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가 된 4번타자

이야기/진지함 | 2009/07/01 22:51 | 채니
호랑이 구단의 호구(虎口)라. 어쩜 이리도 운율이 딱딱 맞을쏘냐!
이쯤 되니 타이거즈라는 이름을 버리는 게 좋을까 하는 주객전도가 되어도 백만광년은 넘어간 생각이 뇌리를 스치네요. =ㅅ= ...저질 농담이었고.

이전에 김상현이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이미 대주자로 바뀌었기에 2사에 뒷타자는 김형철.
그런데 삼성 배터리는 최희섭을 선택했죠.
차라리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한 김형철보다 최희섭이 만만하고 알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그 순간 왜 최희섭도 아닌 제가 굴욕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몸쪽 높은 공에 대한 체크 스윙에 자신의 역린(이건 또 용;;)을 완벽하게 드러냈고 게임은 그 순간 이미 디 엔드. 어쩌면 초구 몸쪽 떨어지는 공에 쫓아다니기 급급한 스윙으로 자신의 발등을 가격하는 파울을 만들었을 때 상대에게 몸쪽에 여전히 약점이 있다는 걸 확신시켜준 거겠지만요.
슬러거들에겐 몸쪽 공이 오히려 위험하다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리고 직후 헛스윙 삼진.

그간 최희섭의 문제는 슈퍼컴퓨터급 하드웨어에 MSDOS6.1 같은 운영체제를 장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맞습니다.
저는 투수 덕후이고 투수 위주로 보기 때문에 타자들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만...
적어도 최희섭이 어설프다는 건 어쨌든 잘 알겠습니다. 수싸움, 게스히팅, 노림수... 어디서 많이 듣고 보던 좋은 단어들이 적용되는 걸 본 적이 최근엔 없는 것 같으니까. 하다못해 프로 1년차 안치홍도 스윙하는 걸 보면 노림수라도 확실하게 갖고 들어오던데 아쉽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엊그제 언니가 이야기 해줘서 눈앞이 번뜩 뜨이는 느낌이 들었던 게.

'올 시즌 최희섭의 몸만들기는 완전히 실패다.'

작년엔 누가 봐도 아니었다지만 올해 날씬해져 나타난 그는 날래고 가벼워 보였죠.
그는 타이거즈 여성팬들에게 등산으로 다이어트를 하자는 작심삼일 프로젝트를 짜게 만든 주범 아닙니까. (저는 작심삼초 *-_-*)
올 시즌 초의 그는 수싸움이 안 되어도 실투가 보이면 붕붕 스윙하며 걷어낼 수 있었고 팬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몸으로 해낸 건 결국 핫 버닝 한달 반이 한계였습니다.

살을 지나치게 뺀 나머지 지친 것 같아 보입니다.
햄스트링 부상 문제가 있었다지만 부상은 보통 가장 지쳐있는 순간 얻게되는 거라죠.
무슨 기준으로 몸 만들기 계획을 짰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가 자기 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20대 시절 한참 좋을 때의 몸을 기준으로 삼은 것 같은데 30대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당시의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될 리가 없잖아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고 변화해가는데요.


경기 끝난 시점에 화는 머리 끝까지 치솟았습니다만.

사실 경기 끝난 직후 투덜투덜하면서 얼굴에 붙인 티트리 시트팩이 어찌나 마음을 편안하고 흡족하게 해주던지 ㅋㅋㅋㅋㅋㅋ (전에 써본 두 종류가 영 별로여서 아리따움 시트팩의 과한 입소문에 반감만 들고 있었는데 티트리는 쵝오'_^b) 관대해져서 이 정도라도 조용하게 글을 쓰는 겝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역시 즉흥적인 인간. ㅋㅋㅋㅋ


그나마 올 시즌의 그에겐 몸을 만들 의지가 확고하게 있었기에, 잘못된 부분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며 내년엔 변화할 거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시즌 절반을 약간 넘게 소화한 이 시점에 내년을 이야기 한다는 건 올 시즌의 그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이요, 또 한편으로는 이 이상 질질 끌지 않고 내년으로 애정 섞인 비판과 비난의 경계선을 확실히 긋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 치홍이가 완전히 약점 잡혀있던 바깥쪽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슬슬 골라나가기 시작하네요. 아무리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버리고 가는 게 맞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지만 그게 어디 쉽냔 말이죠. 역시 넌 강동희였어.
소포모어 징크스를 어느 정도 각오하고 감안하더라도 3년 이내에는 자리를 잡을 듯한 느낌.


