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령(言靈)

이야기/진지함 | 2005/09/14 15:27 | 채니
너무 방치해놨던 블로그라;;; 돌아오기가 더 두렵더군요.
실은 게임삼매경에 빠져있었다지요. -_-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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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써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 번 바깥으로 튀어나온 말은 살아서 움직이고 성장하게 됩니다. 그게 나오자마자 하루살이처럼 생명을 다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존재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말은 자신에게 생명을 준 사람의 운명을 지배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말은 참 어렵고도 애매한 존재입니다.

말은 그에게도 그러했습니다.
라이온즈에서 돌아왔을 때의 그는 열심히 하여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처음 FA 계약을 했을 때 했던 말들은 각오와는 상관없이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야구 인생이 더 떨어질 때까지 없을 정도로 밑바닥을 치고 올라왔다고 생각한 상태에서의 말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란 욕심이 끝이 없는 법이지만, FA 계약 당시에도 노장 소리를 들었던 그였기에 다시 재기했을 때의 나이는 이미 노장 중의 노장 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 3년 정도만 더 뛰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죠. 어쩌면 무릎 십자 인대 수술까지 받고 2군에 쳐박혀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던 야구 인생에 그것도 어마어마한 욕심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좀 비운 그는 다시 광주로 돌아와 많은 것을 이뤄냈습니다.
재기한 이후 대학생 때 이후로 14년간 입지 못했던 국가 대표 유니폼까지 입었고, 항상 꾸준히 뛰어났지만 겉으로 드러난 타이틀을 한번도 획득하지 못했던 불운을 선동열의 통산 탈삼진 기록을 돌파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했습니다. 여전히 리그 최고(最高)의 투수로 군림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는 최고(最古)의 투수의 하나로 팬들과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02년엔 3년만, 2003년엔 2년만 더 뛰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그였지만 2번째 FA 계약 시점이 돌아오자 그보다 더욱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습니다.
5의 배수나 10의 배수로 자릿수를 맞추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징 때문인지, 45살까지는 어떻게 하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정도의 생각을 했겠지요.

그러나 이번만큼은 말이 그의 운명을 바꾸는 존재가 되지 못했습니다.
오래전부터 3년만, 2년만 해왔던 말들이 아직 강한 힘을 가지고 살아있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결국 2005년 오늘, 은퇴를 시사하는 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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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너무 보고 싶어서 예전 기사를 검색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 기사가 떴을 당시엔 그냥 넘어갔을 그의 말들이 정말 예사롭지 않게 보였습니다. 일일이 기사를 다시 검색해서 예시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말로 그는 2002년엔 3년만 더, 2003년엔 2년만 더... 그랬더랍니다.

기사를 검색한 때에도 올해 말의 은퇴를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거의 2년 정도의 세월 동안 했던 말들이 실체를 갖고 움직이게 된, 언령 그 자체였죠.

은퇴가 씁쓸하고 슬픕니다. 그리고 말이 너무 무섭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언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제발 19번, 영구결번해라.
11번 김성한, 17번 조계현에게도 못해준 걸 이강철에게 해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하지 말라.
그들에 버금가는 선수에 대한 당연한 예우이자, 어쩌면 잃어버린 우리 프랜차이즈 스타를 찾는 첫번째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2005/09/14 15:27 2005/09/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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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리 2005/09/14 19:33

    안 그래도 이 기사 읽고 젤 먼저 채니님 생각이... 저도 참 착잡해요. 1년만, 1년만 더... 하는 마음으로 늘 지켜보고 있었는데... ㅡㅜ

  2. 잿빛하늘 2005/09/14 19:45

    강철옹.....................
    저도 채니님 말이 언령이 되길 빌게요.

  3. 사과 2005/09/15 00:31

    안 그래도 이 기사 읽고 젤 먼저 채니님 생각이... (2)

  4. 민규君 2005/09/15 02:22

    안 그래도 이 기사 읽고 젤 먼저 채니님 생각이...(3)

  5. 박준완 2005/09/15 12:47

    이강철선수의 은퇴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보냈습니다...
    24년동안 프로야구를 보아 오면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고
    요즘도 고등학교애들 야구하는것을 보면서 이강철선수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비교를 하곤 하는데...

    어찌 보면 선동렬, 김성한, 조계현보다 더 위대한 타이거즈 맨이라고 봅니다...
    이강철이 있었기에 선동렬-조계현-김성한은 뒷걱정없이 편하게 야구를 할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웅의 퇴장이 너무나도 초라한것 같아서...너무 씁씁하네요.

  6. 채니 2005/09/26 01:51

    까리님/ 그 1년만이 이어지지 못해서 저도 굉장히 속상합니다. 그를 마운드에서 볼 수 있는 기간이 단순한 코치 연수로 만회가 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잿빛님, 사과님, 민규님/ 묻어가며 한번에 답글 달게요. 고맙습니다. 영구 결번이 꼭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준완님/ 그게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꼭 강철옵과 비교를 하게 되더군요. 사이드암인 선수들은 더더욱 그래요. 사이드암에 애정이 더 가는 것도 좋아하는 선수 생각이 나서 그런 것 같아요.
    준완님 말씀처럼 제 영웅의 퇴장이 맘에 안 드는 형태이긴 하지만 영구결번만 관철시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상하게 팬들이 조용해서 더 속상했죠. 삼성 라이온즈에 2년 있다 왔다고 영구결번 못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준완님 말씀처럼 위대한 타이거즈맨입니다.
    그를 보내게 되어서 정말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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