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경기 한양대 : 건국대
앞선 경기가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무게 중심이 중반 이후 기울었던 경기라면 한양대와 건국대의 경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볼 수 있었던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저를 배려해서 선수들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신 분 덕분에 더욱 재밌게 경기를 볼 수 있었고요. 팜플렛이 있지만 직접 경기를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건 또 다르지요. ^^

한양대 선발은 오민철 선수. 건국대 선발은 임성헌 선수.
초반 내용은 임성헌 선수가 좋아보였죠. 1회엔 안타도 연이어 맞았지만 3~4구 이내에 승부를 했고 박대중 선수를 상대로 바깥쪽 낮은쪽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낼 때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2, 3회에도 직구,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 등으로 탈삼진을 연속 솎아내었습니다. 근데 3회가 지나니 투구 내용이 확 바뀌었습니다. -_-;;; 3회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투구 내용이 간파당했는지 연이어 초구에 안타를 얻어맞았습니다.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금방 힘이 떨어지거나 한바퀴 돌면 타자들의 눈에 익는 모양이고요. 투구 패턴 문제도 있을 듯 싶고. 3회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4회부터 맞아나가기 시작하며 주자를 채워놓고 교체된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오민철 선수는 5회까지 퍼펙트였을 정도로 말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좌타자 입장에서는 몸쪽, 우타자 입장에서는 바깥쪽의 제구는 날카로웠고, 모두 적절하게 낮은 위치에 형성되었습니다. 안쪽 공을 던진 다음엔 바깥쪽을 섞어주는 식으로 배합하면서 제구가 되는 것이 좋았고, 빠른 직구를 전혀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던지는 듯한 폼이 인상이 좋았습니다. 처음엔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다만 5회까지 워낙 내용이 좋다보니 욕심이 생겼는지 신희준 선수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부터 흔들리더군요. 볼넷도 연이어 허용하고 전준우 선수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됩니다. 가끔 너무 투구 내용이 좋아도 발목을 잡는 때를 보게되는 것 같은데 오민철 선수가 딱 그런 경우였죠. ^^

건국대에서는 임성헌 선수가 일찍 내려가면서 투수 운영을 어렵게 끌고가지 않을까 했는데 나온 투수가 최현호 선수. -_-; 덕수정보고 출신으로 당시 어떠했는지 정도는 TV도 보고 많이 주워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결코 빠른 볼은 아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직접 보면서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타는 맞지만 절대 점수는 내주지 않습니다. 많이 맞는 것 같지만 볼넷은 내주지 않기 때문에 투구수도 많지 않습니다.;; 한양대가 안타를 치면서도 점수를 더 뽑아내지 못한건 최현호 선수의 경기 운용에 말린 덕분이었지요.

그 다음에 올라온 장승욱 선수도 고교 시절에 몇번 본 선수인데, 그때보다 좋아진 것 같습니다. 구속이 딱히 늘었다기보다는 간간히 섞어던지는 바깥에서 휘어져 몸쪽으로 들어가는 변화구가 일품이었는데, 타자들이 그 공엔 여지없이 속았습니다. 워낙 제구도 좋아서 가만 두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고 치려고 하면 헛스윙이거나 배트가 부러져 나가는 땅볼이었으니.

한양대는 오민철 선수 이후에 던진 최상석, 전성희 선수는 좋지 않았지만(특히 전성희 선수는 자주 나오면서 힘이 떨어졌거나 노출이라도 된 듯?) 조동현 선수는 좋았습니다. 8회 좌익수인 김태범 선수가 평범한 플라이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를 흘리면서 1사 3루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유격수 땅볼을 연달아 두번 유도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짓는 모습을 보니 역시 평가가 좋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정말 아쉬운 점은 한양대의 응집력. -_-a
아무리 상대 투수가 위기 관리 능력이 좋았다 하더라도 안타 10개에 2점은 너무 심했지 않습니까.;;; 상위 타선은 고루 잘 친 편이었지만(특히 한동안 부진하던 박민철 선수가 3안타를 몰아치며 살아났지만) 흐름이 툭툭 끊기니 도저히 점수를 뽑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양대 입장에서는 잘 되는듯 안 풀리는 날의 전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안타는 조금 모자랐을지 몰라도 건국대는 필요할 때 치고 점수를 뽑을 줄 알았습니다. 이게 두 팀의 차이였지요.

제 4경기 경성대 : 경희대
양 팀 모두 투수가 거의 없는 채로 활발한 타격 싸움을 벌였습니다.
경성대는 주축이던 두 투수의 졸업으로, 경희대는 에이스였던 김이슬 선수의 부진으로 인하여 마땅히 경기를 책임질만한 투수가 없었거든요.