2009/07/01 22:51 2009/07/0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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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guinue 2009/07/02 08:56

    제가 치홍이와 오승환의 승부보면서..했던 생각은..
    (대기타석에 계신 4번타자에 대한 기대감은 애초에 접고...)

    아싸!!!!!!!!
    작년에 12.68302초 정도....ㅡ,.ㅡ
    허경민을 아쉬워했던 것을 이렇게 날려주는 군하
    고맙다 치홍아!!!!!!!!!!!!!!!!!!!!!!!!!
    역시 넌 난 놈이야!!!

    였죠....

    경기는....그렇게 끝날거 같았고....(우리도 4번타자있다이거야 하는 생각으로 보냈던 꿈같았던 4월이여~~~)

    ㅠㅠ
    ㅠㅠ
    저같은 평범한 인간의 눈에도..어쩜..저리...수싸움이 안될까...내눈에도 보이는구만!!!!


    (근데 한편으로는 본인은 속이 얼마나...탈까...싶기도 하고...아니!!!어쩜 그렇게 외모와는 이율배반적으로 맘은 또 새털일까요...아놔...맘대로...미워도 못하겠다는...ㅜㅜ)

  2. 보쌈 2009/07/02 14:57

    그를 맨날 지켜보는 팬들조차 그가 타석에 서면 기대는 커녕... 포기를 하게 된다는 것. 이게 가장 무서운거죠. 어제도, 치홍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최희섭이 걸어나오는데.. 절로 채널이 돌아가더군요. 심지어 이상태에요. 고작 고졸루키보다 믿음도, 기대도 더이상 품어지질 않는 "4번타자"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대체 이럴거면, 시즌 초 그렇게 잘하질 말든가.. 얼마나 꿈에 부풀었는데요. 드뎌 드뎌 우리에게도 4번이 생겼다며, 주책맞게 "40홈런 치겠지 킬킬" 이러면서 다녔으니...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뭐 시즌초에 비해 확실히 무너져버린거 같은(폼도, 선구안도)... 최희섭을 보고 있자면 기록일랑은 잊고, 그저 간간히 홈런 (내지는 장타)라도 쳐줘서 위압감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마음(그게 가능할란가 싶지만.. 그래도 빅초이니까)입니다.... 도대체 어느팀 타선의 4번이 이토록 만만하단 말입니까.....

    갑자기 느꼈는데요.. 올시즌 차암~ 긴거 같아요. ㅋㅋ

  3. 고등어자반 2009/07/02 17:41

    전 그래도 아직 믿어요ㅠㅠㅠ
    지금이 아니면, 부상선수들 복귀해서 좀 쉬다가 오면..
    혹은 가을에..

    왜냐면 안그러면 우리 안되잖아요 ㅠㅠㅠㅠㅠ
    1달간 환상처럼 지나간 4번타자의 맛(?)이 너무 달콤했어요 ㅠㅠㅠ

    열심히 한 걸 알고 있는데 또 저렇게 되고 보니까 너무 속상하네요... 똑같이 소녀멘탈이라 동반해서 무너질거라고 생각했던 김상현은 그래도 잘버텨주고 있는데.. 아, 사슴 ㅠㅠㅠ 저런 사슴마인드로 이역만리에서 그래도 근10년 혼자 야구를 했었다니 참 재능이 대단하긴 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ㅠㅠㅠ 사슴사슴 ㅠㅠㅠ 넌 왜 사슴이니 ㅠㅠㅠ

  4. 호두 2009/07/03 00:05

    우리 찌롱이가!!!!!!!!!!!!!!!!!!!

    우리 찌롱이가!!!!!!!!!!!!!!!!!!!

    그저 어버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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