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시험 기간 동안엔 블로그질을 자제한다는 의미로 글을 올리고 사라집니다.
(이렇게 썼지만 보나마나 대통령배 결승전이 끝나면 대통령배 결산 같은걸 써서 올릴 듯;;;)


경기고의 투수 김강률 선수(3학년)는 수도권 L모 구단(...)의 1차지명설이 돌면서 일반팬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게 된 선수입니다. 현재 문제의 1차 지명은 선수 측이나 L모 구단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규정이 얽히면서 없던 일이 되어가는 분위기이지만 이미 알려진 이름이 뇌리에서 사라지진 않죠. ^^;
그런데 김강률 선수의 주가 상승과 더불어 진흥과의 개막전 경기에서 달랑 4이닝 던지고 사라진 것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함께 늘어가는걸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물론 김강률 선수는 많은 분들이 처음 기대하셨던 것과는 달리 경기고 에이스는 아니었습니다. 와하하하;;; (웃을 일이 아냐)
실제 중요한 경기를 책임지는건 최원제 선수(2학년)이고, 김강률 선수는 작년 중반 이후 갑자기 실력이 급상승한 케이스입니다. 작년에 이름을 들어본 분도 별로 없을테고 저도 경기고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아마 제대로 본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기억이 애매해서;)

어쩌다보니 체격 조건도 좋고 구속도 145km/h 가까이 기록할 정도로 빨라 에이스로 이름이 났고 팬들도 비슷하게 띄워주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에이스 앞에 나오는 바람잡이였습니다. -ㅅ-; 에이스가 뒤에 나오는게 고등학교 야구의 일반적인 투수 기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2~3이닝 정도 잘 던지다가 최원제 선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는 선수를 에이스라고 생각할 수는 없죠.

김강률 선수는 처음의 볼만 빨랐던 선수에서 조금씩 던지는 투구수를 늘려가며 성장해갔습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은 있었지만 워낙 공이 빠르다보니 방망이의 중심에 맞추기가 쉽지 않아 통하더군요. 제구 불안한 파이어볼러답게 볼넷은 굉장히 많았습니다. ^^; 대부분의 볼 카운트를 2-3 풀 카운트까지 끌고 가는데다가 정식 게임에서의 피칭 경험이 많지 않아 힘 조절을 잘 못해서 한계 투구 이닝은 사실상 제가 처음 봤을 때는 3~4이닝 남짓이라고 봐야 했죠.

올해 경기고의 전력이 괜찮은 덕분에 서울시 춘계리그를 결승까지 소화하며 김강률 선수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여전히 5이닝을 채 넘기지는 못했고 이닝당 투구수는 심란할 정도였지만(민망해서 안 세어봅니다-ㅅ-) 피칭에 서서히 눈이 떠가는 듯 싶더군요. 제구가 높게 되어도 어차피 맞추기가 힘들다보니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도 적시타를 맞지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시원시원하게 피칭을 했습니다. 절대로 매 이닝을 깔끔하게 끝내는 법은 없었지만요.;;;

그런데 대망의 대통령배, 진흥고와의 개막전에서의 김강률 선수는 춘계 리그 때의 좋아졌던 모습을 다시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_-;;;;
실점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투구 동작 중에 1루 쪽으로 몸이 쏠리는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원래도 투구폼이 덜 다듬어진 선수였지만 그날따라 더욱 거칠었습니다. 밸런스가 맞지 않다보니 볼 연발 or 풀 카운트 신공은 더더욱 빛을 발했고 진흥고의 타자들도 그걸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공을 계속해서 커트해나가며 투구수를 늘리더군요.

결국 김강률 선수는 안타는 하나 밖에 맞지 않았지만 4이닝동안 5개의 볼넷을 허용하고 2실점을 하며 강판되고 말았습니다.

문제의 경기는 다음날 서스펜디드로 16회까지 진행되어 경기고가 힘겹게 승리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인 것이, 이 경기가 있은 후로 김강률 선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나봐요. 조금씩 성장하고는 있는 것만으로도 늘 칭찬을 받던 선수였는데, 정작 중요한 전국 대회 개막전에서 잘 못했던 것이 마음 속에 남았는지.

4월 20일 신일과의 경기에서 김강률 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당시 누구도 경기고가 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진흥과의 경기에서 에이스를 비롯한 투수를 올인한데다가 신일고에 비해서 피로할 상황이었죠. 객관적인 전력은 신일보다 경기가 나았겠지만 신일고는 춘천과의 경기에서 집중타를 터뜨리며 손쉽게 이긴 반면, 경기고는 진흥과의 경기에서 실책으로 자멸할 뻔 하다가 간신히 올라온 상태.

게다가 선발인 김강률 선수는 이전에 투구 밸런스가 안 좋았는데 새삼스럽게 이틀만에 그게 나아질 리는 없죠. ...없었는데 뜻밖에 다시 균형이 잡혀있더군요. -_-;
1회 첫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 적시타로 가볍게 한 점을 실점하긴 했지만 타자주자가 2루까지 뛰다가 아웃 되면서 수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의외로 깔끔하게 끝난 덕분인지 뒤로 갈수록 좋아졌죠. 2, 3회에는 여전히 투구수가 많았지만 자신감이 붙으면서 빠른 카운트 내에 승부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맞은 안타는 1회에 맞은 단타 하나가 전부였고, 무엇보다도 볼넷이 3개밖에 없었습니다. 탈삼진 12개는 좋은 경기 내용에 따라오는 부수입같은 거였죠. 완투까지도 가능했지만 무리를 시키지 않기 위함이었는지 마운드에서 내리더군요.

