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야구장에 약간씩 늦게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되는 듯.;;
집에서 느지막히 나왔다가 삼성역까지 들렀다 가느라고 2회초에야 경기장에 들어갔습니다.

몰랐는데 마운드는 한기주 선수가 지키고 있어서 의외로 땡잡았다는 느낌.
구속이 얼마 나오고 승리를 하느니 못하느니의 여부를 떠나서 빨간 유니폼을 입은 한기주를 직접 보고 싶었는데 보게 되었으니까요. 일전 경기에도 한두차례 등판했다지만 못봤고.;

오늘 한기주 선수는 애들은 맞으면서 크는거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줬습니다. 흐흐.
고교 시절의 광활한 스트라이크존에 아직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걸까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제구 자체도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반 개, 혹은 한 개 차이로 빠져나가는 공이 자주 보였는데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지 않으니 꽤 난감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위치가 높게 형성되는 공은 없었지만 간간히 던지는 변화구도 잘 먹히지 않고. 딱히 그 난감함이 표정으로 보인 건 아니지만 인터벌이 길어지는 느낌이라던가 견제구를 연신 던진다던가 하더군요.;

하긴 고교 시절의 한기주가 장원진 같은 타자에게 공을 던져봤겠습니까.
욕이 아니고 특이함에 대해서 말하는 겁니다. -ㅅ-; 장샘의 어떤 공이든 특유의 타법으로 깎으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치밀함, 대 기아전에서의 자신감과 각목질. 안타는 없었지만 장샘 때문에 애는 많이 먹었습니다. 참, 두산 타자들 자체가 고교 시절에서 경험해봤을 유형은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하하;
시범경기에서 얻어맞았으니 본 경기에선 좀더 여러가지로 준비하고 생각하면서 피칭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약이 되었지 않을까요? ^^; 얻어맞으면서도 경기를 운영해나가는 질 자체도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두산 베어스의 선발은 랜들.
랜들은 언제나 스미스 놀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_-; 기아의 모래알같은 응집력도 한 몫을 했겠지만, 얻어맞으면서도 대량 실점은 하지 않는 작년 모습 그대로입니다. 1회엔 3연속 안타로 한 점을 내줬지만 이후엔 착실하게 막아나가더군요. 안타를 맞아나간 것치고는 딱히 투구수도 많은 편이 아니었고, 5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줬습니다.
타자 별로 완급조절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3회 쯤에, 우연히 전광판과 그라운드를 대조해가며 보고 있었는데 2번타자 손지환과 3번타자 장성호를 상대할 때의 구질이 굉장히 차이가 났습니다. 미트에 꽂히는 소리의 질도 다르고 직구의 구속도 2~3km/h 정도 차이가 나고. 스미스 놀이의 근저엔 이런게 깔려있는 거였습니까. -_-;;
암튼 랜들은 올해도 잘할 것 같습니다. 손지환에게는 안타를 맞고 장성호에게는 삼진을 솎아내는 도저히 실력을 파악할 수 없는 애매함이란. 현재 손지환은 잘맞고 장성호는 덜 잘맞긴 하지만 그런것보다는 랜들이 누굴 진지하게 상대할 것인지와 관련있어 보입니다.;

기아는 문희성 선수를 막지 못했고 그래서 졌습니다.
안타를 세 개나 쳐맞고 마지막 타석에서까지 실책으로 진루를 허용했거니와 도루까지 두 번.;; 문데시가 아주 날아다녔죠.
비록 문데시가 생각보다는 빠르긴 하지만, 한 경기에서 두 번의 도루를 허용할 정도로 준족인 주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_- 한기주 선수의 투구폼은 굉장히 정확하고 깔끔한 편이지만 문데시를 도루 가능한 주자로 전혀 의식하지 않았고, 그것을 두산 측에서는 정확히 간파했습니다. 바로 투구폼을 뺏더군요. 김상훈 선수가 아무리 정확히 송구를 한다한들 이미 기선 제압을 당한 이상 어쩔 수 없는거지요.

두산이나 기아나 계투 자체는 꽤 깔끔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기아는 나름대로 깔끔이라는 정도이긴 합니다만.;;;;

기아의 계투는 오늘도 우완 일색이었습니다. 월드스타(-_-) 전병두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중간에 좌완 한명이 끼어드는 일 따위는 없겠죠. 선발진이야 모두 우완정통파 강속구형 투수라고 한들 괘념치 않습니다만, 계투진만큼은 구색을 갖추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병두가 영원히 중간에 있지 않는다면(마무리로 간다면) 중간은 우완정통파 일색이 되어버립니다. 어차피 선발보다 중간 계투가 구위가 조금 떨어진다고 봤을때 상황이 별로 재밌지 않습니다. 사이드암 차정민 선수에 좌완 한 명 정도는 더 갖추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기아에 있는 선발들과는 다른 유형의 우완정통파인 이상화 선수가 중간에서 그럭저럭 힘이 되어주는 건 좋은 일 같습니다. 최고구속이 140초반 언저리에 형성되면서 타이밍을 뺏는 것이 괜찮았습니다. 작년엔 잠시 패전처리로 올라왔다가 얼마 후 내려갔는데 올해는 좀더 잘 해줬으면 합니다.

두산 쪽에서는 박정배 선수가 깔끔하더군요.
1이닝을 가볍게 삼자범퇴로 끝을 냈고 구위도 내용도 모두 좋았습니다. 기록지를 훑어보니 공을 단지 8개밖에 던지지 않았는데, 작년에 이재우 선수가 했던 역할을 김상현 선수 등과 나누어 맡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응집력이 모래알이라서 그렇지 기아는 안타를 11개를 뽑아냈고 직선타로 뻗어나간 타구들도 대체로 질이 좋았습니다. 수비 위치의 승리로 보이는 상황도 몇 번 있었는데 특히 서브넥 타석에서의 수비수 배치를 보면서 치밀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록 서브넥이 성실해보이고 잘 치고 수비도 괜찮은 선수지만, 벌써부터 어느 정도 타구의 방향이 간파되고 있는 걸까요?

