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고 몸도 꾸릿꾸릿해서(-_-)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편안하게 중계를 봤습니다.
광주동성고 선발은 양현종, 장충고 선발은 전진호.
어제 4강 경기에서 양현종 선수가 등판하여 큰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7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선발 예고를 보고나니 양현종 선수가 오늘 잘 던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늘 2~3이닝 던지다가 무너졌고, 무너지지 않더라도 그쯤 되면 힘이 딸려 맞아나갔습니다. 체력 때문에 과소평가 되어서 늘 속이 상했는데, 엊그제 완투를 하고 어제 7이닝 던지고 또 선발로 나오는건 거의 잊으려 했던 3이닝 양현종이라는 별명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워낙 일반팬들한테 제대로 관심을 받은지 얼마 안 된 선수라서, 금방 관심이 식을까봐 걱정이 되었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다행히도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양현종 선수는 여전하더군요.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치밀하게 붙여오는 스트라이크나, 왼쪽 타자가 도저히 칠 수 없을 듯한 몸쪽공, 가끔 던지는 각도 큰 변화구, 좋아보이는 공끝이나... 중반 이후엔 공이 계속 높게 형성되었지만 워낙 이전부터 코너웍이 좋았던 탓에 잘 맞지도 않았죠. 그래도 힘이 떨어지긴 떨어져서 후반엔 큰 타구나 잘 맞은 타구도 여럿 나왔지만요.
광주동성고가 수비 탄탄하기로는 전국 수위일 것으로 내심 꼽고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경기에서 수비의 도움을 별로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덕분에 투구수가 늘어나고, 투구수가 늘어나다보니 후반부엔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해도 힘에 부치는 듯 싶었습니다. 결국 이두환 선수에게 홈런을 맞고 완투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긴채 마운드를 내려가게 되었지요.
특별히 양현종 선수가 나아진 것이라면 역시 체격의 변화일 듯 합니다. 저학년 때도 깔끔한 투구폼에 직구는 빠르고 공끝도 좋았고 변화구의 각도도 작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키가 크고(작년 초중반엔 170후반대였습니다), 호리호리하던 몸도 체력훈련을 하는 듯 눈에 띄게 불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붙으면서 훨씬 피칭이 나아졌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성실함과 체격은 최고의 재능입니다.
장충고의 전진호 선수도 엊그제 개성고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의 불안감을 초래했을 때보다는 한결 나아져 있었습니다.
장충고는 묵직한 직구를 가진 우완정통파 이용찬, 좋은 제구력과 변화구를 가진 좌완 이승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특별히 누군가에 포커스를 맞추어 공략할 준비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회 기간엔 이용찬, 이승우 선수 모두 그리 좋지 않았지만 수준급 투수 두 명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건 상대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감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경기 운영이 한결 나아진 전진호 선수가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오면 어떠할까요. 광주동성고 선수들이 배트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사이드암이 선발로 나올 것이라는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는 듯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잡아당기는 스윙으로 일관했죠. 거기에 전진호 선수가 해설위원의 말대로 '80%의 힘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던지는 건 매우 잘 먹혀들었습니다. 공이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 장타를 의식하는 것은, 상대가 사이드암 타입일 때는(특히 컨디션이 매우 좋을 때는) 위험합니다. 가끔 몸에 공을 맞아 나가는 것 외엔 전혀 안타를 뽑아내지 못한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충고 포수인 백용환 선수도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고교에서 사인을 벤치에서 내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결같이 배짱있게 리드를 잘 하더군요. 화이팅도 있고, 안정감도 있고 포구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광주동성고의 포수인 신영재 선수도 작년에 비해 굉장히 안정감과 화이팅이 많이 늘어서 참 보기 좋았는데(작년엔 그냥 사람좋게 웃기만 하는 인상이었거든요;), 좋은 포수 둘이 한꺼번에 나오니 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했습니다. ^^
장충고 김명성 선수는 신들린듯한 3루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_-;
아, 이 블로그에 그 친구 이름을 쓰게될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아는 분들은 다 아는 제 추억때문;;;) 아무리 그래도 잘한건 잘한거니까요.;;; 가끔 헬멧을 벗을 때 얼굴을 보고 히껍하긴 했지만(-_-) 타격은 약간 부진했어도 오늘 장충이 우승할 수 있었던 밑거름을 묵묵히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3루측 강습, 3-유간으로 빠질듯한 타구, 힘없이 3루로 굴러오는 타구 모두를 변함없이 깔끔하게 잡아내어, 강견으로 1루로 송구를 하는 모습을 동대문에서 보게될 줄은 몰랐네요. 정말 잘 했습니다.
딱히 못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선수라서 더욱 아쉬운 광주동성고 노진혁 선수.
선구안이 너무 좋아도 안 좋은것 같아요. 굉장히 선구안이 좋은 선수인데 선구안이 좋다보니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공을 적극적으로 커트하는 일은 거의 없죠. -_- 배팅 실력도 괜찮은 편이지만 안타를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기지는 좀 부족한 편. 물론 기지는 기지에서 끝나야 하고 기본기에 충실한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노진혁 선수는 센스가 충분히 있는데도 플레이를 굉장히 정석적으로만 해요. 적어도 중심타선에 들어갔을 때는 치고 나가는 중심타자다운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특히 라인업의 유일한 좌타자였다는 점에서 더더욱이요. 노진혁 선수가 적극적으로 배팅을 하려고 했다면 아마 전진호 선수의 피칭에 광주동성고의 타자들이 이 정도로 말리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커트를 거듭하며 투구수를 늘려나가는 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봅니다.