완투는 아니었지만 김강률 8.1이닝 소화라니.
사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애써 신일고 전력이 예년과 같지 않으니까 저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어제 벌어졌습니다. 22일 성남서고와의 경기에서 또 선발로 나왔더군요. 일전에 받은 충격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바람잡이일 거라고, 한동안 푹 쉰 최원제 선수가 뒤를 받쳐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당하게 나올 때부터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투구폼의 미묘한 문제는 여전했지만 잘 던지더군요. 사실 성남서고는 8강에 충분히 올라올만한 강팀입니다. 역사가 짧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교 수준에서는 최고로 수비가 견실하고 투수를 무리시키지 않으면서 잘 꾸려나가는 팀이죠. 최고의 타자는 없지만 타선에 구멍은 없습니다. 필요할 때 쳐줄 수는 있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이천웅 선수가 안 좋아서 그런지(타격으로는 좋았지만;) 김강률 선수는 펄펄 나르더군요. -_-; 상대가 성남서고였는데도 안타를 다섯개밖에 맞지 않았고 실점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중요한건 무려 볼넷이 없었습니다!!! 성남서고 타자들이 오래 기다리는 유형이 아니라고 애써 이해해보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뭔가 모자랍니다. 경기를 치르면서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가져가는 법을 제대로 깨우친 모양입니다. 제구는 여전히 높은 편이었고 구속도 본인 최고 구속까지 압도적으로 나온건 아니었지만, 투구수가 정말 적었습니다. 8이닝 동안 107개밖에 던지지 않은 김강률이라니, 아마 한두달 전... 아니, 당장에 개막전의 김강률 선수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을 거예요. 포수가 바뀌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스트라이크 포구도 미숙한 위준호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여건이 나아진 점은 개막전 할 때와 비교해서도 딱히 없었고 김강률 선수가 잘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김강률 선수는 괄목상대할만큼 성장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성장해간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단시일 내에 금방 껍질을 깨버린 선수는 처음 보기 때문에 굉장히 설레고 기쁩니다. 어떤 계기일지는 모르지만, 내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지금은 김강률 선수가 경기고 에이스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 최원제 선수는 꾸준한 선수일 뿐 스터프가 뛰어난 투수가 아니니까요.

이런 좋은 모습 오래오래 유지하길 바랍니다. ^^
2006/04/23 17:51 2006/04/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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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우곤 2006/04/23 18:06

    신일고 시합 끝나고 '현재로선 경기고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어쩌면 김강율이 2-1번으로 기아에 갈지 모르겠다고 한껏 고무돼서 말했더니, 주우씨 비웃는 표정으로 '형! 왜 그래요?' 일축하더라는... (울컥)

    채은양... 작년의 신창호에 이어서 올핸 김강율에 꽂히셨나 보군요. 원래가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스타일을 선호하시는듯..

    • 채니 2006/04/23 18:09

      신일과의 경기에서만도 좀 의구심이 있었는데 성남서고와의 경기 (대충) 보고 그나마 남아있던 것도 털었습니다. ^-^;
      당연하지만 꽂혔습니다. 단순무식 직구온리 투수에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새삼스러울 건 없지요. ㅎㅎㅎ

      * 참, 그때 말씀하신건 이젠 김주우님도 인정하시는 분위기입니다. 울컥만 하지 마시고 다음에 제대로 갈궈주세요. ㅎㅎ

  2. 찡즈 2006/04/23 21:45

    현아님과 채팅하며 문자로 봤는데도 신기했습니다. 첫 경기땐 저러지 않았는데 하면서요..^^ 기아의 선택폭이 점점 넓어지는군요. 좋은건가요.ㅎㅎ
    블로그질 자제하신다니 서운합니다만 이번 주는 시험에 올인하시길^^ 올 시즌 기아 홈경기 패배는 없다는 좋은 징크스가 이어지길 바랍니다.ㅎㅎ

    • 채니 2006/04/24 00:27

      심하게 못하던 모습을 보셨으니까 더 의아하셨을 것 같아요. ㅎㅎ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저희야 좋지요.
      블로그질 자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 글 써놓고 경제학 문제집 펼쳐놓으니 뭘 써야할지가 생각나더군요. ㅠㅠ 시험 기간은 글을 쓰라는 신의 계시가 내리는 기간이에요. 흑흑.

  3. 민규君 2006/04/24 03:07

    원래 시험기간은 공부빼고 다 잘되더군요(-_-) 고등학교땐 안그랬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고전게임과 대전구장 경기에 말렸(...)
    어쨌든 지금은 두시간 반정도 자고 지금 공부하다가 잠시 쉬는중입니다;;
    1시 시험이니까 아침먹고 점심은 스킵(-_-)

    • 채니 2006/04/24 15:41

      고등학교 때도 공부 빼고 다 잘되었습니다. -_-;
      오늘 본 시험 중 유일한 재수강 과목인 경제학 말렸습니다. 죽고 싶습니다. orz 나머지 시험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만 쓰고 나왔는데. 흑흑흑.
      점심은 방금 챙겨먹었습니다. 이제 집에 가서 정책학 책이나 봐야죠.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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