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경기
잠시 나갔다가 돌아와보니 다행히도 막 화순고와 휘문고의 경기 1회초가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화순고가 1점을 뽑았길래 경기장에서 만난 분께 여쭤보니 밀어내기로 한 점을 냈다고 하더군요.

순간 보다가 지쳐버릴 야구의 예감이랄까, 그런게 왔습니다. ㅠ_ㅠ
안산공고 : 인천고의 경기를 중계로나마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적시타로 시원스럽게 점수 난 것은 하나도 없었죠. 볼넷과 밀어내기, 실책, 기타 등등의 이상한 상황으로 점수가 났을 뿐. 투수가 못한건지 타자가 못한건지 도저히 누구 탓하기도 애매한(이전 글에서는 인천고 투수들을 계속 탓했지만^^;;) 선수 부모 관중 모두 피말리는 상황이 두번째 경기에서도 지속되겠구나 싶을 정도였고, 예감이 어김없이 맞아들어간 굉장히 루즈했던 경기였습니다.

화순고의 선발은 신해수 선수.
휘문고의 선발은 박세창 선수.

화순고도, 휘문고도 모두 처음보는 학교이니만큼 제게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고요. 굳이 말하자면 둘다 전력이 탄탄한 학교는 아니었어요.

단순 선발 비교로는 신해수 선수가 경기 운영이나 제구 등의 면에서 박세창 선수보다 낫고, 경기 내용도 화순고 쪽이 좀더 나았습니다만...

1회 화순고에서 8명의 타자가 나오고도(볼넷 3개, 에러 2개) 밀어내기로 겨우 한점을 얻어냈을 정도로 화순고가 상대 선발 박세창 선수를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1회에 한점을 낸 이후엔 삼자범퇴, 혹은 볼넷이나 안타로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적시타를 끝내 치지 못하면서 점수를 못 뽑아내는 것을 보니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6회초의 박민규 선수의 멋진 스퀴즈를 제외하고는 김영롱 선수가 안산공고 타자들의 도움으로 4이닝을 버텨낸 것보다 더하다 싶을 정도로 화순고 타자들이 박세창 선수를 도와줬으니까요.

화순고 공격에서 제일 아쉬웠던 장면이 8회초 2사 만루 김민호 선수의 타석에서 3루 주자인 김선빈 선수가 홈스틸을 시도하다가 아웃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김민호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안타를 하나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볼카운트는 풀 카운트. 박세창 선수 이후에 나왔던 정재준 선수가 흔들리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홈스틸을 시도했다가 김선빈 선수가 아웃되지 않았다면 이날 경기는 어찌될지 알 수 없었던 경기였죠.

휘문고 선수들의 체격은 다들 훌륭하고 힘도 좋아서 일단 배트에 걸리면 타구가 쭉쭉 뻗어나가더군요. 1번부터 9번까지 다들 거포 스타일;이었는데 대부분의 그런 유형의 타자가 그러하듯 정확성이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3루타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쳤던 유재의 선수와 2개의 안타를 쳤던 황상호 선수 정도는 타격이 괜찮은 편이고, 나머지는... 30일 목요일 아침 10시에 KBS 스카이 스포츠의 중계가 있으니 직접 보시고 판단하세요.

신해수 선수의 완투가 정말로 아쉽습니다.
대충 세어보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기록지를 확인해보니 투구수가 너무 많은데요. 8.2이닝 동안 167개. 처음엔 공에 힘이 있어 잘 맞춘 듯 해도 타구가 살아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야수에게 잡히는 일이 많았는데,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져서 쭉쭉 뻗어나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전 같았으면 헛스윙 삼진 정도는 유도했을 법한 볼도 커트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투구수는 한없이 늘어나고 아웃 카운트 하나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요.

물론 화순고는 선수층도 얇아서 투수의 숫자와 선수의 질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편이지만, 같이 경기를 관전한 분에 의하면 유격수를 보고 있는 김선빈 선수가 신해수 선수와 함께 화순고의 마운드를 이끌어나가는 투수라는군요. 몸집은 조그마하지만 발도 빠르고 수비도 잘 하는데, 마운드에 올라서면 140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투수. 그분의 말씀을 듣고보니 도대체 화순고의 감독님은 김선빈 선수를 왜 아꼈을까... 싶은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2회전을 대비해서 투수력을 세이브하려고 했던 것도 있겠지만(어제의 생각) 김선빈 선수가 내야 수비에서 빠지면 수비에서 공황상태가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습니다. 백업을 해줄만한 내야수가 부상당했을지도. =_=;
그래도 과감하게 투수를 교체했으면 160개가 넘는 살인적인 투구수를 기록하며 신해수 선수가 패전 투수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타격은 좋지 않았지만 내야 수비와 투수력, 경기 내용 면에서 휘문고보다 화순고가 좋았기 때문에, 2회전에 올라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네요.


세번째 경기
화순고와 휘문고 경기는 경기 내용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이 경기는 선수 위주로 간단하게 쓸게요.

이날 벌어진 세 개의 경기 중에서 가장 재밌게 봤던 경기였습니다.
12회 연장까지 가며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간신히... 끝난 것도 아니고 다음 날 아침 서스펜디드를 기약하며 잠시 중단된 경기였지만, 앞의 사람 잡아먹는 두 경기보다는 적시타가 나오기도 하는 등 훨씬 경기다운 경기였고 선수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요. ^^
단지 비가 그친 이후 찬 바람이 쌩쌩 불어서 경기 보다가 추워서 돌아가실 뻔 했지만요. 흐흐흐흐;;;;

포철공고 선발은 정희석 선수.
경동고 선발은 이경우 선수.

