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왜 이래? 이전까진 안 이랬잖아? 갑자기 쥐약이라도 먹었어? 그럼 그렇지.
이렇게 대충 네 마디로 요약이 되는 경기가 되겠습니다. -_-; (저 팬 맞습니다)
하도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었던 경기이다보니 뭘 봤는지 다 잊어버려서 글쓰기 버튼을 눌러놓고도 당혹스럽군요. =_=
1. 타율관리머신 장성호
한 경기 몰아치고 두 경기쯤 놀고, 또 몰아치다가 놀고... 기복없는 연속 기록을 상징하는 타자 스나이퍼 장은 경기당 기복은 그래도 꽤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연타석 홈런을 몰아친 이후 한동안 갈 것만 같았던 부진을 오늘 6타수 6안타의 괴물같은 기록을 내면서 극복해냈습니다. 선발인 송신영 선수가 안 좋긴 했지만 11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3점 홈런을 뽑아내고난 그는 완연하게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습니다.
두번째 타석은 평범한 단타(?)를 쳤던 그는 세번째 타석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까지 내달려 3루타를 만들어냅니다. 비록 전 타석의 이용규의 3루타에 비교하면 발 빠르기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서 안폭이긴 했지만 어쨌든 세이프. -_-;;; 홈런도 쳤겠다 발야구까지 성공했겠다, 투수 강습성 타구를 쳐도 내야 안타가 되고 땅볼을 굴려도 야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등 자신감에 운과 배트 컨트롤이 모두 따라주는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3루타를 일찌감치 쳐냈기 때문에 이후 타석에 들어설 땐 팬들이 '장성~호 2루타!'를 연호하는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_- 무려 여섯번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그 나오기 힘들다는 3루타나 단타도 아니고 제일 쉽다는 2루타가 안 나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지요. 마지막 타석의 안타 때는 사이클링 히트에 욕심이 났는지 2루까지 뛰어갈 듯 하다가 씩 웃어버리더군요.
오늘 승부를 갈음했다고 생각되는 좋은 수비도 장성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현대는 강한 팀입니다. 5회초에 기아가 추가로 세 점을 뽑아서 다섯점 차로 벌려놓은 상태에서도 5회말 찬스가 오자 바로 잡아나가는 면모를 보여주었지요. 기아팬으로서는 그 점수 차이도 그다지 안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발인 강철민은 투구수가 꽤 많은 편이었고 올해 첫 등판이라 그런지 5회쯤 되자 지친 듯 보였습니다. 시범경기에선 쳐맞은 전적까지 있고요. 바뀐 투구 패턴이 마침 현대 타선의 눈에 익기까지 한 듯 한동안 잘 맞지 않던 두 타자, 채종국/정성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합니다. 다음 타석의 정수성 선수는 번트 모션을 취합니다. 작전과는 거리가 백만광년은 떨어진 기아 타자들과는 달리 번트 자체도 꽤 착실하게 잘 댔다고 생각했습니다. 했는데, 수비 위치를 깊숙히 잡았던 장성호는 지체 없이 타구를 잡아내어 3루로 송구하여 선행주자를 아웃시킵니다. 무사 1, 2루에서 1사 1, 2루가 되자 강철민 선수도 힘을 얻어 5회를 마무리했고, 많은 투구수에도 6회까지도 마운드에 올라와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2. 완전소중 이용규. 여전히 소중 상태
이제는 기아 팬들도 절대 이용규 없이 어떻게 야구했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라인업에 이용규가 없었던 때를 더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괴물같은 타율관리머신이 뒤에 버티고 있어서 player of the day가 되지 못했을 뿐, 이용규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도 최고의 타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한동안 잘 맞추면서도 발야구에서는 맥을 못 추던 이용규 선수는, 5회초를 여는 안타를 약간 무리하다 싶었던 3루타로 장식합니다. 일전 경기에서 3루를 향해 냅다 뛰다가 느려서도 아니고 너무 빨라 루를 넘어가버려서(-_-) 3루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큼지막한 타구가 나오자 수비수를 살피면서 바로 전력질주를 하더군요. 이후 평범한 타구에 한 베이스 정도 더 가는 센스 있는 플레이도 나왔고요.
3번의 안타와 볼넷 하나까지, 네 번 출루하여 네 번 모두 홈을 밟았으니 기아의 찬스의 중심엔 이용규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안타를 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까지 하더군요. 이동학 선수가 낮은 쪽으로 던진 공을 땅에 끌릴 정도로 스윙하여 안타를 만드는 장면이 mbcespn의 초고속 카메라에 잡혔는데 중계진도 놀라고 안타를 맞은 이동학 선수도 어이없어 했습니다.
이전에도 뜨거웠고 오늘도 뜨겁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뜨거울 것 같습니다.
