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딱히 대학 야구에 관심이 있는건 아니었지만(대학 리그를 보러간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ㅅ-) 대학야구 팜플렛 사러 갈까 생각하다가 어영부영 야구장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충동에 약하거든요.

스케줄 상 고려대 : 홍익대 경기까지는 무리였고, 들어가는 시점에서 이미 단국대 : 연세대 경기를 절반 정도는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보니 단국대 : 연세대 경기가 막 시작되고 있었지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고려대와 홍익대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는 통에 일정이 늦춰지게 된거라는군요. 덕분에 2경기부터 4경기까지 세 경기를 모두 관전할 수 있었네요.

4월 11일은 손 꼽히는 좋은 투수들도 많이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타격 감각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제 2경기 단국대 : 연세대
단국대 선발은 이상훈 선수, 연세대 선발은 정민혁 선수.
사이드암 투수인 정민혁 선수는 그다지 빠르지 않은 공을 가지고 있지만 능수능란한 완급조절로 알려진 투수라는 것 정도는 듣고 있었습니다. 공이 빠르지 않으니 쉽게 맞출 것만 같은데 한번 투구 리듬에 휘말려들면 상대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하지요. 단국대는 투구에 말려들지 않고 정민혁 선수를 일찍 끌어내리는 편이 좋았는데 그러지를 못하더군요. 잘 맞은 안타가 나와도 흐름이 툭툭 끊어지니 정민혁 선수가 흔들릴 이유가 없었거든요.

정민혁 선수에 이어 등판한 임동규 선수는 두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내었지만 곧이어 사구와 볼넷, 대타인 김창호 선수에게 중견수 방면 안타를 연이어 허용하면서 마운드에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려갑니다. 이어 등판한 선수는 빠른 직구 구속으로 소문났던 임창민 선수. 생각대로 공은 빨랐지만 안정적인 느낌은 덜했습니다. 안타는 허용하지 않았어도 거의 1이닝 당 한 개 꼴로 볼넷을 내주었고요. (2이닝 던졌습니다. -ㅅ-;;) 커브 계열 변화구를 던지려다가 손에서 빠진듯한 경우를 두어차례 보았습니다. 다만 구위가 좋아서 맞춰도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고 높이 뜨거나 야수 정면으로 굴러가더군요.

단국대는 연세대의 타선의 주축이 주로 좌타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좌완인 이상훈 선수를 선발로 낸 것 같은데 오히려 좌타자들이 더 타구를 날카롭게 쳐내더군요.; 연세대는 1번 박진영, 3번 권영진 선수가 안타를 친 이후 4번타자인 강병구 선수가 1루수 키를 넘는 라인 드라이브성 2루타를 치면서 가볍게 한 점을 선취합니다. 이에 흔들린 이상훈 선수는 2회말 남상준, 이태경 선수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면서 마운드를 내려오게 됩니다.

이상훈 선수가 특징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11일 경기의 주심들이 낮은 쪽을 잘 잡아준 편인데, 이상훈 선수의 좌타자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의 낮은 코스에 형성되는 공은 무척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좋은 공을 결정구로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1회말 박노산 선수를 상대로 이 공으로 삼진을 잡을 때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무너져버리는군요.

이상훈 선수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강승현 선수는, 2회말 급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상당히 잘해주었습니다.
직구 구속 같은 건 따로 측정해보지 않았지만 포수 뒷자리 지정석에서 보기에 최고 145km/h 정도는 되어보일 정도로 빨랐습니다. 다만 타자를 상대하거나 힘을 배분하는 요령도 부족한 느낌이고(1-3, 2-3 풀카운트 상황이 무척 많았습니다) 제구도 들쭉날쭉했습니다. 좋은 번트 수비 이후 당황했는지 송구가 떠 버리는 일도 있었고요. 가능성은 충분히 엿보였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었습니다. 알고 보니 강승현 선수가 내야수로 뛰다가 투수 수업에 들어간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군요. ^^

단국대는 팀의 수준은 연세대와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연세대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면 바로 중요한 순간 작전 수행의 실패와 야수의 수비력입니다.