경성대의 선발은 주성호 선수, 경희대의 선발은 박현준 선수.
주성호 선수는 8이닝 동안 경희대의 타선을 4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고생했죠. (비록 9회에 남겨둔 주자가 모두 들어오면서 자책점 5점, 실점 6점으로 늘어났지만) 실점을 할 때마다 한 켠에서 조광훈 선수가 몸을 풀었지만 경성대 벤치는 선뜻 투수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구위는 조광훈 선수가 좀더 좋았지만 경기를 안정감있게 끌어가는 능력이나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 마인드는 주성호 선수가 훨씬 나았습니다.
조광훈 선수는 구위가 나쁘지 않았지만 어쩌면 직구와 변화구의 구속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게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직구는 꽤 빠른 선수가 변화구는 흔히 아리랑볼이라고 말하는 슬로 커브를 구사하더군요. 커브에도 어느 정도 힘이 동반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그 때문에 타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 구종을 쉽게 노릴 수 있고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직구도 밋밋하게 가운데로 들어오는 경향이 있었구요.

경희대 박현준 선수는 차라리 얻어맞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얻어맞는 걸 두려워하며 이리저리 피하기만 해서는 절대 좋은 투구를 할 수 없습니다. 실점이 고작 1점이었지만 3이닝 동안 볼넷 1개, 사구 3개. 안타를 많이 맞는 것보다 좋지 않죠.

결과적으로 에이스인 김이슬 선수가 일찍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2회쯤부터 몸을 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상태가 안 좋아 뵈더군요. 자꾸 공이 가운데로 몰리니 구속이 어느 정도 나오더라도 잘 맞은 장타로 연결될 수밖에요. TV에서 이 선수를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연속 안타를 맞는 김이슬을 언제 보았나 싶을 정도로 무지하게 맞았습니다. 에이스라 한동안 믿고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덕아웃 쪽에서 한숨을 푹푹 쉬는게 객석에서도 보였을 정도였지만;) 더욱 무차별 폭격을 맞은 것도 있고요.

배우열, 전현기 선수는 실점은 없었지만 불안불안했죠. 배우열 선수보다 전현기 선수가 좀더 나았던 점은, 처음엔 과연 이닝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집어넣지 못했지만 7회를 김강석 선수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마무리지은 이후 눈에 띄게 안정감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투수들은 비록 안 좋았지만 타선은 거의 전원 3할 타자에, 치는 족족 장타였습니다. -_-;;;
양 팀의 좋았던 타자보다 좋지 않았던 타자를 꼽는게 더 빠를 정도에요.

경성대는 1번부터 9번까지 잘 짜여진 느낌. 앞서 타선이 화려했던 팀들도 경성대 정도로 훌륭한 테이블 세터는 갖추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빈수 선수가 치고 나가면 김강석 선수가 번트로 보내거나 안타/볼넷 등으로 출루하면서 찬스를 이어나가고 중심 타선이 쓸어담아주면 되는 야구의 정석적 노선을 그대로 밟아나갔습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호사스러운 9번 타자 정병호 선수. -_-; 어느 팀 9번 타자가 타율 5할이 넘어가고 나오는 족족 출루를 할까요. 나올 때마다 출루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던 타자였습니다.

경희대에서는 2번에 포진한 김한상 선수가 타격이 부진하면서 흐름을 끊는 일이 수차례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믿고 바꾸지 않은 덕분인지 부진을 날려버리는 멋진 2루타를 쳤습니다. 그리고 김동훈 선수의 날이었지요. 중심 타선의 오재원-이호신 선수도 정말 잘 했고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혼자 6타점을 올리면서 팀을 책임진 건 김동훈 선수였습니다.
9회말 만루 상황에서 여기서 주자 싹쓸이 2루타라도 나오는거 아냐? 하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그 순간 들려오는 타격음과 끝내기 만루홈런... 만루홈런 자체도 희귀하지만 9회말 1사 만루의 긴장되는 순간 정확한 스윙으로 120m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선수가 흔할까요. 순간 경희대 동문/학부모님들은 환호에 휩싸이고 선수들은 모두 뛰쳐나왔습니다. 경성대 선수들은 고개를 푹 떨구며 주저앉았고요.

각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아서 만족했지만 한편으로 경성대 선수,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가슴 속에 남아서 참 안타깝기도 했네요.



하루 내내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야구팬 입장에서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ㅁ^
2006/04/12 03:31 2006/04/1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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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찡즈 2006/04/12 13:01

    모두 좋은 경기였다니 부럽습니다. (수업은 어쩌시고.ㅎㅎ)
    조동현 선수가 기아지명 선수였나요? 그렇게 들은 기억이 있네요.
    최현호선수 스타일은 관전하기에 마음 편하겠어요. 마치 서도사 스타일이 아닐까 싶은데.. (오늘 부진했다니ㅠ_ㅠ)
    시간 나시면 또 가보세요^^ 저도 남해에서 열리는 대회엔 꼭 가볼 생각입니다.ㅎㅎ

    • 채니 2006/04/12 14:25

      화요일에 듣는 수업이 교수님이 나이가 너무 드셔서 출석을 안 부릅니다. -_-;;; 그걸 믿고 수업을 쨌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죠. -_ㅠ
      네, 다른 선수는 어디 지명되었는지도 잘 모르지만 조동현 선수는 우리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 구속이 빠르고 압도적인 스타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더군요. 잘 하긴 잘했어요.
      나중에 여력이 있으면 보러가야죠.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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