요즘의 이용규는 최고입니다. -_-)b
3. 타선의 응집력
이건 한동안 모래알같은 응집력을 보이던 기아 타선이 아닙니다. -_-
서두의 '당신들 왜 이래? 이전까진 안 이랬잖아? 갑자기 쥐약이라도 먹었어?' 는 당연하지만 타선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응집력이라고 해봤자, 야구는 팀 플레이이면서 개인 플레이니만큼 결국 개개인의 플레이가 아귀가 잘 맞아들어갔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만요.
중심 타선이 맞추지 못하는 야구와 맞추는 야구 간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걸 어제의 야구와 비교하면서 새삼 느낍니다. 장성호, 이재주가 중심에서 어느 정도 버텨주니 이용규의 안타도 가치가 살아나고 다른 타자들의 안타도 빛이 납니다. 김상훈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종범성도 배트를 내던져서 '만들어낸' (서브넥도 신기해했을 정도로;) 안타까지 포함하여 멀티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몰아치는 분위기에서 꼭 혼자 분위기 끊는 타자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팀이 분위기가 좋으면 묻어가는 타자들도 나오는 법입니다. 잘맞은 타구는 모두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파울이 되는 불운의 상징-_- 서군마저도 안타를 하나 쳤고, 그 외의 타석에서 안타를 못 치고도 전혀 기분 나쁘거나 의기소침한 표정이 아닙니다. (덕아웃을 보면 알죠) 한동안 도저히 안타를 칠 수 없는게 아닐까 우려를 했던 김주형 선수도 대타로 출장하여 좌익 선상에 바짝 붙는 멋진 2루타를 쳤습니다. 몸이 안 좋은 홍대리와 심좍은 여전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다들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흔치 않은 광경이었죠.
4. 강철민
원래도 생각이 많은 투수였고-_-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스타일이 단시일 내에 확 바뀔 리는 없는 법입니다.
초반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타순이 한바퀴쯤 돌고나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 드러나더군요.
실제로 생각이 다시 많아졌을 겁니다. 직구를 던지면 높이 들어오고 변화구는 빠지기 때문에 타자들도 잘 속아 주지 않습니다. 1, 2회엔 공격적으로 쉽게 던졌지만 이후엔 볼 카운트 승부도 꽤 어렵게 해나갔습니다. 사실 믿을만한 공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커브 계열 하나는 그럭저럭 잘 들어갔지만) 결정구를 던지려고 해도 던질만한 공이 없어보이기도 했습니다.
일구일구가 불안불안했습니다. -_-;;; 늘상 그렇듯이 3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해서 루상에 주자가 없었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풀카운트 승부도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강철민은 이전과는 달리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던졌습니다. 5회를 장성호의 호수비에 힘입어 무사히 넘기고 6회에는 선두타자 이택근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도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 짓는 걸 보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당연하지만 오늘의 호투에는 타자들이 (왠일로) 엄청나게 점수를 뽑아줬다는 점이 뒷받침되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기아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수비의 도움까지 하나 받았습니다. 강철민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또 잘할 것이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는 예년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수비
투수가 땅볼 유도해내면 어김없이 버벅이다가 내야안타를 만들고,
'띄우는게 나아! 그나마 외야는 내야보다는 낫다니깐!'하고 말하면 외야수마저도 공을 흘려주었습니다.
병살 유도 따윈 당연히 안 되고, 타자 주자는 족족 세이프입니다.
처음 한 두번은 이제 일상이니까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해도해도 너무 했습니다.
죄다 군대 보내고 부상으로 쓰러지고 아무도 없이 출발했던 걸 생각하면 현재 불펜은 괜찮은 편이고, 다들 내야 땅볼 유도를 무리없이 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땅볼을 주워들고난 다음 야수들이.... -_-;;;
미묘한 차이로 야수 실책 처리도 안 되었기 때문에 이상화, 정원, 조태수 모두 방어율에 깊은 스크래치가 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져 있는건 곤란합니다. 작년에 투수들이 어떻게 차례로 무너져갔는지는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번외. 강정호
과연 이 선수를 이런 식으로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캠프 기간엔 수비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눅이 들었는지 몰라도 전혀 안 되는군요.
키우겠다고 천명한 과정은 비슷하지만 강정호는 박진만 선수와는 다릅니다. 유격수 따위는 당연히 해본 적이 없고, 원래는 3루수이지만 작년에는 3루수로 단 한차례 나왔습니다. 청소년 대표에서 1루수로 출장한 적은 있지만 대개 마스크를 쓰거나 마운드에 올랐죠. 야구 잘하는 선수는 모두 투수에 유격수에 4번 타자인 리틀 야구 시절이 있으니, 그땐 유격수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리틀 야구와 프로 야구는 다르죠.
