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기가 아니라 잡담입니다. -_-)/

야구장으로 야구를 보러가지 못하는 무료한 나날들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 잠실 근처로 갈 일이 생겼길래 언니와 함께 큰 맘 먹고 야구장에 갔습니다. (집이 너무 멀어서 진짜 큰 맘을 먹어야 갑니다. T_T)

한화 이글스 : LG 트윈스.
응원하는 팀 경기도 아니고 야구를 보고 싶어서 간 거라 마음이 정말 편하고 좋더군요. ^^ 더구나 시범경기라 공짜이기도 하고. 흐흐.
딱히 이글스를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늘 하던대로 3루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찾고 있으려니 홀연히 옆으로 다가오시는 여성분. 파울볼냥냥님 아니겠습니까?
"냥냥님도 야구 고프셨군요."
파울볼의 몇몇 분들과 함께 오셨다길래 질문을 했더니 살풋 웃으셨습니다. 파울볼 분들과 함께 야구를 볼 생각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이후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죠.

제가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느라고 컨디션은 최악이었습니다. -_- 냥냥님과 헤어진 다음에야 경기장을 쳐다보니 타석에 (테이블 세터진으로 주로 기용되는) 박경수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늦게 들어오지는 않았구나 생각했는데, 이닝이 끝난 이후 전광판을 쳐다보니 어느 새 3회초. 박경수 선수가 요즘 타격감이 좋지 않아선지 타순이 6번으로 조정되어 있었습니다. 빨리 타격감이 회복되어 추측 가능한 오더로 나오길 빌어봅니다. -_-)/

트윈스의 투수로 박만채 선수가 나오는걸 보니 엊그제 봤던 트윈스의 임시 로테이션이 떠올랐습니다. 투구를 본 기억은 없었지만 구위가 좋은 쪽이 아니라 맞춰잡는 타입의 투수일 듯 하여 이글스의 막강 타선에 한번 말리면 대책이 안설텐데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전현태 선수가 3루타를 치더군요. 타구의 방향을 보고 여느 2루타려니 혹은 이병규 선수가 잡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머리위로 타구가 넘어갔습니다. 거침없이 달려버리는 판단력이 돋보였습니다. 이글스는 1사 3루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고지행 선수의 안타로 가볍게 한 점을 뽑았지요.

3회말, 트윈스는 실점을 하자마자 뒤집어버리는 저력을 보입니다. 선발인 안영명 선수의 구위가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았는데(직구 최고 구속이 아마 143km였던 듯) 볼이 좀 몰렸던 것 같습니다. 안재만 선수의 안타에 이어, 쏴포수의 타석. 관중석에서 '넘겨!'하는 소리가 들린 이후 진짜로 넘어가는 타구. -_- 요즘 쏴포수 타격감 좋습니다.

4회말엔 (수비) 본좌 권용관 선수의 송구 실책을 봤습니다. 야구에서 제일 보기 힘든 3루타에 이어 한 해에 두어개 볼까말까한 본좌의 실책, 오늘은 볼 건 다 보겠구나 싶은 예감이 무럭무럭 피어오릅니다.

5회초, 박만채 선수의 공이 뒤로 빠졌는데 쏴포수가 찾지 못하고 더듬거렸습니다. 여기서 참 아쉬웠던게 박만채 선수가 공이 어디로 빠졌는지 포수에게 가리켜주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감기 때문에 헤롱거리는 중이었지만 잘못 본 건 아니었을 겁니다. 2루에 있던 고지행 선수가 홈으로 들어와서 1점을 실점했지요. 박만채 선수는 무척이나 미안해했고, 쏴포수는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투수를 안심시키더군요. 먼발치에서도 보이는 상큼한 보조개, 역시 주장님다운 모습입니다. ^^ 잘못 봤습니다. -_- 도대체 경기장 가서 뭘 보고 온건지. 쏴포수에게 박만채 선수가 열심히 방향을 가리키는 걸 못봤습니다. 와퍼를 게걸스럽게 씹고 있느라고 그랬나봅니다. ㅠ_ㅠ 지적해주신 로파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박만채 선수 미안해요~;;;

6회쯤에 트윈스의 불펜 쪽에서 미트에 볼이 팡팡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원스러운 소리에 놀라 누군가 싶어서 쳐다봤지만 타이거즈 선수 등번호도 다 모르는데 트윈스 선수라고 알 리가 없죠. -_-;;; 언젠간 등판할테니 그때 보면 되겠지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6회말, 차명주 선수가 이병규 선수에게 투 스트라이크까지 잡아놓고 이후 연거푸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차명주 선수가 이병규 선수를 마무리 짓고 그 다음 이닝은 오봉옥 선수가 등판할 차례였을텐데, 차명주 선수가 박병호-박경수 선수에게 내리 안타를 맞았습니다. 그나마도 유격수 전현태 선수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실점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고, 결국 구위가 좋지 않았던 차명주 선수 대신 오봉옥 선수가 일찍 올라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봉옥 선수가 1 1/3이닝을 잘 던져줬지만, 불펜 운용이 꼬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랄까.