수비 문제도 약간 있었지만 그런건 상관 없고 타석에서의 모습이 제일 안타까웠네요.
이두환 선수는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손목 힘으로 담장을 넘기는군요. -_-; 화순고와의 경기에서 보였던 그 홈런을 다시 보았습니다. 힘도 좋은 선수가 팔로스로까지 충실하게 하니 비거리가 큰 질 좋은 홈런이 나올 수밖에요. 덩치에 비해 유연하고 야구 센스도 있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약간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고교 시절에 살집이 꽤 있는 선수가 대성하는 예는 별로 없다고들 하니까요. 근데 서울시 춘계리그, 대통령배를 연이어 보면서 유감없이 이두환 선수의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타격도 물론이거니와 1루 수비도 굉장히 좋더군요. 프로에서도 1루엔 단순히 글러브 끼고 서 있기만 할뿐인 야수가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타격도 되고 수비까지 괜찮으니 감독님이 그렇게 칭찬하실만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장충고의 첫 서울권 전국대회 우승이지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를 한 학교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장충고처럼 부담없이 성실하게 야구를 하는 팀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고요.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고생했습니다. ^-^ 광주동성고도 마찬가지구요.
시험 끝나면 대통령배 결산 올라갑니다.
* 그나저나 대회 mvp로 이용찬군이 뽑힌건 얼굴이 많이 예뻐져서?;;;; 볼살이 빠지면서 작년에 비해서 훨씬 이목구비가 또렷해지고 예뻐졌던데요. ㅎㅎㅎ 어찌나 흐뭇한지.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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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찬군 이목구비가 또렷해지면 채은양이 흐뭇한겁니까? 왜... ^^
얼굴이 이쁘면 보는 맛이 있지요. (쿨럭) 갈고 닦아(?) 예뻐지는건 더 좋아요. >_<
응원팀이 아니더라도, 야구판 평균 미모가 올라가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흐
(근데 사진발은 좀 안 받는군요. -ㅅ-; 중계로 볼 땐 좋았는데요.;;;)
이두환선수가 타격부분 상을 모조리 휩쓸었군요. 4개씩이나..
채니님 말씀대로 양군이 감투상.. 정군은 특별상^^
시험은 언제 끝나십니까? ㅎㅎㅎㅎㅎ
방금 끝났습니다. 찍기 실력이 녹슬어서 공부한 데에서 하나도 안 나와서 절망중입니다. ㅎㅎ
결산은 아마 내일 아침쯤엔 올릴 것 같고요.
양군은 워낙 잘 던졌으니까 감투상 안 주면 주최측에 문제가 있는 거였죠. ^-^ 정군 특별상도, 받은 내용은 별로였지만 암튼 상은 상이니까; 이두환 선수가 타격 관련 상을 모두 휩쓸줄은 몰랐는데 정말 놀랐답니다. 모두에게 축하를! >_<
용찬군 얼굴은 입단과 동시에 다시 망가질 거에요 ㅡㅜ
앗, 설마요. ^^;;;; 그리고 상대적으로 예뻐진 정도니까 용찬이 입단해도 이쁘다고 하는 분들은 드물거예요. 기껏해야 저 정도라고나... ㅎㅎㅎ
안녕하세요! 야구로 글들을 검색하다가 재미있어서
이렇게 읽다가 가요~
채니님 장충고 선수들을 매우 잘아시네요 ^ ^
넘 재밌어요! ㅋㅋ
김명성 선수와의 추억은 무엇이길래.. 궁금해요~
답글이 늦었습니다. ^^ 반갑습니다~
장충고 선수들을 특별히 잘 아는건 아니고;;; 저땐 아마야구를 열심히 봤고 장충고가 강하던 시절이었죠. 자주 보다보니 익숙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장충은 강하겠지만. -_-;
아마도 선수 본인은 절대 모를 이야기입니다. ^^ 그 선수 가족과 안 좋은 일로 얽힐 뻔한 사연이 있었죠. ㅎㅎㅎ;; 김명성 선수 생각난 김에 대학에서 투수 전향을 한 걸로 아는데, 잘 되어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와 리플도 달아주시고 감사해염..
근데 이 많은 선수들이 대학야구가서
미래가 어떨까.. 조심스런 걱정이 되네요..
괜한 걱정일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로 뽑혀가는 수가
워낙 적기도 하고.. 프로진출에 실패하면
향후 진로가 어떨지..
제가 요즘 진로걱정에 밤을 지새워서 그런가ㅠ^ㅠ;;
단순히 야구의 재미를 떠나서 선수들의 인생에 관심이
가네요..
예, 프로 가기가 워낙 힘들어서(간 다음에도 문제이지만) 고교 야구의 1대 목표는 대학 가기지요. 그것도 수도권 4년제로 들어가는 것.
이왕이면 모든 선수들이 수도권 4년제, 교직 이수를 받을 수 있는 대학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단순히 실력만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ㅠㅠㅠ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 프로 가서도 살아남는다는 법이 없고요.
정말 야구나 이런 스포츠를 알면 알수록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예요.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