강정호 쪽으로 간 타구 중에 두 개는 문외한이 보기에도 명백한 판단 미스였습니다. 하나는 슬라이딩 타이밍이 달랐고 하나는 슬라이딩을 했는데 공이 몸 아래쪽으로 빠져나갔죠. 다른 유격수라면 잡았을 타구인데 안타로 처리가 되었고, 그게 기아 입장에서는 꽤 컸습니다. 유격수 쪽 직선타는 그럭저럭 처리가 되지만 이래서는... -_-;;; 이렇게 볼 판단이 잘 안되는 선수를 굳이 1군 무대에서 유격수로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수비에서 자꾸 에러를 범하니 타석에서도 주눅이 들어서 강철민 선수의 고비 때마다 번번이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를 늘리고 있고.
차화준 선수가 대수비로 들어선 이후엔 더더욱 많이 비교되었습니다.
그래도 프로 무대에서 1년 경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 원래 유격수였고 아니고의 차이가 확연하더군요.
기아 팬 주제에 오지랖도 넓게 무슨 말을 하느냐는 소리를 얻어 들으리라고 확신하지만 솔직히 광주일고의 강정호를 아꼈던 입장에서는 지금같은 강정호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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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용규는 정말 대단하더군요...오늘 문자중계를 봤는데 우리 발야구 콤비 조동화-정근우가 용규같은 주루센스만 좀 갖췄으면..어디 가서 배운게 아니고 스스로 그런걸 익힌게 대단합니다.
그리고 강정호 선수는 실제로 채니님같은 의견을 제시하는 분이 많으시더군요. 유격수 수비 쉽지 않죠. 고교 때 잘나가던 유격수들이 프로와서 좌절하고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_-(우리 유격수 이대수씨도 수비는 본좌지만 타격은 자동아웃;;)
잘못하면 애 하나 망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용규도 배우고 있어요. ㅎㅎ 우리 종범성 전성기 때보다는 아직 발이 미흡한 게 보인다고들 하시니까요. 견제사도 잦고. 그치만 센스는 분명히 있는 선수이고 도루같은거 굳이 안 해도 흐뭇하게 해주니 좋습니다. >_<
저희는 내야수 대부분이 '제 2의 이종범' 출신입니다. -_-;;;; 제 2의 이종범 중에 못 키우고 내보낸 선수도 많죠. 정성훈이라던가 서동욱같은.;;;;
현장의 눈은 다른 데다가 응원팀도 아니니 함부로 말하긴 어렵지만 정말 이대로 가다간 망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군에라도 있다가 올라왔음 싶은데 모르죠. 에효. -_-;;;
이대수씨는 뭐... 수비를 잘하시니 그걸로 됐지 않습니까. 아하하;
저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군요.
전 딱 두가지였습니다.
어라, 미친 거 아냐? -> 역시 기아답구나, 으허허~
예측을 빗나가지 않는 점이 기아의 장점이 아니겠습니까. 으하하하. llllorz (이런건 벗어나줘도 되는데;)
조태수 짠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_ㅠ 선수들 경기 끝나고나서 얼굴 보려고 끝까지 보고는 있었는데 에효... 낙천적인 성격이라 무너질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또 모르잖아요. ㅠ_- 야수들 조태수한테 잘해줘야 합니다.;
세타자 연속 내야안타도 기록일 듯 싶습니다. -_-;;; 후반에 나온 수비수들은 그나마 수비에 이점이 있는 선수들일진데 어째 더 그러는 건지...
조태수 나오는 순간, 드디어 조태수도 보는구나라며 얼씨구나했는데 덤탱이쓰는 모습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그러고보면 강철민은 올해는 복 받은 것 같습니다. 예년엔 타자들의 삽질로 곧잘 무너지더니, 오늘은 타자들의 놀라운 득점 지원에, 다른 경기와 다른 수비도움까지... ㅎㅎㅎ
한규식 선수는 1군 등록 직전까지 재활군에 이름이 있던 것이 계속 걸리더니만 그러네요. -_-;;; 수비를 아주 못하는 선수도 아니고 2루수로 나왔는데도 그러니까 답답해요. 경기를 제대로 못했으니 한동안 2군에서 감각을 살리고 올라오는 편이 나았을텐데 종국성이 부상이시니까 이래저래 팀 운영이 꼬이네요.
복은 자기가 만들어가는거죠. 일전에, 예를 들어 이번 4회때 무너졌으면 절대 승리투수 못 되었을 거예요. 근데 6회까지 어떻게든 버텼잖아요. 공도 110개 가까이 던졌구요. 저는 그래서 오늘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 이제 김진우한테 '단순해지기' 과외만 받으면 돼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