7회초, 마운드에 불펜에서 들려오던 소리의 주인공이 올라왔습니다. 작년말에 한두번 보고 기억해뒀던 장진용 선수였습니다. 경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좋았지요. 원래 전광판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 아니라 최고구속이 정확하지 않지만 143? 정도 나왔던 것 같고요. 구속도 구속이지만 곁들여지는 120~130대의 변화구(두 종류겠죠?;;)가 참 좋았습니다. 임수민 선수는 그렇다치고, 신경현 선수까지 삼진으로 연거푸 잡는데 언니가 감탄하더군요. 언니 말로는 결정구가 체인지업이라고 하던데, 뭔지는 몰라도 어쨌든 좋으니 장땡. 잘하는 장진용 선수의 모습이 좋아서 박수를 치다가 3루측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_-;;;

7회말, 투아웃 이후이긴 했지만 클리어가 안타로 출루했습니다. 그러나 찬스를 살려주지 못하고 박용택 선수는 찬스를 잘라먹었습니다. 오봉옥 선수의 구위는 관중석에서 보기에도 밋밋해 보였지만(장진용 선수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밋밋일 수도 있습니다), 박용택 선수의 컨디션은 더욱 좋지 않았습니다. 배트를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삼진을 당하면서 오늘 경기 세번째 삼진을 기록합니다.

8회초, 김수연 선수가 안타로 출루한 이후 데이비스 타석. 장진용 선수가 내려가고 류택현 선수가 등판합니다. 그다지 많이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어제에 이어 또 등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역시나 데이비스가 한 건을 올립니다. 투런 홈런. 그동안의 삽질이 모두 만회가 되는 순간입니다. 3루에서 열심히 박수를 쳤지요. 언니는 장진용 선수(아까 그 애기;)가 계속 던졌으면 홈런은 안 맞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했습니다. 이후 이글스는 김태균 선수의 안타, 대타 이도형 선수의 2루타로 간단하게 한점을 더 뽑았구요. 왠지 트윈스의 패색이 짙어보였습니다.

9회초, 앗 등판이 빵빵한 당신은? 불펜에서 몸을 풀던 덩치 큰 선수가 정재복 선수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시범경기에서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글을 쓰면서 기록을 보니 이미 등판한 전적이 있군요. 그것도 오늘 경기 호투에도 불구하고 10점대 방어율인걸 보니 어지간히 불질렀던 모양. 어쨌든 사정을 모르던 그때까지는 이순철 감독이 아직도 이기려고 하는건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재복 선수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만 간직하고 있었고, 오늘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먼발치에서 콜록거리고 보는 입장에서는 공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 같아 불만이 있긴 했지만, 나오자마자 삼진 두 개를 솎아내는 것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고지행 선수에게 3루타를 맞기는 했지만(3루타를 두 개나 본 경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김수연 선수를 가볍게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 짓습니다.

