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서 2경기를 보고 바로 잠실로 가서 타이거즈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제가 경기장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작년부터 타이거즈 경기 관람 성적 1무 다패이긴 하지만, 어제 극적인 대타 홈런을 보고나서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미친 짓도 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를 막 보고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해보니 정말 미친 짓 하고 온 것 같습니다.
동대문 경기부터 글을 순서대로 써볼까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네요. 타이거즈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관전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일방적으로 경기가 말렸습니다.
문자 중계를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강철민 선수는 이닝을 많이 소화하지 못했지만 던진 공의 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어떻게 그러는 동안 2실점밖에 하지 않았는지(후속 투수로 인해서 총 실점은 4실점이지만 자책은 또 2점) 신기할 정도였지요.
강철민 선수가 던지는 동안의 말(末) 공격 시간만 쭉 이으면 1시간도 훌쩍 넘을 정도였습니다. 야수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수비를 위해 계속해서 서 있어야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타자들이 얼마나 해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팀 상황이 좋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몫을 해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타이거즈 상황에서는 힘듭니다. 애초에 집중타와는 거리가 있었던 타선이 오랜 수비 시간으로 인해서 지치기까지 했습니다. 1회초에도 투 아웃 이후의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했죠. 그리고 그대로 최원호 투수에게 말렸습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버렸어야 했던 경기입니다.
김진우 선수가 선발로 등판했던 그 경기보다 분위기가 더 암울했습니다.
요즘의 유 감독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수를 내놓습니다.
4회에 아웃 카운트를 전혀 잡지 못하고 주자만 두명 모아두고 강철민 선수가 내려갔습니다.
이어 오철민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오철민 선수의 최근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기 때문에 원 포인트 릴리프로 충분히 유용합니다. 만약 좌타자가 연이어 나온다면 한 타자 더 상대해도 괜찮을 정도고요. 박용택 선수를 상대로 원 포인트 등판해서 많지 않은 투구수로 아웃 카운트를 하나 늘려줬습니다. 최근 등판 횟수가 많았던 박정태 선수를 내지 않은데다가 오철민 선수의 자신감도 살려줬으니 좋은 작전이었습니다.
또 고비 때의 장성호 선수 대타, 비록 발목은 접질려서 경기에 나오지 못하지만 한참 타격감이 올라가고 있던 상태였다보니 충분히 제 몫을 해줬습니다. 당시 대타가 필요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부상중인 그를 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과감한 노림수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뿐입니다.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지만, 부정적인 수가 더 많습니다.
잠실 경기는 굉장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강철민 선수가 한참 삽을 들고 있는데 불펜에서 등번호 66번이 눈에 띄길래 '드디어 윤형진 선수를 가동하는구나, 이럴 때 테스트해보는 것도 부담없으니 좋겠지'하고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보다가 다시 기아 덕아웃 앞으로 눈을 돌려보니 난데없이 등번호 19번이 러닝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어느새 윤형진 선수가 사라지고 19번이 롱 토스(공을 가볍게 멀리던지는 것을 이렇게 말하는것 맞죠?)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등번호 외우는데 게을러도 타이거즈의 19번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이강철 선수의 상태는 초기에 많이 나왔던 덕택에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불혹에 가까운데다가 컨디션 나쁜 투수가 던지기엔 날씨가 굉장히 쌀쌀했고 트윈스 타선에는 좌타가 즐비하죠. 4회 1사에 주자 1,2루는 컨디션 점검 차원으로 내보내기엔 터프한 상황, 설마 유감독은 그가 막아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요?
아무리 외국인이 그같은 타입의 투수에는 생소하다고 해도 그만큼 눈에 들어오는 공이면 못 칠 수가 없습니다.
클리어 안타, 정의윤 선수 희생플라이까지도 꾸역꾸역 눌러참았는데 이종열 선수 타석에까지 그대로 밀고 가는걸 보고 한숨이 나오더군요. 이종열 선수는 최근 트윈스 타선에서 타격감이 제일 좋은 축에 속하는 데다가 스위치 히터입니다. 당연히 안타. 이런 식으로 해서 이강철 선수가 3점을 실점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5회에도 그대로 그가 나오는 것을 보니 혈압이 오릅니다.
역시나 이병규 선수를 잡아내지 못했고 현재 타격감 좋은 한규식 선수도 막아내지 못했으며 박용택 선수도 힘들었습니다. 내는 것까지도 나름대로 이해가 되어도 굳이 좌타 앞에서 그를 가동해 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게다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컨디션이 좋아도 겨우 상대할까말까한 최고의 좌타자 두 명 앞에 왜 그를 내는 걸까요?