두 선수 모두 특급에 꼽히는 선수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대 이상으로 호투해줬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경우 선수도 초반의 실점이 아쉬울 정도로 이후의 투구 내용은 좋았지만 좀더 좋았던 쪽은 포철공고의 정희석 선수였습니다.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닌 것 같지만 공끝에 힘이 있고, 공이 대체로 낮은 높이에서 형성되면서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워보였습니다. 경동고 타자들이 성급하게 뱃이 나간 덕분이기도 했지만 제구력이 좋아서 7.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하나밖에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황사기 홈피에서 찾아보니 정희석 선수가 연장 14회에 훌륭한 홈송구를 보여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한 덕분에 따로 스타 포커스로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역시 당시엔 외야수였지만 투수라서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홈에 쇄도하는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었겠지요. ^^

그리고 정희석 선수와 교대로 왔다갔다하며 투구를 해준 선수가 사이드암인 조진국 선수인데요. 구속은 느리지만 사이드암 특유의 공략하기 난해함은 경동고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나 사이드암 타입의 투수는 한둘은 보유하고 있지만, 투구폼 자체가 몸에 익지 않은 듯 이상한 밸런스로 투구를 하는 선수들이 꽤 있는데요. 조진국 선수는 투구를 하고 난 다음에도 안정감이 있어 바로 타구 수비로 들어가는데도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특히 7회말 경동고 측에서 스퀴즈를 시도했는데 침착하게 잡아서 안정적으로 포수에게 토스하는 것을 보고 놀랐답니다.

기록지를 보면 정희석 선수와 조진국 선수가 교대로 오가며 투구를 했는데, 경동 타자 중에 조진국 선수만 만나면 고개를 떨굴 정도로 사이드암이 공략 안되는 타자들이 꽤 있었습니다. 포철공고 감독님이 그걸 잘 활용한 덕분에 포철공고가 다음날 서스펜디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회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우 선수가 흔들리고 있을 때, 누가 마운드에 올라오려고 몸을 푸나 싶어서 경동고 쪽을 쳐다봤는데 포수 두 명이 서로 공을 주고받고 있더군요. 투수가 없는건가... 도대체 왜?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같이 경기를 보시던 분께 '혹시 경동고 포수가 투수도 겸업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분의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그 때까지 경동고의 포수를 보고 있던 신창호 선수가 강정호 선수처럼 투수와 포수를 모두 소화하는 선수였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강정호 선수는 투수로서도 상당히 괜찮지만 본업은 내야수 쪽인데, 신창호 선수는 이날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포수보다는 투수 쪽을 선택하는게 나아보이는 선수였지요.

신창호 선수는 이전 대회의 춘천고와의 경기에도 나왔지만 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대회 홈피에서 보시면 이 경기에서 포철공고 측은 좀 짰고, 경동고 측은 후하게 판정했다고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시는 분도 많고요.

그러나 신창호 선수가 짧은 시간 내에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어땠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7회초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이후 12회까지의 모습은 포철공고 타자들로서는 도저히 공략하기 어려워보일 정도였습니다. 마침 포철공고의 기록석 근처에 앉아있었는데 기록석에 있던 선수들이 안타까워서 한숨을 쉴 정도였거든요.

4이닝 이상 투구하면 스태미너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도 했고(그래서 초반의 실점 상황에 과감하게 내지 못했겠죠?), 볼넷을 3개 허용하는 등 스태미너가 떨어지면서 제구도 같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대체로 자신감있는 피칭이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등판한 이후 다섯 타자를 상대로 모두 삼진을 잡았는데, 8회초의 삼진은 그 내용마저도 좋았습니다. 첫번째 타자를 상대로 타자 바로 앞에서 툭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두번째 타자는 스탠딩 삼진, 세번째 타자는 바깥쪽 높은 직구로 윽박질러 헛스윙 삼진. 멋지죠. ^^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 볼만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매스컴은 조용하지만 2차지명을 기대해보세요. ^^
상위 라운드 지명은 아니더라도 슬그머니 신창호 선수를 데려갈 구단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2005/06/28 23:10 2005/06/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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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eroHour 2005/06/29 01:15

    "매스컴은 조용하지만 2차지명을 기대해보세요. ^^"
    상위 라운드 지명은 아니더라도 슬그머니 신창호 선수를 데려갈 구단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 "매스컴은 조용하지만"과 "슬그머니"라는 단어에 솔깃하는군요.

  2. 채니 2005/06/29 02:49

    영시님/
    매스컴이 조용한 이유는 워낙 믿을 수 없기 때문일 듯.
    6월 5일 춘고와의 경기에서 1.1이닝 동안 2실점을 하던 투수가 갑자기 20일 후에 삼진 13개를 잡아내며 호투를 해도 이상한거죠. 게다가 진 경기의 투수고요. ^^;; 평소 아마야구를 즐겨보시다가 어제 경기를 안 본 분도 못 미더워하셨어요.
    봉황기 때 경동 경기를 봐야 확신이 설 듯... 하지만, 솔깃하실만한 투수는 맞아요. 매력적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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