2회초 사실 단국대는 잃은 점수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임종연, 김영부 선수가 정민혁 선수에 연속으로 안타를 뽑아냈고 이용민 선수는 완벽한 번트로 주자를 2, 3루에 보냅니다. 그런데 다음 타자인 허도환 선수가 스퀴즈 작전을 실패해버렸죠. 이 때 연세대 최연오 포수의 타구 판단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주자를 잡은 이후 바로 1루로 송구하여 병살 처리를 해버렸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단국대가 연세대에 말리지 않았나 생각되고요.

강승현 선수는 3회말 연세대 타자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습니다. 최소한 2점 가량은 실점하게 될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병살을 유도하여 1점만을 허용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습니다. 타석에는 연세대 8번 이태경 선수가 들어섭니다. 이태경 선수는 춘계 리그 동안 그다지 잘 맞지 않고 있었고 당시 타구도 연세대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높이 뜹니다. 그런데 2루수인 이용민 선수가 공을 잡으려다가 놓쳐버리면서 이닝을 마무리짓지 못했죠. 다음 타자인 현명주 선수는 좌익수 머리 뒤로 넘어가는 2루타를 때려내며 이태경 선수를 홈으로 불러들였구요. (이때 이태경 선수의 주루플레이도 좋았습니다)

단국대는 끌려가면서도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다가 8회말에 와르르 무너져내렸습니다. 강승현 선수가 투구수 100개 이상을 기록하자 투수가 김상용 선수로 교체되었습니다. 김상용 선수는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불안불안했습니다. 3번 타자인 권영진 선수가 우익수쪽에 잡아당겨서 안타를 만들어낸 이후 대타로 기용된 강정기 선수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합니다. 그리고 김상용 선수는 완연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와일드 피치. 그리고 이어 남상준 선수에게 큼지막한 2타점짜리 2루타를 얻어맞았습니다. 8회말에 순식간에 점수 차이가 8점 차이로 벌어지며 단국대는 경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린 거지요.

연세대의 공격 응집력도 그다지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단국대에 비해서 깔끔한 수비, 그리고 4 : 0의 상황에서 권영진 선수의 한 방까지 무난한 경기 내용을 보였습니다. 아마 이 홈런 한 방이 없었다면 7회초 단국대는 기회 한 번만 살리면 바로 동점이 되어버리는 2점 차이라는 걸 생각했을 겁니다.
중심 타선은 양팀 모두 좋았지만 권영진 - 강병구로 이어지는 연세대 3, 4번 타자는 찬스를 거의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날 연세대의 클린업은 장타력, 타점 생산 능력 모두 좋았지요.


3, 4경기는 다음 게시물에 이어서 씁니다. 별 내용없이 길어지는군요. -_-;
2006/04/11 23:33 2006/04/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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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찡즈 2006/04/12 02:29

    오호, 김창호 선수 진흥고 출신 1학년 맞죠? 벌써 대타로 나오다니 역시 타격솜씨는 좋군요. 하긴 프로 지명 안 된게 이상하다더니..
    아직은 대학야구까지 관심갖을 여력이 못 되서 성대, 단대, 그리고 건대의 장승욱 선수 정도만 관심을 가지고 결과를 보고있어요^^ 2년 후 1차 지명감이 아닐지..ㅎㅎ

    • 채니 2006/04/12 02:38

      김창호 선수가 그전까지 4타수 무안타였는데 첫안타를 기록했죠. 중요한 순간에 친 안타였으니 더욱 소중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대학야구는 저도 여력이 없어서 오늘 처음 가봤습니다. ㅎㅎ 몰랐는데 너무 재밌더군요. 장승욱 선수도 2년 후 지명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만 하고요.

  2. 찡즈 2006/04/12 02:34

    다시 읽어보는 와중에 '중요한 순간 작전 수행의 실패와 야수의 수비력입니다.' 이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며 안구가 축축해집니다.ㅠㅠㅠ 오늘만은....

    • 채니 2006/04/12 02:39

      오늘만큼은.. 이라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_ㅠ 둘다 해내기 힘들다면 제발 수비만이라도.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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