운명의 9회말, 마무리인 조영민 선수가 등판합니다. 오늘 경기는 응원하고 있는 이글스가 이기는건가, 생각하고 있으려니 언니가 옆에서 집에 가자고 재촉합니다. 그래도 경기는 어쨌든 끝까지 보는게 제 신념이라 끝까지 보자고 우겼지요. 이성열 선수가 유땅으로 물러난 이후 대타로 이종열 선수가 나오고. 트윈스의 빛과 소금, 이종열 선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안타를 칩니다. 예감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3루측은 조용해지고 1루측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클리어가 안타를 치고, 좌익수의 실책까지 겹쳐 루상에 있던 이종열 선수는 사력을 다해 3루까지 뜁니다. 경기 분위기가 거기에서 사악 바뀌더군요. 박용택 선수의 타석, 역시나 좋은 선수는 찬스 때는 삽질하지 않습니다. 희생 플라이 정도는 쳐주겠지 싶었는데 2루타였습니다. 조영민 선수의 제구가 야수의 실책 이후 눈에 띨 정도로 흔들리고 있기도 했고요. 다음 타석은 안치용 선수이길래 대타가 들어설 것을 예감했지만, 정의윤 선수가 들어설 줄은 몰랐습니다. (김정민 선수나 최동수 선수 이후 대주자로 이대형 선수가 들어가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지요.) 조영민 선수의 공이 조금씩 스트라이크존을 빠져나가면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고, 만루가 됩니다. 그 전까지 이상하게 잠잠하시던 장내 아나운서가 흥분했습니다. 적토마 이병규~ 그러나 이병규 선수는 어떻게든 자신의 선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지 스윙이 쓸데없이 커지더군요. 삼진. 박병호 선수 타석에서 폭투까지 나오면서 트윈스는 한 점을 더 냈고요. 그 다음은 김태완 선수였습니다. 이제야말로 김정민 선수 혹은 최동수 선수가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왠일로 김태완 선수가 그대로 나왔습니다. 미안합니다, 큰 기대를 안 해서.; 정말로 끝내기 안타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트윈스 선수들과 팬들이 하나가 되어 좋아하는 모습은 좋아보였지만, 저는 3루 측에 앉아서 이글스를 좀더 응원하고 있었던터라 좀 허탈했습니다. (경기 관람기는 트윈스 위주이긴 하지만;) ㅠ_ㅠ

오늘 경기의 mvp는 이종열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좋은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를 트윈스가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종열 선수의 주루였습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확 바뀌는걸 느끼셨다면 제 말에 공감하실거라고 믿습니다. ^^


* 쓰고보니 별 내용없이 길군요. -_-;;;
2005/03/27 20:00 2005/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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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니 2005/03/27 20:19

    그나저나 타이거즈 경기는 또 비로 연기... -_-;
    몸도 피곤하고 감기는 심해졌지만 야구 보러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민규君 2005/03/27 21:21

    원래 기숙사 휴게실가서 중계방송을 보려고 했었는데;;
    며칠전에도(민철선수 나왔던 수요일) 나오다가 갑자기 블록되어버린 스포츠 채널들ㅠㅠ CMB KIN!!!
    문자중계 보면서 8회초 비수형님의 홈런 등으로 3점 뽑을때 '이기겠네'였는데;;
    9회말 조영민선수의 붕괴ㅠㅠ
    야구장에는 아마도 5월 이후에나 가볼듯 합니다-_-;;

  3. 채니 2005/03/27 21:31

    민규君님/
    CMB는 역시 지존이군요. -_-;;; 저도 8회까지는 이글스가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했는데 조영민 선수가 그렇게 많이 흔들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야구 내용 자체는 꽤 재밌었고, 만족합니다. ^^;

  4. 잿빛하늘 2005/03/28 01:12

    흙 채니님 부럽습니다 야구 보실수 있어서 ㅠ.ㅠ
    감기는 괜찮으신지요? 어여 나으셔야 할텐데..제 주위에도 감기걸렸다는 애들이 많아서...
    어여 쾌차하시고 좋은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5. ZeroHour 2005/03/28 05:59

    하하핫, 글 길이로 볼 때 당연히 트윈스 응원하신 줄 알았더니만 갑자기 이글스 응원하셨다는 애기가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하핫.

  6. europa01 2005/03/28 08:38

    저도, 어제의 MVP는 이종열의 한베이스 더가는 베이스런닝이라고 봤어요!
    그나저나 5회초요..
    박만채 선수는 계속 가리켰는데 조인성이 박만채를 보지 않았어요. 박만채는 계속 콜하다가 결국 급한나머지 자기가 달려가더라구요. 그래서 자체중계에서도 조인성이 심하게 욕 먹었다는;; 1루측 관중석은 말할 것도 없고요.

  7. 채니 2005/03/28 10:43

    잿빛님/ 꽤 심해졌습니다만;;; 야구를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잿빛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한주 되세요.
    영시님/ 이글스를 열심히 응원하긴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트윈스 응원 방향으로 흘러가더군요. -_-;;; 정신없이 쓰다보니 글은 본인이 의도하는 방향과는 달리 흘러가네요. (아하하;)
    로파님/ 박만채 선수가 방향을 가리키긴 했었군요. 엄연히 틀린 사실을 맞은 사실인양 써놨다니 박만채 선수에게 죄송ㅠ_ㅠ 글은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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