당시 상황이 얼마나 한심했느냐 하면, 심지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6회에도 또 나와서 기어이 정의윤 선수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나서야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외야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건 아닙니다만 6회말에 왠지 불펜에서 신용운 선수가 몸을 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윤형진 선수가 한참 흔들리고 있었을 때였는데, 제가 알기로는 크지 않은 키에 쓰리쿼터 타입의 투구폼은 타이거즈에는 신용운 선수밖에 없거든요. 다시 2003년의 사이드 암 폼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케우치 코치와 폼 교정에 들어갔다는데 도대체 왜? 1군에 있는 투수 중에 그나마 연투하지 않은 투수는 그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폼 교정 중인 투수를 다시 올리면 앞으로 교정 기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처음으로 이케우치 코치가 괜히 1군에 올라왔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신용운 선수를 2군으로 보내버리고 거기서 폼이나 교정하게 하면 간단할 것을 1군에 있어 자꾸 눈에 뜨이니 내보내고 싶어지는 모양인데 말이죠. 그냥 이케우치 코치와 패키지로 묶어 2군 보내고 중간으로 훨씬 유용할 조태수 선수를 1군으로 올리는게 낫지 않을까요?
타격감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김상훈 선수를 대타로 낸 것도 별로. 하기야 일전에 홈 주자를 태그 아웃 시키지 못한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아있었을 송산 선수보다는 노련한 그가 낫겠지만, 타이거즈 팬으로서는 김상훈 대타는 왠지 탐탁치 않죠.
오늘의 결정타는 선발 예고였습니다.
도대체 왜! 왜! 기동현인걸까요.
명백한 선발 자원인 김주철 선수를 며칠전 1군에 올려 중간으로 써보고 (그가 성향따라 중간에서 불을 지르자) 다시 2군으로 내리는 삽질을 하더니, 중간으로 돌린다고 말했던 투수를 선발로 내기까지 합니다.
우리 기동현 죽겠습니다. 중간으로 나온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선발인지. 게다가 그 이전엔 연투를 했는데...
토요일 경기는 도저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질게 뻔한 걸요. 기동현이 얼마나 던질 수 있을까가 걱정이고 그 이후에도 나올 투수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다 연투 중입니다. 쳐맞을게 뻔하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용운 선수가 중간에 나오는 방법밖에 달리 없는 상황입니다. 슬픕니다.
그리고 몇가지 이야기 추가.
윤형진 선수는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굉장히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더군요. 6회말 사구에 폭투, 좋지 않은 것만 연달아 보여주며 3실점을 했지요.
그래도 그 이후의 경기 내용은 안정되었습니다. 트윈스 타자들이 점수를 이미 뽑을만큼 다 뽑았다는 안도감에 신중하게 상대를 하지 않은 느낌도 있고 상대적으로 대하기 편한 하위 타순이기도 했지만, 초구 스트라이크를 거의 꼭꼭 잡아가면서 7회와 8회를 무난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비록 이전의 실점이 컸기 때문에 방어율도 높을테고 어지간해선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이 정도면 패전 처리로 계속해서 가동해서 중간 계투에 합류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왜 그동안 내지 않았나 싶을 정도던데요. 왠만하면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계속 기용해봤으면 하네요.
3회말, 우익수 이용규 선수가 레이저빔을 보여줬습니다. 클리어의 우전 안타 때 타구를 잡아내서 송구를 했는데, 발빠른 박용택 선수가 3루에 뛰어볼 엄두도 못낼 정도로 노바운드 송구가 정확하게 3루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갑니다. 살짝 짧은 타구여서 거리가 가깝긴 했지만 진짜 레이저빔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이용규 선수를 무시하고 있던 뒷자리 남정네들도 그거 보고 우와~ 하면서 일어나서 박수를 쳤을 정도였습니다.
그 직후 안타까웠던 것이 3루주자 런다운 상황에서 3루수인 손지환 선수가 글러브에서 공을 빼낼 때 망설이는 듯 하더니만 결국 송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하지 못해서 주자를 태그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건 네이버 문자 중계 보셨으면 아셨을 내용이고요.
5회말엔 종범성이 거의 플라이에 가까운 공을 받아내지 못해서 실책성 안타를 줬는데요. 바람이 강하게 불긴 했지만 종범성이 이런 타구를 못 잡아낼 양반이 아닌데 아쉬웠습니다. ;ㅁ;
8회말, 김경언 선수가 안상준 선수의 잘맞은 타구를 대쉬해서 잡아냈습니다. 안상준 선수는 안타를 도둑 맞았고 덕택에 윤형진 선수는 8회를 삼자범퇴로 넘길 수 있었지요.
3루쪽 관중들은 5회부터 계속해서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물병도 날아왔지요. 어떤 분은 신문을 통째로 외야에 던져버리더군요.
정말 할 말 없습니다.
거의 올시즌 최악이라고 해도 좋을 경기를 보고 온 것 같습니다.
이제 편한 마음으로 나름대로 즐거웠던 동대문 경기 관전기나 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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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대쪽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겠습니다만. ^^;
트윈스 선수들은 안타도 많이 터지고 점수도 많이 뽑고 정말 화끈했습니다. 그러나 제 입장은 그게 아니라서.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