를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1학년들뿐인 신생팀이 프로 선수들을 이기긴 무리죠.
감기기운은 그럭저럭 떨어졌는데 어제 너무 돌아다녔더니 근육통이... ㅎㅎㅎ
비밀댓글님/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한발짝 가까이 와 있는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며칠전 연습겜에서 성대가 상무에게 10대 0, 엘지에게 11대 2로 깨졌다길래 그럼 콜드패만 당하지 마라고 했거든요^^;; 대학팀이 승승장구한다면 더 재미있겠죠.
근데 삼국대는 어디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세요.ㅎㅎ
상무는 1.5군 수준이라서 막강하구요. 엘지는 가끔 멤버가 호화로워질 때가 있는데 아마 그때 걸렸을거예요. ㅎㅎㅎ
삼국대는 단국, 건국, 동국대입니다. 동국대는 좀 쳐지는 편인데 단국대와 건국대는 생각보다 전력이 괜찮았습니다. 한양대는 제가 왠지 좋아서(;) 넣어봤고, 연고대도 그럭저럭 2군들 상대로도 할만 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중앙대 투수 이혁수입니다...
글세요 제구력이 안됐다라..... 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구력 좋았습니다 아웃트 꽉찬공 심판이 안잡아주고 슬라이
들아가는공 안잡아주니 던질게 없었습니다 대학이랑 프로랑 하는데 스트라익크 존이 점점 좁아지더군요 그리던지니 정말
던질때가 없는데 슬라이더 가운데 넣을려다가 2루타 맞았습니다 쩝 쫌 억울하죠 -_-;; 탄성지른건 심판땜시 넘열받아서
그런겁니다 ..... 저는 현제 3승했고 현대랑 하기전에
방어율 0.95였는데 현대끝나니 1.83으로 올라갔습니다
ㅠ_ㅠ크흑 넘 아쉬운경기였네요 어찌되었건 제글을 올려주신거 정말고 감사드립니다 꾸벅 행복고 즐거운 생활되세요
그럼 이상 중앙대 이혁수 투수였습니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기 때문에(어느 팬이 선수가 블로그에 올거라고 생각하겠어요. T^T) 생각없이 쉽게 쓴 글인데 보다가 상처받으시진 않으셨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도 프로와 대학 간의 경기에서 대학이 많은 불이익을 얻는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엔 그냥 스트라이크 판정과 공끝 정도만 보느라고 몰랐는데 스트라이크존이 계속 좁아지는 걸 느끼셨다니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정말 억울하시더라도 할 말 없을 것 같구요.
하필 불이익까지 겹쳐서 안 좋았던 날 보고 안 좋다고 글쓴것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 경기에서 적시타 맞으면서 방어율 올라간 건 정말 아쉽지만 아직은 성적이 정말 좋으니 여름에 있을 지명에서도 좋은 결과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
몸 관리 잘하시고, 역시 행복한 생활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