아, 서브넥의 수비가 괜찮다고 말하는 건 8회의 에러 상황에서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3루 선상을 타고 완전히 빠져나가는 타구를 걷어내면서 탄성을 자아냈는데(비록 내야안타는 되었지만;) 8회의 바운드 처리는 기존의 기아 3루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직후 송구가 악송구가 되긴 했지만 3루 측이 열광의 도가니가 될 정도였죠.

시범경기인데 기아 팬들은 끝까지 승리에 연연하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흐흐.
실제로 9회 김승회 선수가 월드스타(-_-;; 환호가 장난이 아니었심;) 이종범과 이용규 선수에게 연이어 안타를 허용하면서 어느 정도 따라갈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불펜에서는 9회말을 대비하는지 전부터 조태수 선수가 몸을 풀고 있었고요. 그러나 잘맞던 손지환 선수가 허무하게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따라갈듯한 분위기는 찌질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간만에 야구를 봐서 진 경기지만 마냥 즐거웠습니다.
실제로 졌지만 경기의 내용 자체가 아주 나쁘지도 않았고, 내야의 실책도 서브넥의 호수비 후 송구 에러 하나. 김상훈 선수의 커트 신공으로 내야를 뛰어다니다 지친 산만이가 중견에서 한차례 공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어차피 안타였고 실점할만한 상황. 그것까지 실책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합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중견수 산만이를 보고 싶지는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지만요. ^^;

경기 끝나고 편의점 앞에서 한동안 노닥거리다가 캐주얼한 차림으로 지나가던 랜들과 리오스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나름대로의 수확이라고 할 만 하겠네요.


* 정정 : 방망이 깎기 신공은 장샘이 아니고 문데시였답니다. -ㅅ-; 눼.
2006/03/26 23:03 2006/03/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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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규君 2006/03/26 23:14

    기주군 지난 수요일 경기인가에선 잘 던지더니만;; 그나저나 겨울잠이 너무 길어서 큰일(-_-).
    p.s. 수요일 수업일정의 도움으로(...) 야구장 원정계획 ㅎㅎㅎ
    디카, 기록지 둘 다 가져가는건 무리일까요? -_-

    • 채니 2006/03/26 23:29

      언제나 잘 던질 수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맞아야 한다면 본경기보다는 시범경기인 쪽이 훨씬 낫죠. ^^;
      수요일 야구 보러 가십니까? 부럽습니다. ^^ 경험상 캠코더를 들고 가면 야구는 제대로 못 봅니다.;;; 하나만 들고가도 그럴 정도인데 둘다 챙기시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_-;

    • 잿빛하늘 2006/03/27 09:03

      오오 관전기 기대하겠습니다!!! *ㅁ*

  2. 찡즈 2006/03/27 00:01

    아, 리오스 랜들과의 운명적 만남이 그거였군요. 허브님의 말을 이해 못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지더라도 깔끔했다는 리뷰가 최고의 평가같습니다.ㅎㅎ

    • 채니 2006/03/27 00:07

      어딜 놀러갈지 결정을 못해서 대충 편의점 앞에 있었던건데 리오스와 랜들이 한 시간쯤 지나고 사람 다 빠진 틈을 타서 나올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 말입니다. ㅎㅎ
      뭐, 지더라도 겨우 3점 실점에 에러도 거의 없었는데 깔끔할만 하지요. 게다가 선수들 타격감도 나쁘지 않은 상태였고요. ^^

  3. 잿빛하늘 2006/03/27 09:04

    저도 야구가 보고 싶습니다 흑흑 ㅠ_ㅠ

    • 채니 2006/03/27 19:32

      저도 요즘은 주중엔 야구를 전혀 못 봐요. ㅠ_ㅠ 그래도 주말에라도 보러갈 여유가 있다는 점이 잿빛님보다는 낫지만요.;;;

  4. 꽃언니 2006/03/27 16:14

    결국 저를 피해서 일요일에 가셨군요. 미워요~ ㅎㅎ
    랜들의 위기관리 놀이를 하필이면 한국리그를 매우 무시해서 소속팀 팬(이라고 해도 나 하나뿐인가-_-)의 분노를 샀던 외국인 선수 이름을 넣으시다니, 더 미워요~
    랜들씨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살짝 거슬리지 말입니다.(박사장님 놀이라고 불러주면 안되겠니? ㅎㅎ )
    작년엔 다들 그렇게 불렀으니 적응하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그 이름을 들으니 잊고있던 그분에 대한 분노가 떠올라서 잠시 울컥..
    채니님 한테 뭐라고 하는건 아니에요~
    (작년 4월부터 그분 정리되기만 기다렸던 사람이긴 하지만, 그분이 팀에 남기고 간 8승을 생각하니 까대고 있는게 좀 미안하긴 하군요 ㅎㅎㅎ)

    • 채니 2006/03/27 19:34

      토요일은 안 가고 일요일에 간 것은 절대 고의가 아니라;;; (삐질;;;)
      랜들 놀이라고 쓸까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손가락이 그 문제의 외국인 선수 이름을 넣고 있었습니다. 다음번엔 박사장님 놀이라고 바꿔쓸게요. ^^;
      팀에 남기고 간 8승도 야수를 고생시키며 남긴 8승이실테니 미안하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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